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봉쇄 대비 나선 중국

2022년, 11월 23일
공급망 봉쇄 대비 나선 중국

중국 국영 중국석유화공그룹 – 카타르로부터 2026년부터 27년에 걸쳐 매년 40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계약 체결

안녕하세요. 국내 최대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 입니다.

중국이 공급망 봉쇄 방어와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와 식량 비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수입과 저장 시설을 대폭 늘리고, 식량 비축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지하는 ‘둔훠(囤貨·사재기)’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공급망 봉쇄 대비에 나선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첨단 산업에 집중됐던 미국 주도의 공급망 차단이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최근 중국은 에너지와 식량 안보에 모든 국가 역량을 쏟고 있는 상황이죠.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주요 20국) 정상회의에서 “식량과 에너지 안보 문제는 전 세계 발전 영역에서 가장 시급한 도전”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중국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지난 21일, 중국의 국영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은 2026년부터 27년에 걸쳐 매년 40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카타르로부터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계약의 규모는 총 610억달러(약 83조원) 인데요,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역대 중국의 LNG 공급 계약 중 최장 기간, 최대 규모”라고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음 달 중순에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지난달 21일 장젠화 중국 국가에너지국장은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 장관과 회담에서 에너지 공급망 협력 강화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중국의 자체 에너지 생산량도 급격히 늘었습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0월 중국 석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 원유는 3%, 천연가스는 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비축을 위한 저장 시설 건설도 진행 중입니다. 작년 말 화북 최대 천연가스 저장 시설이 허난성과 산둥성에 걸쳐 완공됐고, 올해는 가스 저장 시설 4곳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21일 중국 최대 가스 저장 시설인 신장 후투비 가스 저장고는 ‘저장할 수 있는 만큼 최대로 저장한다’는 원칙 아래 사상 최대 가스 저장량을 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중국은 작년 말 기준 20개의 천연가스 저장 기지를 운영 중입니다. 총 수용 용량은 119억t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죠.

뉴스레터

식량 비축도 공격적입니다. 지난 10일 중국 정부는 내년에 지급해야 하는 2115억위안(약 40조원)의 농업 지원금을 선지급한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중국 정부는 “농민들의 식량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중국의 예상 식량 생산량은 6억5000만t 수준으로 전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럼에도 생산 독려에 나선 것은 식량 비축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식량 수입 규모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의 식량 수입액은 1~9월에 637억달러(약 85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였던 작년(748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호주와 갈등을 빚는 와중에도 중국은 올해 1~10월 호주산 밀 수입량을 전년 동기보다 2배 늘렸다는 것 입니다.

닛케이아시아의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옥수수 비축량의 69%, 쌀 비축량의 60%, 밀 비축량의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 국가식량전략비축국은 작년 11월 “중국의 곡물 비축량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중국이 공격적으로 에너지와 식량을 비축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문제와도 직결돼 있습니다. 중국은 올해 2월 이후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데요, 사회·경제 안정을 위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식량은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릴 수 없고, 에너지는 각국 간의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중국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중국의 에너지·식량 비축은 장기적으로는 주변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의 에너지와 식량 비축이 국제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국가 간 비축 경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인 에너지, 원자재, 식품 가격 상승을 조명하며 “현대에는 에너지·식량 등의 핵심 자원이 전쟁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