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반독점 면책 특권 없어질까? – 반독점 면책 특권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 해운업체간 힘겨루기

2023년, 3월 31일
선사, 반독점 면책 특권 없어질까? - 반독점 면책 특권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 해운업체간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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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는 선사들의 반독점 면책 특권을 미국 정부와 글로벌 선사들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 바이든 대통령은 항구에서 비롯되는 공급망 병목현상 완화를 통한 상품가 인하를 위해 의회가 통과시킨 해상선적법안에 서명했고, 올해 미 하원에서는 선사들의 반독점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죠.

해상선적개혁법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물론 선사들 역시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의도치 않은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이는 결국 화주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선사들의 반독점 면제를 두고 나타나고 있는 갈등
미국 정부와 선사들의 입장차, 그리고 이 갈등이 일어난 배경까지
알기 쉽게 정리해드릴게요!

미국 정부는 왜 갑자기 선사들에게 칼을 가는걸까?

자, 우선 미국 정부가 글로벌 선사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규제를 펼치는 이유를 알아야겠죠?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물류 시장을 멈추게 했던 지난 3년. 이 기간 동안 소비자 수요는 급증했지만, 물류 네트워크가 막히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2021년 7~9월 3개월간 미국에 기항한 8개 정기 선사들은 22억 달러(약 2조 6천억 원)의 운임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대비 50%나 인상된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폭등한 행상 운임은 미국의 소비자 물가를 증가시킨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죠.

이처럼 해상 운임이 미국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니 미국 정부는 글로벌 선사들을 대상으로 규제를 펼치게 된 것입니다.

해상 운임 상승이 반독점 면제랑 무슨 상관인데?

2021년 7월, 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연방해사위원회(FMC)에 선사가 화주에게 부과하는 컨테이너 체선료(D&D : Demurrage & Detention)를 단속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2월에는 미국연방해사위원회(FMC)와 미국 법무부(DOJ)가 협업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미 바이든 대통령은 2M, 오션 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이 3대 해운 동맹이 글로벌 선복량의 약 80%를 점하고 있고, 동서항로의 경우 정기선 운항의 9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1996~2011년까지 3대 해운 동맹의 시장 점유율이 30%에 불과하던 것에 비춰보면 통합이 일어나고 과점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점이 발생한 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길래 이렇게 이야기를 한 걸까요?

글로벌 시장 경제에서 운임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경쟁이 치열하면 운임은 내려가고, 경쟁이 없으면 운임은 상승하게 되겠죠.

자, 그렇다면 20개 선사가 각자 선박을 활용해 경쟁하던 시장에서 이들 기업이 손을 잡고 선박의 수는 동일하되 9개 선사만 경쟁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운임은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선박의 수는 동일하지만, 경쟁이 줄어들게 되니 운임은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즉, 선사들의 해운 동맹이 운임 상승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시장 경제 측면에서 너무나 비정상적인 구조입니다.

각 국가는 자국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독점이나 과점을 막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처럼 말이죠.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보다 투명한 시장 경제를 조성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시장 점유율이 1%인 선사가 선박을 1척 운항을 취소한다고 하면 전체 시장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50%인 선사가 선박을 동일하게 1척 운항 취소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오겠죠. 바로 이러한 부분을 막기 위해 국가는 다양한 형태의 제재를 가해 독점이나 과점이 지속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국가들은 선사들에게만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해운동맹이 1개 선사가 전 세계 모든 포트, 노선을 운항할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적인 효용을 무역에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011년 이전까지는 해운동맹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았던 것 역시 제재를 가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근 해운 동맹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요, 시장집중 측정지표인 허핀달-허쉬만 지수 (HHI, Herfindahl-Hirchman Index)를 통해 확인해보면 2023년 1월 기준, 글로벌 3대 선사들의 HHI 지수는 2,433으로 나타났습니다. (HHI가 1000에서 1800 사이이면 어느 정도 집중적인 시장, HHI가 1800을 초과하면 고도로 집중적인 시장으로 분류합니다.)

선사들 반독점 면책 특권 폐지를 주장하는
미국 정부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현재 미국 정부는 선사들의 반독점 면책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연방 기관을 동원해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FMC는 이미 전 세계 해운 물류를 통제하는 몇몇 해운동맹들이 대유행 기간 운임을 비정상적으로 인상한 데 대한 사전 조사를 벌이고 있고, 올해 초에는 부당한 컨테이너 요금 인상 및 미국의 수출품에 대한 화물 예약 거부와 같은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원양해운 반독점 집행법’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화요일(현지시간) 열린 해안 경비대 및 해상 운송 소위원회 청문회에서도 해상 컨테이너 회사에 더 많은 미국의 수출품을 선적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미국 수출업체에 대한 억류 및 체선료 부과 방식을 재검토하는 방안이 논의됐는데요,

청문회에 참석한 존 가라멘디(John Garamendi) 하원의원은 “현재 해상 운송업체는 미국의 독점 및 독점 금지법(monopoly and the antitrust laws)에서 면제되어 있고, 이들 역시 미국 경제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독점 금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청문회에 참석한 미국 면화 화주 협회(American Cotton Shippers Association, ACSA)의 대표인 윌리엄 H 버디 엘런 (William H. “Buddy” Allen)은 농산물 화주들이 해상 운송업체와 항구의 부당한 억류 및 체선료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우리는 빠르게 운송하기를 원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확실성과 선택권을 원한다”며, “우리는 자산을 조달하고 활용하는 방식에서 개방형 마켓플레이스를 원하며, 이를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이동하고 고객의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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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움직임을 저지하려는
선사(해운사)들

한편 미국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선사들은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사들의 입장은 이번 청문회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앞서 존 가라멘디 하원의원이 반독점 면책 특권 폐지를 주장하며, 청문회에 참석한 MSC 그룹의 버드다르 (Bud Darr)부사장에게 이러한 의회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의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버드다르 부사장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는 또한 해운업계의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했는데요, “이는 상당한 위험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가 좋든 싫든 전 세계가 의존하는 주요 해운사 중 일부는 어느 정도의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또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올바른 프레임워크가 주어지면 그 안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경쟁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해운사들 역시 “선사들이 동맹을 운영할 수 없게 되면 선사의 제공 서비스가 크게 줄어들며 업계 통합이 더욱 촉진되어 화물을 더 적은 항구에 집중시킬 뿐만 아니라, 화물이 캐나다와 멕시코의 항구로 이전될 것”이라며 “이러한 극적인 정책 변경이 지난해 발생했던 선박 적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잠재적으로 이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 당국의 제재로 인해 추후 해운 동맹이 분열된다면 그나마 중소 항만에도 들를 수 있었던 선사들이 비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대형 항만으로만 몰리게 돼 물류난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ONE(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의 CEO 제레미 닉슨은 이달 초 해운물류 컨퍼런스인 ‘TPM22’에서 “동맹을 통해 운항할 수 없다면 ONE은 기존에 15개 제공하던 태평양 주간 노선 서비스를 4개밖에 운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계해운협의회(WSC)의 CEO인 존 버틀러(John Butler)는 VSA(선박 공유 계약)가 공급망에 도움이 되며 이러한 시스템을 제거하면 정기선 운송 서비스의 경쟁과 선택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아무도 VSA와 같은 유용한 도구를 버려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일부 수사는 VSA가 더 나은 공급망 작동을 돕는 방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간에 선 화주들

미국의 화주들은 선사들의 반독점 면책 특권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과거에 선사들의 반독점 면책 특권 중단을 요구하던 미국 소매업체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미 소매 협회의 공급망 및 고객 정책 담당 부사장인 존 골드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미 소매 협회) 회원들은 오랫동안 반독점 면책특권 철폐를 지지해 왔다. 이제는 이것이 동맹이나 다른 협정에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면책 특권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BassTech International의 물류운송관리담당 부사장이자 NITL해상 운송 위원회의 의장인 래리 펠머는 “반독점 면책특권 해제는 해운 동맹의 철폐와 같은 의미는 아니고, 동맹 철폐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반독점 면책특권 자체와 마찬가지로, 해운 동맹들이 무역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는 기준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FMC의 감독을 강화하고 유지하거나
완전히 폐지하고 FMC의 감독을 없애거나

한편 미국 정부와 선사간의 입장 차이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연방해사위원회(FMC)의 감독을 강화하여 해상 운송업체에 대한 반독점 면책 특권을 유지할지, 아니면 이를 완전히 폐지하고 운송업체 및 해상 터미널 계약의 경쟁적 영향에 대한 연방해사위원회(FMC)의 감독을 없앨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 FMC 변호사이자 해양 법률 컨설팅 회사인 스콜 스트래티지스(Squall Strategies)의 설립자인 로렌 비겐 (Lauren Beagen)은 “해운 동맹은 전체 해운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FMC는 이들을 잘 감시하고 있다”며 FMC의 감독을 강화하되 현재의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글로벌 선복량의 약 80%가 2M, 오션 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세 동맹에 의해 통제되고 있고, 항만 터미널과 같은 다른 물류 자산과 항공화물과 같은 다른 모드에 대한 집중된 소유권으로 인해 경쟁이 더욱 방해받고 있다”며 반독점 면책 특권을 없애고 FMC의 감독 역시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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