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고? 애그플레이션이란

2022년, 3월 22일
곡물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고? 애그플레이션이란

장보기가 무섭습니다. 밥상 물가가 점점 오릅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을 뜻하는 영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곡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을 가르킵니다. 2007~8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농산물 가격 급등 현상을 짚으면서 만든 신조어입니다.

세계식량가격지수

최근 애그플레이션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을 기록했습니다. 1996년 해당 지수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고치입니다. 22일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애그플레이션 우려에 사료, 비료 등을 제조하는 일부 기업의 주가가 오전에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 2011년에도 발생한 애그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7년과 2011년에도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전 세계를 뒤엎었습니다. 2007년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7.5, 2011년에는 131.9까지 뛰어올랐습니다.

Food Price Index

2007~2008년에는 이른바 ‘곡물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수급 불균형이 문제였습니다. 신흥국 부상 → 육류 소비량 증가 → 곡물 수요 증가로 이어진 반면 기상 이변이 일어나며 곡물 생산량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곡물 가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2011년 애그플레이션은 세계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년도 산불, 가뭄을 이유로 밀 수출을 제한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만 26만 명이 아사하는 등 곡물 수입 의존도가 큰 국가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번 애그플레이션 원인은 팬데믹과 전쟁

이번 애그플레이션의 원인도 2011년과 비슷합니다. 다만 앞서 코로나19라는 배경이 깔려있습니다. 팬데믹, 해상 운임 폭등, 에너지 가격 상승,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 각국의 자원 무기화로 인한 수출 제한 등이 꾸준히 식량값을 올렸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을 붙였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곡창 지대’로 불립니다. 두 국가가 차지하는 전세계 곡물시장 점유율은 밀 27%, 보리 23%, 옥수수 14%, 해바라기유 53% 등입니다.

앞선 원인에 전쟁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산 식량과 비료 공급이 불분명해지면서 전세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기에 지난 14일 러시아는 6월 말까지 밀, 호밀, 옥수수, 보리 등의 수출 제한까지 발표했습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밀 가격은 21%, 보리 가격은 33%나 올랐습니다. 또한 일부 비료 가격은 전쟁 전보다 무려 40%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 등에 따르면 t당 밀 선물가격은 지난 7일 기준 524달러로 지난달 평균 가격 296달러보다 77%나 급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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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우려는 한동안 지속될 듯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아 가격이 한동안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동안 식량값은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걱정도 커집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입니다. 식량 자급률은 4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입니다. 지난달에는 곡물 수입에만 무려 7억5800만 달러(약 9433억 원)를 지불했습니다.

물가도 상승 조짐을 보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2월 104, 2022년 1월 104.7, 2022년 2월 105.3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입 곡물 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 물가는 0.39% 포인트 오른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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