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생각하는 삼겹살 1인분은 몇 그램(g)인가요?
수출입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은 트레드링스 내에서도 갈렸습니다. 200g부터 120g까지 각양각색의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예전에는 200g이었던 것 같은데, 요새 주변을 둘러보면 점점 줄어들어 심지어 100g인 음식점도 있습니다.
뜬금없이 삼겹살 얘기를 꺼낸 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플레이션 앞에 ‘줄어들다’란 뜻의 Shrink가 붙은 경제 용어입니다. 가격은 유지하는데 내용물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뜻합니다. 마치 삼겹살 1인분의 중량이 야금야금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죠.
·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 기업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크기, 중량을 줄여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얻으려는 전략

최근에는 우리가 마트에서 자주 사는 물건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냉동 핫도그(5개→4개), 맥주(375ml→370ml), 핫바(280g→230g), 김(5g→4.5g), 만두(415g→378g), 과자(72→67g)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포장은 똑같거나 비슷한데 중량만 줄이니 소비자가 알아채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편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두고 소비자 ‘기만’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의 가격이 치솟았을 당시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비자 가격을 올렸습니다. 최근 밀 가격이 뚝 떨어졌지만 가격을 줄이기는커녕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지요.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형 마트를 방문해 물가를 점검하면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다”라며 “양을 변경했을 때 판매자의 자율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알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우리나라 문제 만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비슷한 꼼수를 쓰고 있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쿠키로 알려진 오레오는 최근 소비자들이 “크림의 양이 줄었다”고 항의하자 “품질로 장난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 까르푸는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에 대한 안내문을 자체적으로 붙이면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등에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제도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브라질에서는 이미 제품 용량에 변화가 생기면 변경 전, 후의 수치를 6개월 이상 포장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 슈링크플레이션과 비슷하지만 다른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스킴플레이션은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이 가격은 같은데 양을 줄이는 것이라면 스킴플레이션은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오렌지주스를 예로 들면 슈링크플레이션의 경우 같은 가격이지만 용량이 줄어든 것이라면, 스킴플레이션은 가격과 용량이 같지만 오렌지의 함량이 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