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21세기 새로운 비단길 ‘얼음 실크로드’

2024년, 7월 9일

꽁꽁 얼어붙은 북극해 위로 컨테이너선이 지나다닙니다 ♬

여러분들은 ‘실크로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비단길’이라고도 하는 이 단어는 고대 비단무역을 계기로 중국과 서역 각국의 정치·경제·문화를 이어준 육해 교통로를 말합니다. 세계 역사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 경로로서 지역 간 연결과 교류의 중심지로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네트워크이죠. 21세기인 지금, 중국과 러시아는 ‘얼음 실크로드’를 통해 새로운 무역의 시대를 열고자 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북극의 ‘비단길’이라고 할 수 있는 얼음 실크로드는 무엇이며, 어떻게 발전되고 있을까요?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새로운 무역 혁명, 얼음 실크로드

‘빙상 실크로드’, 혹은 ‘얼음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이 항로는 북극해를 통해, 주로 북극해 항로(NSR)를 따라 형성된 해상 운송 경로를 말합니다. 북극해를 통해 유럽과 북미, 중국 등 동아시아를 잇는 최단 해상항로이기도 합니다. 최근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접근이 더 용이해졌고, 이에 따라 중요성이 더 강조되어 가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이 경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한 전통적인 경로에 비해 아시아와 유럽 간 거리를 단축하여 선적 시간을 최대 40% 이상 단축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크게 감소시킵니다.

여러 나라들이 이 얼음 실크로드에 주목을 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얼음 실크로드의 인프라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항구와 쇄빙선,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해를 위한 항로 건설이 포함됩니다. 특히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가 자국 북부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어 경제적 이익과 전략적 영향력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항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관 Rosatom의 대표인 알렉세이 리하체프는 중국 하얼빈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에게 브리핑을 하면서 ‘북해 항로(NSR)를 위한 러시아-중국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임무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북해 항로를 따라 중국 교통을 확장하기 위한 공동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이라고 덧붙였죠. 그만큼 러시아와 중국은 북극해를 이용한 해양 운송로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 중에 있습니다.

러시아-중국, 북극 해운로 개척의 긴 여정

앞서 말했듯이 중국과 러시아는 얼음 실크로드를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꽤 오래 전부터 협력하고 있었는데요, 두 국가가 북극 해상 항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을 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2012년~2014년: 초기 연구

2012년, 중국이 북극 해상 항로에 관심을 보이며 보낸 연구선 ‘설룡호’의 북극 시험운항이 성공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 차례 북극 해역을 탐사해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2013년, 러시아가 중국에 북극 해상 항로 개발을 위한 협력을 제안하였고, 이를 통해 양국 간의 협력이 시작되었습니다.

2014~2017년: 초기 개발

2014년부터 중국과 러시아는 북극 해상 항로 개발을 위한 공식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는데요, 양국은 에너지 자원 개발과 항로 이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했습니다.

또한 2015년에는 러시아가 2030년까지 북극 해상 항로 개발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이로 인해 북극지역 및 북극항로의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며, 양국 협력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2017~2018년: 얼음 실크로드의 등장

중국은 2018년 1월 ‘북극 백서’를 발표하면서 북극에 대한 전략적 비전을 공식화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일대일로의 북극 확장판인 빙상 실크로드(Polar Silk Road)를 공식화하고 앞으로의 북극정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북극 해상 항로의 공식적인 시작을 의미했습니다.

2015년 러시아가 2030년까지의 이 항로의 개발을 승인한 후, 북극해 항로의 해상 운송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요, 특히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약 900만 톤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2019년~2021년: 인프라와 기술 개발

양국은 새로운 항구, 철도, 심해 항구 건설 등의 인프라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얼음 등급 선박과 기술 도입을 통해 북극 항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는 야말 LNG 프로젝트와 같은 에너지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북극에서의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2022~2024년: 상업적 이용 및 확대

2022년과 2023년 동안 북극 해상 항로를 통한 상업적 항해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기적인 항해 서비스를 도입하고, 운송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22년 8월 러시아는 ‘2035년까지 북극 항로 개발 계획’을 발표해 2035년에는 북극해를 통한 운송량을 현재의 4배인 2억7천만톤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또한 2023년에는 러시아 항로를 전문으로 하는 신규 정기선 운항사 양푸 신해운이 중국과 북극해의 러시아 지역을 잇는 최초의 정기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약 14회 왕복 운항이 완료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관 Roastom과 중국 선박 Hainan Yangpu NewNew Shipping 사이에서 북극 해로를 통해 연중 NSR 운송이 가능한 계약을 체결해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 간 새로운 얼음 실크로드가 어디까지 확장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극 항로를 개척하려는 이유는?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이 북극 항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표적으로 3가지의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1. 경제적 이점

  • 거리와 시간 단축

북극 해상 항로(NSR)은 동아시아와 서유럽을 연결하는 기존 경로보다 거리가 짧아 운송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기존 항로 대비 중국과 유럽 간 거리를 약 40% 이상 단축시킬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다롄에서 로테르담까지의 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약 48일이 걸리지만, 북극 해상 항로를 이용하면 약 33일이 소요되어 10일 정도의 차이가 나게 됩니다. 운송 거리가 짧아지면 연료비와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전체 물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시장 접근

러시아는 NSR을 통해 아시아 시장으로의 접근을 강화하고, 중국은 이를 통해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양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북극 항로를 통해 중국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보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고, 러시아 기업들은 북극 항로를 통해 유럽 시장에 에너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 뿐 아니라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양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에너지 자원 개발

북극 지역은 석유, 천연 가스, 광물 등 풍부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러한 자원을 개발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며, 중국 역시 이러한 자원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려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극권에서 전체 천연가스 생산량의 83%, 석유 17%를 생산하며, 2018년부터 북극권 야말반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북극 항로를 통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석유와 천연 가스는 에너지 자원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데요, 북극 지역에서 석유와 천연 가스를 개발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 확보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광물 자원 또한 양국의 전자 제품, 자동차, 건설 등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극의 에너지 자원 개발은 중국과 러시아 경제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환경 보호 및 원주민 권익 보호 등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하기 때문에 양국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지정학적 이익

  • 전략적 요충지 확보

북극 항로는 북극해를 지나는 해상 통로로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는 북극 해상 항로를 통해 자국의 전략적 위치를 강화하고, 서방 제재를 우회해 경제적 및 군사적 이익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미국과 EU의 경제제재가 심화되면서 중국과 같은 비국극권 국가의 지지가 필요해졌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대외 무역 관계에서 중국은 매우 협력 대상이죠. 서방 국가를 포함한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가 러시아 선박의 입항 금지 및 수출 통제,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대체 물류 루트 구축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에 더해 북극항로 프로젝트에서의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기술적 자립과 수입 대체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선 해외 기술과 자본의 투입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협력 구축을 위해 중국 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북극해의 군사적 이용 가능성도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15년 정도가 흐른 뒤에는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태평양, 대서양과 같이 보통의 군사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북극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지만, 그만큼 이 항로를 확보하게 된다면 유리한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습니다.

  • 지역 경쟁 우위 확보

북극 지역은 미래의 경쟁 무대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극 지역에 군사 기지를 확장하고, 이를 통해 북극 해상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며, 자국의 국방력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또한 북극 지역은 기후 변화, 해양 환경 보호, 해상 안보 등 다양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극 항로 확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극 문제 해결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북극 권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북극 해빙 감소로 북극 항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 지역을 확보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얻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얼음 실크로드’, 앞으로의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주인 2024년 7월 5일, 러시아는 모스크바주에서 Arctic Express No.1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철도-해상 복합 운송이 특징인 이 경로는 모스크바와 중국 항로를 연결하며, 북극해를 거쳐 러시아 북서브 아르한겔스크 항구에서 환승합니다. 20~25일 동안 약 13,000km를 운행하는 이 서비스는 북극해 항로(NSR)보다 1주일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전 세계의 제재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외교 관계가 더 강화되었습니다. 러시아 주재 중국 대사인 장한후이는 지난주 금요일에 “양국 간의 경제 및 무역 관계가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6월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서명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관인 로사톰(Rosatom)이 중국 해운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북극권을 통과하는 연중 무휴 해상 운송로를 운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따라 기존 무역로에 대한 대체 무역로를 찾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새로운 노선은 2024년에 12회 항해 예정이며, 연말까지 북해 항로를 따라 약 300만 톤의 운송화물을 운송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연간 최대 5,000만 톤의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Rosatom의 북극 개발 특별 대표인 블라디미르 파노프는 “북해 항로는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가는 가장 짧은 경로입니다. 이 항로에 대한 선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올해 NSR을 따라 최대 300만 톤의 엄청난 화물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과연 얼음 실크로드는 그 옛날 비단길이 중국에 막대한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주었던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에 국제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얼음 실크로드는 새로운 수에즈 운하가 될 수 있을까요? 얼음 실크로드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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