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에버기븐은 지금: 수에즈운하 사고와 에버기븐

2021년, 6월 11일
수에즈운하사고, 에버기븐


지난 3월 이집트 수에즈운하 사고를 기억하시나요?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이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되어 6일간 통행이 마비가 된 사건인데요. 수에즈 길막이라고도 불리더라고요. 이 사건으로 인해 뒤따르던 수많은 선박들 역시 움직이지 못하거나 길을 잃었습니다. 당시 저희 트레드링스 화물 모니터링 서비스인 ‘쉽고’를 통해서 많은 기업들이 지연되고 있는 화물을 확인하셨습니다. 수에즈운하를 거쳐 가는 최소 369척의 선박의 통행이 지연됐습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물류 시장은 뒤집어졌고,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정한 시장에 수에즈 운하 막힘 사고가 더해져 현재의 물류대란이 완성된 것입니다.



<수에즈운하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선박들>

​수에즈운하를 막은 거대한 에버기븐은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밈을 발발시켰고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는데요.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아직도 에버기븐은 수에즈 운하에 있을까? 이집트에 체류됐다 했는데 뭐 하고 있을까? 같은 궁금증이 생긴 거예요.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최근 에버기븐과 수에즈운하 간의 책임 공방이 거세지고 있고, 공판 재개는 이번 달 20일에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막대한 보상금이 걸린 만큼 서로의 잘못을 주장하는데요, 수에즈운하 마비 사고는 누구의 책임이 클까요? 물류대란이 심각한 지금, 수에즈운하 마비 사고는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는지 ‘책임소재’를 중점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수에즈 운하 마비 이후 책임공방

이 사건은 얽힌 게 많아서 매우 복잡한데요. 에버기븐의 선사와 선주 국적과 회사가 달랐고, 보험 회사의 국적 역시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에버기븐(선박명)은 이마바리 조선주식회사에서 건조한 골든 급 화물선입니다. 그리고 이 배의 선주는 아마바리의 자회사인 쇼에이 기센입니다. 선적(선박의 세금을 내는 국적)은 파나마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운영사 (선사)는 대만의 에버그린 마린입니다. 참고로 에버그린이 운항하고 있는 컨테이너 선대는 197척(128만TEU)으로 회사는 글로벌 선사 순위 7위에 올라있습니다 (알파라이너 조사).​

당초 사고가 발생한 수에즈 제1운하의 경우 제2운하에 비해 너울성 파도로 인한 저속 운행 문제와 운하통행료 대비 부족한 시설 관리가 지적되면서제와 운하통행료 대비 부족한 시설 관리가 지적되면서 이집트 당국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결국 책임은 온전히 선박과 선주, 대만과 일본이 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지난 4월 운송료, 준설 및 인양작업, 운하파손에 따르는 복구비용, 장비 및 인건비 등으로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를 청구했고 13일 이집트 법원은 쇼에이기센에 9억 1600만달러(약 1조 267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수에즈운하밈
수에즈운하 밈, 출처:래딧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입장

​3월 29일, 거의 일주일 동안 수에즈 운하에 갇혀 있던 에버기븐은 계류 해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에버기븐과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은 이집트에 의해 압수되었습니다. 선주와 정부가 의견의 차이를 좁힐 수 없기 때문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두 달여 동안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드디어 짐작되는 사고 원인이 나왔습니다. 이집트 당국은 선장의 무리한 운항 지시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운하나 선박의 문제가 아닌 배를 책임지고 운항시키는 선장의 잘못이라고 봤습니다. 그들은 선장이 12분간 무려 8차례나 배의 방향을 바꾸게 하다 균형을 잃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수에즈 운하 관리청 조사 책임자, 사예드 시샤는​

“배가 운하로 들어설 당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선장이 중앙으로 끌어내도록 했고 가속을 지시했으며 제방에 충돌하기 전 좌우로 다시 방향을 틀게 했다.”

​선주인 일본 쇼에이 기센 측은 날씨가 안 좋았는데도 수로 진입을 허용한 운하청의 잘못이라고 주장하지만 블랙박스 자료 분석 결과 에버기븐호에 앞서 다른 선박 세 척이 같은 지시에 따라 운하를 건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대한 일본 선주 측의 관련 입장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양측 간 피해 보상 소송으로 옮겨지는데요. 재판의 관건인 사고 원인과 책임 부분이 결론 난 만큼 속도가 날 것으로 보입니다.

수에즈운하사고, 에버그린


에버기븐의 선사, 선주 그리고 보험사의 입장

​하지만 에버기븐 선주는 수에즈운하 당국에서 거대한 강풍이 불고 이로 인해 모래 폭풍이 심각한 시기에는 선박이 운하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덧붙이자면 이집트의 모래폭풍 강타는 거대하고, 간혹 이로 인해 수에즈 운하를 폐쇄한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당국과 관련 기업들의 입장이 다른 것입니다.​

한편 에버 기븐 호의 보험사인 영국 P&I와 선주는 이집트 당국의 선박 압류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P&I 클럽은 수에즈 운하 당국이 ‘3월에 6일 동안 수에즈 운하를 막은 것은 선장에게 책임이 있다’ 는 주장에 이의의를 제기했습니다. 애초 SCA는 배가 너무 빨리 이동했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당시 AIS 기록은 매우 황량한 조건에서 배가 어떻게 항해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수로를 통과하는 속도가 13노트 (통과를 위한 표준 속도보다 4-5 노트 이상)로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배의 속도에 대한 책임은 배의 선장에게 있지 않다고 영국 보험회사는 주장했습니다. “선장이 궁극적으로 선박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호송 내 환승의 내비게이션은 수에즈 운하 조종사 및 SCA 선박 교통 관리 서비스에 의해 통제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을 중요합니다. 그러한 통제에는 이동 속도와 호위 예인선의 가용성이 포함됩니다.”​

현재 이집트 당국은 보상액으로 5억5천만 달러 약 6,127억 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애초 9억 천6백만 달러에서 감액한 건데 선주 측은 1억5천만 달러를 제시했다가 거부됐었는데요. 쇼에이 기센 소유 선박은 Great Bitter Lake에서 압류되어 보상에 대한 최종 판결과 계속되는 심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에 선주 측이 합의 종결을 제안하며 협상 시간을 요청해 지난 토요일 열리려던 재판은 6월 20일로 연기됐습니다. 공판은 양측이 추가 협상을 한 후에 제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에버기븐
출처: 로이터


아직 이견이 좁하지지 않았고, SCA의 배상 청구 외에도 대기하던 396~422척 선박의 선사들, 제2자 기업, 그리고 에버기븐호의 화물 화주들 등의 대규모 피해보상 신청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 받은 기업들도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해운업계에는 호재가 됐습니다. 특히 국내 양대 원양선사인 HMM과 SM상선에는 적어도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수에즈 운하 사고 이후로 관련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이 크게 올랐고, 여전히 운임은 매주 기록을 세울 정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수에즈 운하 마비 사고의 여파가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책임 소재가 누구에 있건,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고 대처하길 바랍니다. 또 수에즈운하와 에버기븐 관련 소식이 있다면 찾아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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