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장비 리드타임 길어져”‥공급망 문제 현실화

2022년, 2월 3일

기업들이 연초부터 반도체 공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등으로 인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도 공급망 위기가 세계경제 시장을 덮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회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반도체 공장 증설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물류 마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반도체 제조 장비 수가 올해도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기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비 제조 인프라 내재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돼 전자, 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으로 연쇄 타격이 예상되는데요.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열린 각 사 2021년도 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설비 증설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 반입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우려를 공통적으로 표했습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공급망 문제 탓에 반도체 공장으로 들어오는 설비 반입이 기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반도체 생산 장비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올해도 장비 리드타임(장비 공급사의 제품 생산부터 반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차질 발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양사가 실적 발표회에서 공식적으로 장비 공급망 문제를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ASML ·램 리서치 등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들도 장비를 만들 수 있는 부품이 부족한 상황을 공식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단독으로 생산하는 ASML은 반도체 장비 속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부족해 장비 생산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실적 발표 행사에서 “부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지만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고급 인력 운용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고
물류와 부품 부족 문제로 지난해 12월 공급망 문제가 심화했다.

– 램리서치의 CEO, 팀 아처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칩 제조사들은 반도체 제조 설비 내에 반도체 장비를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반도체 전(前) 공정에 필요한 핵심 장비 매출의 60%가량을 ASML 등 세계 4대 장비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을 만큼 공급처가 제한적입니다. 이들의 부품 수급 문제가 심화할수록 공장에 들일 수 있는 장비가 부족해져 칩 회사들의 신규 투자에도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요국 간 반도체 공장 증설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도 미국 인텔, 대만 TSMC, 중국 다수 메모리·칩 위탁 생산 업체들이 각 대륙에서 신규 팹 투자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TSMC는 최근 열린 2021년도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만 최대 52조 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늘린다는 파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3월 애리조나에 신규 팹 2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인텔은 이달 미국 오하이오주에 24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개를 세우겠다는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 인텔은 기존 아일랜드 팹에 ASML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반입을 시작하면서 유럽에서 첨단 공정 라인을 운영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 큰 혼란을 줬던 공급망 문제가 올해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연이어 나오면서 각 회사들이 어떤 위기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각 주요 장비사 CEO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구매팀 주요 임원들은 코로나19를 뚫고 수시로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파트너 사와 만나 대책을 논의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장비 공급 위기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에 장비 제조 인프라를 내재화하거나 장비 국산화 작업이 빠른 속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 반도체 장비 업계의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부터 핵심 부품까지 국내 업체들 간 기술 공유와 협력으로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이 상당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반도체 공급망 이슈로 삼성 갤럭시 S22 시리즈 공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모델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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