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공급망 재편 중… 생산기지 해외에서 자국으로 옮기는 기업 늘어나

2022년, 2월 23일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불러온 물류대란으로 해외에 위치한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운반이 딜레이가 되면서 공급망에 구멍이 뚫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급등하고 있는 물류 비용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현상 늘어나

이에 여러 나라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던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에 구축한 생산시설을 다시 자국으로 다시 이전하는 리쇼어링(Reshoring) 또는 자국과 가까운 나라로 옮기는 니쇼어링(Nearshoring)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국의 가구 소매업체 ScS는 지난해 국내 생산 비중을 50%에서 60%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스티브 카슨 ScS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급망 문제와 비용, (해외공장의) 늘어난 제품 생산 시간 때문에 영국 내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의 가구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공장에서 가구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다른 화물들에 비해 부피가 큰 가구 수출입 운임은 코로나 이후 1200% 가까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생산시설의 일부를 자국이나 인접국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죠.

세계 최대 조립가구업체인 이케아 역시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인접 국가에서 제품의 약 20%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8~9월 베트남 협력사의 스마트폰 생산라인 일부를 경북 구미로 이전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구미공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생산라인이 노후해 보강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산 여파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베트남공장 (출처 : 한국경제)

지난해 국내 복귀한 기업 26개…
원가 상승 및 현지 매출 감소가 원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해외에 진출 이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26개(중소기업 17개, 중견기업 9개)로 2020년보다 2개 늘어나며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해외에서의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었죠.

정부 차원에서 리쇼어링을 권장하고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반도체와 자동차부품 수급 등이 차질을 빚으며 미국 기업들의 주요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자 자국 내 생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내놓은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미국산 물품 구매 의무 강화, 미 공급망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행정명령을 하고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것 역시 본국 회귀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520억 달러(약 62조1천억원) 규모의 지원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며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인텔은 지난달 미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3조9천억원)를 들여 첨단 반도체 생산·개발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향후 10년간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반도체 연구·생산시설 건설에 1천500억 달러(약 17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밝혔습니다.

유럽연합(EU)도 유럽 내 반도체 공급을 확대하고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수십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경쟁력 확보 구상을 이달 초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공급망 재편으로 국내 일자리 창출 기대
단, 인건비 상승과 교역 둔화 우려

자국 내 또는 역내 생산 확대되면 일자리 창출, 대외 의존도 완화에 따른 상품수지 적자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행정부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 제조업 일자리가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으며, 다국적 회계컨설팅업체 PwC는 향후 10년간 제약, 컴퓨터, 전기장비 부문에서 리쇼어링이 진행되면 미국 내 일자리가 24만9천~49만9천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죠.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기업 중 철수를 계획하는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면 국내총생산(GDP)이 11조4천억원 증가하고 일자리 8만6천개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인건비가 상승하고, 국가간 교역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

홍서희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공급망 강화를 위한 리쇼어링이 증가할 경우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최종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연구원은 또 “미중 분쟁 이후 경제 블록화(지역화) 양상이 심해져 국제 교역이 둔화하고, 정부 개입 확대로 자원 배분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 구축한 생산시설을 본국으로 다시 옮길 때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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