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리스크, 이제 물류 거점이 표적이다: 와일드베리스 창고부터 호르무즈 해협까지

2026년, 10월 20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입니다.

지난 7월 18일, 모스크바주 엘렉트로스탈과 탐보프주 코토프스크의 대형 물류센터에 드론이 떨어졌습니다. 군수공장도 정유시설도 아니었습니다. 러시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와일드베리스(Wildberries)가 주문 상품을 쌓아 두고 전국으로 내보내던 창고였죠.

공격은 한 달 넘게 이어졌고, 8월 22일에는 2위 업체 오존(Ozon)의 물류센터도 드론에 맞았습니다. 업계 1, 2위의 창고가 차례로 불탄 겁니다. 공급망 리스크라고 하면 보통 공급사 부도나 원자재 가격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번에는 상품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거점 자체가 표적이 됐습니다.

비슷한 일은 창고 밖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항만과 바다 위 항로, 터미널을 돌리는 전산 시스템까지 공격을 받고 멈춰 서기도 했죠.

그렇다면 왜 하필 물류 거점이 표적이 되는 걸까요?

러시아 1·2위 이커머스의 핵심 물류 허브가 차례로 표적이 됐다

와일드베리스는 흔히 ‘러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립니다. 2025년 거래액(GMV)은 6조 1,000억 루블(약 73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9% 늘었고, 하루 처리 주문은 2,000만 건이 넘습니다. 이 물량이 200곳 넘는 물류 시설, 약 520만㎡ 규모의 창고망을 거쳐 움직입니다. 2024년 말 기준 이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판매자는 100만 명이 넘고 그중 85% 이상이 중소기업입니다. 와일드베리스 물류망이 멈추면 이들의 판매도 함께 흔들리는 구조입니다.

2026년 7월 18일 첫 공격으로 8명이 숨지고 70명 넘게 다쳤으며, 와일드베리스 물류 능력의 약 7%가 차질을 빚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창고들이 제재 대상인 드론 부품과 항법 장비를 러시아군에 공급하는 데 쓰였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는 테러로 규정했습니다.

2026년 7월 2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이 와일드베리스 창고를 공격한 뒤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사진: AP)

이후 공격은 규모가 큰 핵심 허브를 겨냥했습니다. 3주가 안 돼 15개 주요 허브 가운데 8곳이 한동안 멈췄고, 8월 16일에는 모스크바권의 1~2일 배송을 맡던 최대 창고 콜레디노 단지까지 불탔습니다. 피해 규모는 집계 주체와 기준(물류 처리 능력인지, 창고 면적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 만에 창고 능력의 절반 가까이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는 창고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와일드베리스 창업자 타티아나 킴(Tatyana Kim) 최고경영자는 10개국 사업자가 큰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 인사이트(Data Insight)는 와일드베리스 판매자들의 손실을 4,450억~5,070억 루블로 추정했습니다. 창고 몇 곳을 겨냥한 공격이 회사 하나를 넘어 수많은 판매자의 매출과 모스크바권 배송까지 흔들었습니다.

Timeline
와일드베리스·오존 물류 거점 피해 흐름 (2026년)
시점내용
7월 18일와일드베리스 첫 공격, 물류 능력 약 7% 차질
공격 시작 후 3주10곳 이상 피격, 15개 주요 허브 중 8곳 일시 마비, 물류 능력 10% 이상 손실(창고 능력 기준 약 17%라는 추정도 있음)
8월 초창고 14곳(150만㎡ 이상) 가동 중단, 창고 능력의 4분의 1 이상
8월 16일최대 창고 콜레디노 단지(20만㎡ 이상) 화재, 상품 약 780억 루블 소실
8월 17일7월 중순 이후 22곳 이상 피격, 피해 면적 약 240만㎡(전체 창고 능력의 약 43%)
8월 22~24일오존 물류 거점 6곳 피격, 주가 장중 최대 12%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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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표적은 서두에 언급한 오존이었습니다. 오존은 2025년 말 기준 러시아와 옛 소련권 국가에서 약 500만㎡의 물류 인프라를 운영하는 2위 업체죠. 8월 22일 사마라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이틀 사이 6곳이 공격을 받았고, 다게스탄 마하치칼라 물류센터는 불이 나 가동을 멈췄습니다. 공격은 8월 27일 우파·오렌부르크, 9월 10일 사라토프 물류센터로 이어졌습니다.

9월 11일까지 파손되거나 무너진 오존 물류센터는 7곳에 이르고, 사라토프의 10만㎡ 규모 창고는 완전히 불탔습니다. 데이터 인사이트는 오존 자체 손실을 300억~625억 루블, 판매자 손실을 885억~1,070억 루블로 추정했고, 오존 주가는 모스크바거래소에서 장중 최대 12% 떨어졌습니다.

물류 거점이 표적이 되는 이유, 경제의 흐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와일드베리스와 오존은 왜 전쟁의 표적이 된 것일까요?

모스크바타임스는 이번 공격을 우크라이나 장거리 타격의 새로운 단계로 평가했습니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시민의 일상까지 흔들어 전쟁을 체감하게 하려는 공격이라는 것이죠

사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물류 거점을 노린 공격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러시아는 2023년 7월 흑해 곡물 협정에서 빠진 뒤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 항만을 8차례 공격했습니다. 이때 곡물 27만 톤이 파괴되면서 국제 곡물 시장까지 흔들렸죠. 이 밖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택배사 노바 포슈타(Nova Poshta)의 터미널을 거듭 공격했고, 2026년 7월 31일에는 폴타바 분류 터미널이 완전히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와일드베리스와 오존에 앞서 러시아의 수출 거점을 노렸습니다. 2025년 11월 해상 드론으로 노보로시스크 인근의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흑해 터미널을 멈춰 세운 것입니다. 이 곳은 세계 석유의 1% 이상이 지나는 곳이라, 당시 교전국도 아닌 카자흐스탄의 원유 수출길까지 막히기도 했습니다.

양측이 이렇게 물류 거점을 겨냥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전쟁에서는 군사력만큼이나 경제를 계속 돌릴 수 있느냐가 힘을 가르는 기준이 됐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경제를 멈추게 하면 그만큼 상대의 힘도 약해지는 것이죠. 경제가 돌아가려면 물건이 끊임없이 오가야 하는데, 그 흐름이 한데 모이는 곳이 바로 물류 거점입니다.

대형 물류창고만 봐도 그렇습니다. 상품은 물론 물동량 데이터와 IT 시스템, 물류 서비스 업체, 운영 판단까지 이곳에 모여 있습니다. 그러니 한 곳만 멈춰도 피해가 건물 안에서 끝나지 않고 공급사와 판매자, 소비자까지 줄줄이 흔들리죠. 물류 시설의 값어치를 무엇을 만드느냐 못지않게 어떤 흐름을 떠받치느냐로 따지게 된 것도 그래서입니다. 일부 민간 물류 시설이 예전 같으면 군사 핵심 자산으로 꼽혔을 곳만큼 중요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Key Point
물류 거점이 표적이 되는 이유
구분내용
1흐름의 집중경제를 돌리는 물자와 정보가 한곳에 모여 있다
2피해의 확산한 곳만 멈춰도 공급사·판매자·소비자, 때로는 다른 나라의 교역까지 흔들린다
3전략적 가치민간 시설이라도 군사 시설 못지않은 압박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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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호르무즈 항로가 막히자 운임과 환적 혼잡이 전 세계로 번졌다

물자가 모이는 길목은 땅 위에만 있지 않습니다. 세계 교역 물동량의 80% 이상이 오가는 바다에도 배들이 몰리는 좁은 길목이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홍해와 걸프 지역을 드나드는 호르무즈 해협이 대표적이죠. 이런 곳이 막히면 창고 한 곳이 멈출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그 길을 지나는 항로 전체가 멈춥니다.

홍해에서는 이런 일이 벌써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멘 후티 반군이 2023년 11월 홍해와 아덴만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한 뒤로, 2026년 초까지 공격과 나포가 99차례에 달했습니다. 이 때문에 선사들은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바다를 피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는데요. 그만큼 항차마다 1~2주가 더 걸렸고, 선사와 화주는 늘어난 운송비와 리드타임을 떠안은 채 조달 계획을 다시 짜야 했습니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배도 크게 줄었습니다. BIMCO에 따르면 2025년 이곳을 지난 선박의 재화중량톤수는 2023년보다 57~64% 적었고, 컨테이너선은 4분기 기준 86% 감소했습니다.

2025년 10월 가자지구 휴전 뒤 잠시 잦아들었던 후티의 공격은 2026년 7월 다시 시작됐습니다.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이번에는 사우디와 연계된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예 길목 전체가 닫혔습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전쟁이 터지자 해협은 사실상 막혔고, 머스크(Maersk), MSC, 하팍로이드(Hapag-Lloyd), CMA CGM 같은 주요 선사가 통항을 멈췄습니다.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3월 2일 기준 페르시아만 안에 갇힌 컨테이너선은 138척, 선복으로는 약 47만 TEU였습니다.

길목이 막히자 그 충격은 운임과 환적망을 타고 걸프 밖으로 번졌습니다. 상하이~제벨알리 스팟 운임은 위기 전 2,000달러 미만에서 8,000달러 이상으로 네 배가 됐고, 하팍로이드는 경로에 따라 컨테이너당 300~7,200달러의 중동 긴급 할증료를 매겼습니다. 중동 최대 항만인 제벨알리(Jebel Ali)는 재수출을 포함한 처리 물량의 약 65%가 환적 화물이라, 이곳이 흔들리면 충격이 아랍에미리트 밖으로 넓게 퍼집니다. 실제로 제벨알리의 2026년 2분기 물동량은 1년 전보다 90.1% 줄었습니다. 중동 항만의 혼잡은 싱가포르, 포트클랑, 탄중펠레파스 같은 아시아 환적 허브로 번졌는데, 모두 미국행 물량도 함께 처리하는 곳들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공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10월 들어 공격이 다시 급증했고, 지난 10월 13일에는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GFS 프라이드(GFS Pride)호가 해협을 지나다 피격돼 가라앉았고, 인도인 선원 1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Comparison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비교
구분홍해호르무즈 해협
위기 시작2023년 11월2026년 2월 28일
공격 주체·대상후티 반군, 2026년 7월 이후 사우디 연계 선박 중심이란,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컨테이너선 등
선사 대응희망봉 우회(항차당 1~2주 추가)해협 통항·걸프행 예약 중단, 긴급 할증료
화물 영향2025년 수에즈 통과 재화중량톤수 2023년 대비 57~64% 감소상하이~제벨알리 운임 약 4배, 제벨알리 2분기 물동량 90.1% 감소, 아시아 환적 허브 혼잡
2026년 10월 상황8월 수에즈 통과량 회복, 사우디 연계 선박 공격 지속10월 공격 급증, 컨테이너선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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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벌어진 일은 앞서 본 창고 공격과 결이 같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함께 기대는 길목 하나가 막히자, 충격은 제조사와 유통·이커머스 기업을 거쳐 소비자에게까지 빠르게 번졌습니다. 드론과 미사일로 바닷길 하나를 막는 것만으로 세계 물류가 흔들린 셈입니다.

물류 거점은 소포 하나, 해킹 한 번으로도 멈춘다

바다에서 벌어진 일도 앞서 본 창고 공격과 결이 같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함께 기대는 길목 하나가 막히자, 충격이 제조사와 유통·이커머스 기업을 거쳐 소비자에게까지 번졌으니까요. 드론과 미사일로 바닷길 하나를 막는 것만으로 세계 물류가 흔들린 셈입니다.

그런데 물류 거점을 멈추는 데 꼭 드론이나 미사일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2024년 7월 독일 라이프치히의 DHL 허브에서는 소포 하나가 화물 컨테이너 전체를 태웠습니다. 발트3국에서 부친 이 소포는 DHL의 핵심 항공화물 허브인 라이프치히에서 다시 실려 최종 수취인에게 갈 예정이었습니다. 같은 달 영국 버밍엄 인근 DHL 창고에서도 소포가 발화했는데, 서방 안보 당국은 이를 북미행 화물기에 불을 내려던 러시아 정보기관의 계획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크렘린은 근거 없는 조작이라며 부인했죠. 공격하는 쪽은 소포를 부치기만 했을 뿐, 그 소포를 허브까지 실어 나른 건 물류망 자신이었습니다.

전산 시스템을 노리면 소포조차 필요 없습니다. 2017년 우크라이나 회계 소프트웨어의 악성 업데이트를 타고 퍼진 NotPetya는 특정 기업을 노린 공격이 아니었는데도, 머스크 전산망에 들어가 전 세계 76개 항만 터미널을 멈춰 세웠습니다. 머스크가 추산한 손실은 2억~3억 달러였습니다.

항만 하나가 통째로 멈춘 사례도 있습니다. 2023년 7월 일본 교역량의 약 10%를 맡는 나고야항에서는 모든 컨테이너 터미널을 제어하는 통합 시스템이 랜섬웨어에 감염돼 이틀 넘게 컨테이너가 드나들지 못했습니다. 넉 달 뒤인 11월에는 호주 화물의 약 40%를 처리하는 DP World 호주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시드니·멜버른·브리즈번·프리맨틀 터미널의 인터넷 연결을 끊었고, 그사이 컨테이너 3만 개가량이 쌓였습니다. 세 사례 모두 터미널 운영이 시스템 하나에 묶여 있었던 탓에, 크레인과 선석이 멀쩡해도 그 시스템이 멈추자 화물이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효율을 위해 한곳에 모은 공급망이 단일 장애점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창고와 항로, 전산 시스템까지 왜 이렇게 한곳에 몰리게 됐을까요?

답은 지난 30년의 공급망 관리 방식에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비효율을 걷어 내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재고는 줄이고 물량은 한곳에 모았으며, 공급사는 가장 싼 곳을 골랐습니다. 운영은 자동화하고 배송 주기는 줄였습니다. 그렇게 얻은 생산성 위에서 소수의 대형 유통 기업이 하루 수백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이커머스도 성장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효율을 끝까지 끌어올린 공급망일수록 한 곳만 멈춰도 전체가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물량과 기능을 몇몇 거점에 몰아 둔 만큼, 그 거점이 곧 한 곳만 멈춰도 전체가 멈추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되기 때문이죠.

2021년 3월 수에즈 운하 봉쇄와 코로나19 때의 반도체 부족이 이를 먼저 보여 줬습니다. 앞서 본 사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스크바권의 1~2일 배송을 떠받치던 와일드베리스의 콜레디노 창고가 그랬고, 걸프 지역의 유일한 바닷길인 호르무즈 해협과 터미널 전체를 움직이던 나고야항의 전산 시스템이 그랬습니다. 최적화된 공급망이 곧 회복탄력적인 공급망은 아니었던 겁니다.

공급망 리스크 관리, 재고를 나누고 핵심 거점부터 가려내야 한다

그럼 한곳에 몰린 공급망의 약점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기업들이 찾은 답은 거점을 나누는 것입니다. 아마존(Amazon)은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130억 개가 넘는 상품을 당일·익일 배송할 만큼 거대한 집중형 네트워크를 키웠습니다. 그런 아마존도 이제는 지역에서 생기는 차질의 영향을 줄이려고 재고를 소비자 가까이로 옮기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미국 안 4,000곳이 넘는 중소 도시와 농촌으로 당일·익일 배송을 넓혔습니다.

앞서 본 기업들도 거점을 나누거나 대체 경로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와일드베리스는 카자흐스탄에 약 26만㎡ 규모 창고를 새로 지어 2027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등 물류 능력 일부를 국외로 옮기고 있습니다. 노바 포슈타는 터미널이 공격받을 때마다 백업 물류 경로를 가동해 배송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공급망은 비용과 속도만으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충격을 받아 내고 운영을 다시 짜서 거점 하나가 멈춰도 사업을 이어 가는 능력, 곧 공급망 회복탄력성이 함께 따져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물류 거점이 표적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급망을 군사 기지처럼 요새로 만들자는 얘기도 아니고요. 다만 경제 활동을 직접 떠받치는 일부 시설은 다른 핵심 인프라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에, 그런 거점부터 가려내 대비해야 합니다.

모든 약점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목표는 단일 장애점 하나가 사업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게 하는 것이고, 공급망 관리의 무게중심도 네트워크 최적화에서 견고성으로 옮겨 가는 중입니다. 그러려면 공급망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물류 거점을 다음과 같이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몇 주만 쓸 수 없어도 공급망 전체가 제대로 돌지 못하는 자산이 어디인가. 초대형 물류센터는 거의 틀림없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2. 창고 입지를 정할 때 부동산 비용, 고객과의 거리, 인력 확보와 함께 지정학적 조건, 인프라 안정성, 위기 때도 운영을 이어 갈 수 있는지를 따졌는가.
  3. 물량을 한곳에 얼마나 모았는지, 그 거점과 연결된 디지털 인프라는 얼마나 취약한지 알고 있는가.
  4. 내 화물이 지나는 해상 회랑과 항만, 환적 허브 가운데 한 곳이 막히면 어떤 운송 건이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고 있는가.
  5. 어느 한 지점이 멈춰도 사업 전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대체 경로와 거점이 마련돼 있는가.

공급망 리스크 시대, 해상 화물이 지나는 길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해상 운송을 다루는 화주와 포워더에게 가장 먼저 와닿는 건 네 번째 질문입니다. 홍해와 호르무즈에서 보듯 바닷길은 한 번 막히면 운임과 환적, 도착 일정이 한꺼번에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내 화물이 지금 어느 선박에 실려 어느 환적항을 지나고 있는지, 그리고 도착 예정일(ETA)이 얼마나 밀렸는지입니다. 그런데 운송 건이 여러 선사에 흩어져 있으면 이걸 하나씩 확인하는 데만 한참이 걸립니다. 그만큼 조달 일정을 고치고 고객에게 안내하는 일도 늦어지죠.

트레드링스 Ocean Visibility는 여러 선사에 흩어진 운송 건을 한곳에 모아 선박 위치와 환적, ETA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물류 거점이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는 지금, 완벽하게 안전한 공급망은 없습니다. 다만 내 화물이 어느 길목에 기대고 있는지 알고 그 흐름이 바뀌는 순간을 빨리 알아채는 기업이, 충격을 더 작게 넘기게 될 것입니다.

FAQ

자주 묻는 질문

공급망 리스크란 무엇인가요?

공급망 리스크는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 운송, 보관, 배송으로 이어지는 상품과 정보의 흐름이 끊기거나 늦어질 위험을 말합니다. 흔히 공급사 부도나 원자재 가격 변동을 먼저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상품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물류 거점 자체가 공격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2026년 7월부터 러시아 1·2위 이커머스 기업 와일드베리스와 오존의 물류센터가 드론 공격을 받았고, 같은 해 2월 말부터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혀 세계 해상 물류가 흔들렸습니다.

와일드베리스와 오존의 물류센터는 얼마나 피해를 입었나요?

와일드베리스는 2026년 7월 18일 첫 공격 이후 3주가 안 돼 15개 주요 허브 가운데 8곳이 한동안 멈췄습니다. 8월 16일에는 모스크바권의 1~2일 배송을 맡던 최대 창고 콜레디노 단지까지 불탔습니다. 러시아 독립 매체 집계로는 8월 17일까지 22곳 이상이 공격받아 전체 창고 능력의 약 43%가 피해를 입었고, 시장조사업체 데이터 인사이트는 와일드베리스 판매자들의 손실을 4,450억~5,070억 루블로 추정했습니다. 오존도 8월 22일부터 공격을 받아 9월 11일까지 물류센터 7곳이 파손되거나 무너졌으며, 오존 자체 손실은 300억~625억 루블로 추정됩니다.

물류 거점은 왜 전쟁의 표적이 되나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군사력만큼이나 경제를 계속 돌릴 수 있느냐가 힘을 가르는 기준이 됐습니다. 경제가 돌아가려면 물건이 끊임없이 오가야 하는데, 그 흐름이 한데 모이는 곳이 물류 거점입니다. 대형 물류창고에는 상품과 물동량 데이터, IT 시스템, 물류 서비스 업체, 운영 판단까지 모여 있어서 한 곳만 멈춰도 공급사와 판매자, 소비자가 함께 흔들립니다. 2025년 11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흑해 터미널이 멈추자, 교전국도 아닌 카자흐스탄의 원유 수출길까지 막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해상 물류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홍해에서는 2023년 11월 이후 후티 반군의 공격과 나포가 2026년 초까지 99차례 이어졌습니다. 선사들이 희망봉으로 돌아가면서 항차마다 1~2주가 더 걸렸고, 2025년 수에즈 운하 통과 선박의 재화중량톤수는 2023년보다 57~64% 줄었습니다. 걸프 지역의 유일한 바닷길인 호르무즈 해협은 2026년 2월 28일 이후 사실상 막혀, 3월 2일 기준 컨테이너선 138척(약 47만 TEU)이 페르시아만에 갇혔습니다. 상하이~제벨알리 운임은 약 4배로 뛰었고, 제벨알리항의 2분기 물동량은 1년 전보다 90.1% 줄었으며, 혼잡은 싱가포르와 포트클랑 같은 아시아 환적 허브로 번졌습니다.

무기가 아니어도 물류 거점이 멈출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2024년 7월 독일 라이프치히의 DHL 항공화물 허브에서는 발트3국에서 부친 소포가 발화해 화물 컨테이너 전체가 탔습니다. 서방 안보 당국은 이를 러시아 정보기관의 계획으로 의심하고 있고, 크렘린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전산 시스템이 멈춰도 결과는 같습니다. 2017년 NotPetya는 머스크의 전 세계 76개 항만 터미널을 멈춰 세웠고, 2023년에는 나고야항이 랜섬웨어로 이틀 넘게 멈췄으며, DP World 호주에서는 사이버 공격으로 컨테이너 3만 개가량이 쌓였습니다.

공급망은 왜 한 곳만 멈춰도 전체가 흔들리게 됐나요?

지난 30년 동안 기업들이 재고를 줄이고 물량을 한곳에 모으는 방식으로 효율을 끝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물량과 기능을 몇몇 거점에 몰아 두면, 그 거점은 한 곳만 멈춰도 전체가 멈추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됩니다. 2021년 수에즈 운하 봉쇄와 코로나19 때의 반도체 부족이 이를 먼저 보여 줬습니다. 와일드베리스의 콜레디노 창고, 호르무즈 해협, 나고야항의 전산 시스템도 모두 같은 구조였습니다.

기업은 공급망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거점을 나누고, 멈추면 치명적인 거점부터 가려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아마존은 거대한 집중형 네트워크를 키운 뒤, 2025년 미국 내 4,000곳이 넘는 중소 도시와 농촌으로 당일·익일 배송을 넓히며 재고를 소비자 가까이로 옮기고 있습니다. 와일드베리스는 카자흐스탄에 약 26만㎡ 규모 창고를 짓고 있고, 노바 포슈타는 터미널이 공격받을 때마다 백업 물류 경로를 가동합니다. 실무에서는 몇 주만 멈춰도 치명적인 자산, 창고 입지의 지정학적 조건,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 해상 회랑과 환적 허브 의존도, 대체 경로 확보 여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상 운송 화주와 포워더는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나요?

홍해나 호르무즈처럼 바닷길이 막히면 운임과 환적, 도착 일정이 한꺼번에 흔들립니다. 이때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내 화물이 어느 선박에 실려 어느 환적항을 지나고 있는지, 그리고 도착 예정일(ETA)이 얼마나 밀렸는지입니다. 운송 건이 여러 선사에 흩어져 있으면 확인이 늦어지는데, 트레드링스 Ocean Visibility는 여러 선사의 운송 건을 한곳에 모아 선박 위치와 환적, ETA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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