[CBER 폐지 D-3]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의 미래는? – 해운시장 지각변동 예고

2024년, 4월 18일
  • 다음 주 시행 앞둔 CBER 폐지, 파장은?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유럽연합(EU)이 컨소시엄 블록면제규정(CBER)을 폐지하기로 한 날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EU는 2024년 4월25일 일몰되는 CBER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었죠. 이로써 지난 14년간 선사 간 공동 운항을 허용해 온 반독점 예외 제도의 막이 내리게 되었는데요. 해운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CBER이란?

CBER은 Consortia Block Exemption Regulation의 약자로, 컨소시엄에 적용되는 규제를 포괄적으로 면제해주는 제도를 뜻합니다. EU는 그간 CBER을 통해 선사들이 공동 행위를 할 때마다 개별 심사 없이, 자체 평가서 제출만으로 제휴를 허용해 왔습니다.

이는 1870년대 영국의 정기선 해운사들이 파산을 모면하고자 ‘해운동맹’을 결성한 데서 유래합니다. 이후 1960년대 컨테이너선 도입으로 높은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 부담이 발생하자, 선사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컨소시엄’이라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도입하게 됩니다.

이를 뒷받침한 것이 바로 CBER이었습니다. EU는 선사들의 공정한 운임 설정과 경쟁 조정을 CBER의 주요 목적으로 삼았죠. 다만 개별 선사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규제 면제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오랫동안 유지한 제도..왜 폐지하는걸까?

CBER 폐지가 결정된 배경은?

2010년 해운동맹(Shipping Conference) 폐지 이후 도입된 CBER은 그동안 선사들의 공정한 운임 설정과 경쟁 조정을 주된 목적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EU는 CBER 폐지를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고 있습니다.

첫째, 관련 시장의 경쟁 지형이 크게 변화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아시아-북유럽 항로에서 오션 얼라이언스는 40%, THE 얼라이언스는 30%, 2M 얼라이언스는 25%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며 과점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지중해 항로 역시 오션 얼라이언스 35%, THE 얼라이언스 30%, 2M 얼라이언스 25%로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죠. 이처럼 소수 대형 얼라이언스 위주로 재편된 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EU는 더 이상 CBER을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CBER의 실효성과 효율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EU에 따르면 블록면제 혜택을 누리는 컨소시엄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이며, 이마저도 중소형 선사의 경쟁력 강화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들에 대한 감시 필요성이 높아진 반면, CBER을 통한 규제 간소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죠.

셋째,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드러난 선사들의 행태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해운 운임이 급등하고 선복 확보가 어려워지자 화주들의 불만이 폭증했는데요. 선사들이 초과 이익을 취하면서도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지 않은 데 대한 EU 당국의 문제의식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CBER이 애초에 의도했던 목적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폐지를 결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시장 환경 변화에 맞는 유연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경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CBER 폐지는 어떤 의미일까?

CBER 폐지는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글로벌 얼라이언스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입니다. 그간 CBER은 선사들의 선복 교환, 공동 운항, 공동 터미널 사용 등 다양한 협력 행위를 면제 대상으로 규정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선사들은 개별적으로 경쟁법 준수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유럽위원회가 제시한 특화 일괄면제규칙(Specialisation BER)에 따르면, 공동 행위의 당사자들 합산 시장 점유율이 2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고, 가격 담합이나 생산량 제한 등이 금지됩니다.

이는 곧 기존 얼라이언스의 공동 운항이 상당 부분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선사들이 개별 운항 비중을 높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시장 지배력이 약한 중소형 선사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EU의 결정, 왜 다른 나라가 주목하는거지?

CBER 폐지, 유럽을 넘어 글로벌 해운 시장 ‘쓰나미’ 예고

유럽연합(EU)의 컨소시엄 블록면제규정(CBER) 폐지 결정이 전 세계 해운 시장에 파급될 조짐입니다. 비록 CBER이 EU 역내에 한정된 규제이지만, 글로벌 해운 산업의 밀접한 연결성을 감안할 때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죠.

우선 CBER 폐지로 인해 국제 선사 동맹의 운영 방식이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유럽 항로에서 적용받던 면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선사들은 EU의 일반 경쟁법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는 곧 전 세계에 촘촘히 얽힌 해운 얼라이언스의 사업 모델에 적잖은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주요 교역로에서의 무역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됩니다. 특히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노선 등은 CBER 폐지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이는 관련 노선을 오가는 국내외 선사들과 수출입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로 다가올 전망입니다.

더 나아가 EU의 이번 결정이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해운 시장과 무역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유사한 규제 변화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글로벌 해운 산업의 지형도를 크게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CBER 폐지, 해운 얼라이언스 지각변동 넘어 중소형 선사 ‘생존 위협’

CBER 폐지는 해운 얼라이언스 지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전망입니다. 글로벌 정기선 해운시장은 소수 대형 선사 위주의 과점 체제가 굳건한 상황인데요. 2024년 4월 기준 상위 5개사(MSC, 머스크, CMA CGM, 코스코, 하파그로이드)의 선복량 점유율이 59.3%에 달하고, 1위 MSC(19.8%)와 2위 머스크(14.6%)의 존재감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이런 가운데 2025년 1월 2M 얼라이언스의 해체가 공식화되고, 머스크와 MSC의 독자 행보가 가시화되면서 얼라이언스 지형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내년 2월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새로운 파트너십 ‘제미니’까지 출범하면 기존 동맹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하지만 CBER 폐지의 파장이 유럽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정기선사들이 유럽 항만을 주요 거점으로 삼는 만큼, EU 경쟁법의 역외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 북미를 잇는 주요 교역로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 집중도가 한층 높아지면서, 중소형 선사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상위 5개사의 점유율이 65%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ONE(6.3%), HMM(2.8%), YML(2.5%) 등 중견 선사들마저 도산 위기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곧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소수 선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운임 변동성이 심화되고, 물류 혼란과 비용 상승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CBER 폐지가 중소형 선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동시에, 해운업계와 화주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죠.

이처럼 CBER 폐지는 단순히 해운 동맹 지도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해운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당분간 업계의 촉각이 이 변화를 향해 쏠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포스트 CBER 시대, 해운업계 대응 전략은?

해운업계의 대응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얼라이언스 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운임과 서비스 경쟁력은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지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2025년 전망에 따르면 오션 얼라이언스가 29.1%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롭게 결성된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제미니(Gemini) 역시 21.6%의 점유율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의 전략 변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2M 해체 후 ONE(6.3%), 에버그린(5.7%) 등 개별 선사들의 행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얼라이언스 해체에 대비한 생존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상위 선사들은 인수합병(M&A)과 신규 투자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화를 가속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국적 원양선사인 HMM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2022년 기준 세계 8위권에 진입한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와 지역 네트워크 확충에 나서는 한편 전략적 제휴 모색도 병행해야 합니다.

중소형 선사들은 독자 생존을 위한 특화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식입니다.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CBER 폐지에 따라 선사들은 운영 협정을 재평가하고 일반 EU 경쟁법 규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EU에서 제공하는 세부 가이드라인을 참조하는 한편, 새로운 법적 구조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규제 당국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규제 명확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화주와 물류 기업들도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비가 요구됩니다. 글로벌 공급망 관리와 수출입 계획 수립 시 해운 환경 변화를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운임 급등과 선복 부족에 대비한 중장기 계약 체결, 대체 운송 수단 발굴 등도 검토해 볼 만합니다.

특히 화주들은 CBER 폐지로 인한 운송 비용 상승과 서비스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선사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물류 계획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 마련도 시급합니다.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국적 선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주요국 경쟁당국과의 소통 강화로 역외 적용 갈등을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CBER 폐지는 ‘규제의 칼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임 담합에 대한 EU 차원의 조사와 제재가 강화되는 한편, 글로벌 해운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외 해운사들의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운업계는 CBER 폐지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사와 화주, 정부가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생 방안을 모색한다면, 위기를 넘어 더 건강한 해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정한 경쟁과 혁신이 선순환하는 해운 환경 조성은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단기적 이익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장기적 관점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새로운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 해운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글의 영문 버전은 트레드링스 영문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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