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이어진 선사 담합, 합법일까? 불법일까?…공정위 수천억원대 과징금 예고

2021년, 9월 24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수출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이끌어온 해운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 43년 동안 법으로 허용돼온 선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운임료 담합으로 규정하고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선사들은 운임 공동행위는 글로벌 관행이고, 이미 10년 전 공정위에서도 인정한 내용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선사 “운임 공동행위는 합법”

23일 공정위는 국내외 선사 23곳(국내 12개 선사, 해외 11개 선사)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동남아노선의 운임을 사전 협의해 정한 것에 대해 80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습니다.

이에 대해 선사들은 운임 공동행위는 해운법 제 29조로 보장되어있어 합법이자, 해운업의 특성상 국제적으로 오랜 시간 허용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UN은 1974년 UN 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서 ‘UN 정기선 헌장’을 공표하며 해운업계의 공동행위를 인정해주었습니다.

UN 무역개발협의회가 해운산업에서만 유일하게 공동행위를 인정한 이유는

  1. 화주가 갑, 선사가 을 이라는 해운업계의 특수성
  2. 글로벌 거대 선사의 저가 공새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 국적선사들의 공동행위가 불가피하다는 점

등의 이유가 있기 떄문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1978년 해상운송사업법(이하 해운법) 개정을 통해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해왔습니다. 앞서 설명해드린 해운업의 특수성이 인정된 것이죠.

이에 대해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공동행위는 지난 40여년 동안 해운법에 따라 허용돼왔다”며, “공정위 역시 2011년 8월 국민신문고 주요상담사례를 통해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 자체가 제외된다고 답변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 “허용된 담합도 절차를 지켜야 합법”

선사들은 앞서 설명한 ‘UN 정기선 헌장’과 ‘해운법’ 외에도 공정거래법 58조를 근거로 들며 선사들의 운임 공동행위는 합법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58조에는 “이 법의 규정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선사들이 공정거래법과 해운법의 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펼치는 주장”이라며, 선사들의 운임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에 명시된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일 뿐 선사간 공동행위는 엄격한 요건 아래서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공정위 관계자는 “해운업체들은 공동행위를 하기 전에 화주단체와 협의하고 정부(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이를 신고하여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해운법 제29조의 하위조항을 지키지 않았다”며 “해운법도 모든 담합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 아닌 만큼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법을 통한 제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도 선사 간 공동행위를 무조건 허용하는 곳은 없으며 EU(유럽연합), 홍콩, 말레이시아 등은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선사들은 해운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해운법에서 정한 과태료를 부과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하지만 해운법이 정한 과태료는 상한액이 100만원에 불과해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해운업계에 대한 규제 실효성이 없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습니다.

위성곤 의원 “법 개정해 공정위 제재 막겠다”

한편 선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한 제재 절차가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 7월 22일, 위성곤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해운업 공동행위를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 수 없도록 명시한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정기선사간 운임을 공동행위에 대한 규율을 해수부가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해수부, 공정위 두 부처가 해운업계를 모두 규제하는 데 따른 해운업계의 혼란을 없애고 해운업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높은 해수부에서 공동행위를 관할하라는 것이죠.

개정안은 해운법 제29조에 따라 허용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말도록 명확히 하되, 대신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최대 1억 → 10억원으로 높여 법의 실효성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되었으며, 이르면 이달말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업종과 달리 해운업에 대해서만 공정거래법 예외 규정을 강화하면 앞으로 해운업계의 무분별한 담합이 잇따를 것이라는 것 입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완전히 배제하려면 비국처럼 해운업의 공동행위만을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독립적 기구를 만들고 제재 수위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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