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입니다.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해법이 있습니다. 바로 ‘다변화’입니다. 공급업체를 더 확보하고, 생산지를 여러 국가로 나누고, 필요하면 다른 항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최근의 사례를 보면 선택지를 하나 더 만들어두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홍해 사태 당시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기 어려워지자 많은 선박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갔습니다. 대체 항로는 있었지만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항로를 기준으로 약 3,000~3,500해리를 더 이동해야 했고, 운송기간은 7~10일가량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성격이 다릅니다. 세계 해상 원유 거래의 약 4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하고, LNG와 비료 물동량도 상당합니다. 걸프 지역에서 나오는 화물은 홍해처럼 단순히 다른 항로 하나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생산지를 나누는 것도 비슷합니다. 중국 외 국가에 공장을 하나 더 만들더라도 핵심 부품이나 원재료를 여전히 같은 지역에 의존하거나, 결국 같은 항만과 항로를 이용한다면 위험이 완전히 분산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는 공급망 다변화는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요?
위기마다 공급망이 흔들린 곳은 달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공급망을 흔든 사건들을 살펴보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은 아닙니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 때는 선사가 문제였습니다. 당시 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일부 화주들은 화물 지연과 추가 비용을 겪었습니다. 이후 일부 기업이 특정 선사에 맡기는 물량의 비중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때는 훨씬 넓은 범위가 흔들렸습니다. 2020년 상반기 미국 해상 컨테이너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습니다. 이후 수입 수요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선복과 컨테이너가 부족해지고 항만에도 부담이 집중됐습니다. 수요가 갑자기 줄었다가 다시 늘자 물류망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죠.

2021~2022년 반도체 부족에서는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차질과 자동차·전자제품 수요 변화 등 여러 요인이 겹쳤지만, 필요한 물량을 다른 생산거점에서 빠르게 채우기 어려운 산업 구조 역시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홍해에서는 항로가 흔들렸고, 호르무즈에서는 특정 해상 요충지에 집중된 물동량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들을 놓고 보면 대비해야 할 대상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생산공장이나 항만, 운송 경로가 막힐 수도 있습니다. 공급망의 어느 한 부분만 나눠놓는다고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산지를 옮기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
코로나19 이후 기업과 정부는 실제로 공급망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공급망은 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의 역할이 큽니다. 국이 2022년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와 연구개발 강화를 지원하는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 및 과학법)’를 제정한 것도 이런 공급망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를 늘리고 연구개발 기반을 강화해, 해외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것이죠.
소비재와 의류, 전자제품 분야에서는 ‘China+1’ 전략이 확산됐습니다. 중국 생산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생산 기반은 유지하면서 베트남이나 인도 등 다른 국가에 추가 거점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공장이 여러 국가에 있다고 해서 공급망 전체가 그만큼 나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두 공장이 같은 곳에서 핵심 부품이나 원재료를 공급받는다면 생산지를 나눠놓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완제품 공장은 달라도 핵심 부품을 만드는 업체가 한 곳뿐이라면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창고와 재고도 살펴봐야 합니다. 생산기지는 여러 지역에 있는데 완제품이나 핵심 재고가 특정 창고에 집중돼 있다면 해당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공장을 어디에 둘 것인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공장이 어디에서 원재료를 받고 완성된 제품이 어디에 보관되며 어떤 경로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지까지 이어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의 China+1 역시 이런 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트남과 인도 등의 제조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제조업과 복잡한 공급망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생산지가 일부 이동했다고 해서 기존 공급 관계까지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죠.
공급망 다변화는 물류에서도 이어져야 합니다
제품이 공장을 나온 뒤에도 선택해야 할 것은 많습니다.
어느 창고에 재고를 둘지, 기존 항만을 이용하지 못할 때 다른 항만으로 옮길 수 있는지, 특정 항로가 막히면 어느 경로를 이용할지 등을 미리 살펴봐야 합니다.
선사와 스케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선사의 서비스가 중단되면 다른 선사를 이용할 수 있는지, 기존 항차를 놓쳤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스케줄은 있는지에 따라 대응 속도가 달라집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운송수단 자체를 바꾸는 선택도 필요합니다. 해상운송의 지연을 감당하기 어려운 화물이라면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항공이나 다른 운송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대체할 방법이 있다고 해서 기존과 똑같은 조건으로 운송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홍해를 피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화물은 계속 이동할 수 있지만 운송거리가 길어지고 시간과 비용도 늘어납니다. 항공운송으로 바꾸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고요. 다른 생산공장이 있다고 해도 갑자기 기존 물량을 모두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급망 다변화를 ‘기존과 똑같이 운영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면 현실과 차이가 생깁니다.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평상시와 똑같은 조건을 유지하는 것보다 운영이 완전히 멈추지 않도록 다른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공급처와 공장, 창고, 선사, 항로를 두 개씩 운영할 수도 없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겠죠.
기업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곳이 다른 이유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영향이 큰 곳은 어디인지, 그곳을 대체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다른 선택지를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길어진다면 리드타임을 보는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공급망에 여러 선택지를 마련해두더라도 실제 운영 방식이 그대로라면 대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항로를 우회하거나 다른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순간 기존에 잡아둔 운송기간과 비용도 함께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홍해를 피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화물은 계속 이동할 수 있지만 운송기간은 길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와 같은 입고일을 기준으로 발주와 재고 계획을 세우면 일정이 틀어질 가능성이 커지죠.
그래서 불확실성이 높은 구간을 이용할 때는 ‘평균적으로 며칠 걸리는가’만 보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운송됐을 때의 기간뿐 아니라 우회나 스케줄 변경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더 늦어질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선적 시점을 평소보다 앞당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지연 가능성이 높은 화물이라면 일정에 여유를 두고 출발시키고, 긴급한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항공이나 다른 운송 방식의 비용도 미리 검토해둘 수 있습니다. 실제 문제가 발생한 뒤 대안을 찾는 것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먼저 정해두는 편이 대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물류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입고 시점이 달라지면 구매와 생산 계획이 영향을 받고, 고객에게 약속한 납기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운송 상황과 예상되는 변화를 영업·구매·생산 부서와 미리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고객과도 현실적인 일정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예전의 운송기간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 아닙니다.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면 조금 더 일찍 선적하고, 일정에 여유를 두고, 필요할 경우 더 비싼 대체 운송수단까지 고려하는 방식으로 운영 기준 자체를 조정해야 합니다.
결국 공급망 다변화는 새로운 공급처나 항로를 추가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 선택지를 실제로 활용하려면 그에 맞춰 발주 시점과 재고, 운송기간, 고객에게 약속하는 일정까지 함께 달라져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경로 하나보다 여러 상황을 비교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공급망을 계획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평상시에는 가장 빠르거나 비용이 낮은 공급처와 운송 경로를 찾는 것이 우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항로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존 항로를 그대로 이용할 때와 우회할 때 운송기간과 비용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다른 운송수단으로 바꾸면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특정 생산지가 멈췄을 때 다른 거점에서 어느 정도까지 대응할 수 있는지를 미리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AI와 머신러닝도 이런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조건을 바꿔가며 결과를 비교하면 실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선택 가능한 대응안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사들이 제공하는 디지털 스케줄과 라우팅 정보 역시 가능한 운송 옵션을 찾고 비교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획 단계에서 여러 선택지를 비교했다고 해서 실제 운송까지 그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예약할 당시에는 예정돼 있던 기항지가 빠질 수도 있고, 환적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항로가 달라지거나 ETA가 처음 예상했던 시점에서 계속 움직이는 경우도 있죠.
공급망을 여러 국가와 선사, 항로로 나눌수록 이런 변화를 확인해야 하는 운송 건도 함께 늘어납니다.
선택지가 늘어나면 운송 상황을 파악하는 일은 더 어려워집니다
한 국가에서 출발하는 화물을 한두 개 선사로 관리할 때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여러 지역에서 출발하는 화물을 각각 다른 선사와 스케줄로 운송할 때는 관리해야 할 정보의 양부터 달라집니다.
출항 여부를 확인하고, 예정했던 선박과 항로를 이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환적에서 지연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ETA가 달라지면 그 뒤에 예정된 내륙운송이나 통관, 창고 일정도 다시 확인해야 하고요.
공급망을 나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늘렸는데, 정작 각 화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운송 가시성입니다.
Tradlinx Ocean Visibility는 여러 선사에 걸쳐 있는 운송 건을 한곳에서 확인하고, ETA 변화와 지연, 환적, 항로 변경 등 실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물론 이 서비스가 어떤 공급처를 선택할지 결정하거나 공급망을 대신 다변화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공급처와 생산지, 선사와 항로를 나눈 뒤 그 선택이 실제 운송 과정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예상보다 도착이 늦어진다면 후속 내륙운송이나 창고 일정을 조정해야 할 수 있고, 환적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관련된 운송 건을 다시 확인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선사와 항로를 사용할수록 이런 변화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집니다.
공급망 다변화는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방법’이 아닙니다
한진해운 파산과 코로나19, 반도체 부족, 홍해와 호르무즈의 운항 차질은 서로 다른 이유로 발생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면 원인은 이들과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위험을 미리 맞힐 수는 없습니다. 대신 특정 공급처나 생산지, 창고, 항만, 선사, 항로 하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까지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를 준비해둘 수는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존보다 운송시간이 길어지거나 비용이 더 들 수도 있습니다. 공급망을 여러 갈래로 나누면 관리해야 할 정보도 많아집니다. 그렇다고 가장 효율적인 하나의 공급망만 유지하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응하는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통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공급망 다변화의 목적은 모든 위험을 없애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도 물류와 공급을 멈추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두는 데 있습니다.
그러려면 평소부터 어디에 의존이 몰려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지를 가동한 뒤에는 화물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일정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도 계속 확인할 수 있어야 하죠.
결국 위기 때 제대로 작동하는 공급망 다변화는 단순히 공급처나 생산지를 여러 곳으로 나누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상황이 달라졌을 때 움직일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하고, 실제 변화에 맞춰 다음 결정을 이어갈 수 있는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것. 그것이 앞으로 기업이 준비해야 할 공급망 다변화의 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