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전세계 공급망 위기‥ 도착까지 현대차 6개월, 나이키 80일 걸려

2021년, 9월 28일
글로벌공급망

배도 비행기도 없다

물류비용 1년 새 3배로 치솟아

전세계 산업 공급망 비상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에 이어 생활필수품까지 부족

 코로나19 경기 회복으로 수출입 물량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주요 항만 운영이 일부 멈춰 서면서 물류난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현대차 아반테(수출명 엘란트라)를 인도받는데  6개월이 소요되고 미국에선 크리스마스트리 가격 (25% 인상)을 포함해 차량 렌탈비, 각종 생활제품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급등한 물류비는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이동을 더욱 늦추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한때 스마트폰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지속되는 물류난은 스마트폰·자동차 부품에 이어 생활필수품까지 글로벌 공급망을 ‘복합 위기’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물류난이 정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최소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생필품에서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공급망이 마비 직전에 놓인 가운데, 항만 적체·빈 컨테이너 수급 문제·인력난으로 물류 동맥이 꽉 막혀 있어 물동량이 많아지는 연말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입니다. 블룸버그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올해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를 마비시키는 거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월마트
미국 월마트 휴지 진열대

뉴욕 스타벅스 플라스틱 컵 동나간다

나이키는 23일(현지시간) 아시아 지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북미 지역으로 가져오는 데 무려 80일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동남아시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을뿐 아니라 팬데믹 이전보다 물류 운송에 소요되는 시간도 2배에 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나이키는 현재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기지 공급망 차질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기업 중 하나입니다.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매튜 프렌드는 “베트남의 코로나19 지역 봉쇄로 10주 물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라며 “나이키가 글로벌 공급망 역풍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10주간의 생산 차질은 곳곳에서 공급 병목을 불러일으켜 북미까지 제품이 이동하는데 평균 80일 이상 소요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 메릴랜드주 유명 샌드위치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하고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 가격은 25%나 뛰는 등 물류난이 제품 가격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유통 업체 코스트코는 제품을 실어 나를 트럭과 운전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키친타월에 이어 휴지와 생수 판매 수량까지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코스트코의 갈란티 CFO는 “1년 전만 해도 상품이 부족했다“며 “현재 우리는 많은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급자들의 트럭 운송과 배송 지연에 따른 단기적인 제한으로 배송이 2, 3주 정도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기름 부족, 마트 진열대도 텅텅

영국공급망
영국 대형 마켓 상황, 이미지 출처=independent news

영국에서는 주유대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영향으로 주유소까지 기름을 운반하는 트럭 운전자들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트럭을 운전하는 상당수는 외국인 노동자였는데 브렉시트로 EU 회원국 국민이 영국에서 일하려면 신규로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연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유소에 사재기 행렬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주유소 1200개를 보유하고 있는 석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지점 3곳 중 1곳은 휘발유가 동이 났습니다. 영국휘발유소매업자협회(PRA)는 일부 지역의 경우 전체 주유소 중 90%가 기름이 고갈됐다고 전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군 병력을 투입해 연료를 수송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주유대란
영국 Gas Station ‘기름 없음’ 표시판

중국 및 동남아

최근 중국의 전력 공급난 문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의 전력 공급난은 결국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아시아 최대 전력 공급국인 중국은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낮추기로 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갈등으로 인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면서 석탄 가격이 폭등해 석탄 발전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도시에서 가로등은 물론 신호등도 꺼져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등 중국의 전력난이 심각하다고 SCMP는 전했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물론, 알루미늄 제련소에서 섬유공장, 대두 가공 공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장의 조업이 중단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외교적 갈등까지 더해져 희토류 등 중국 자원의 대미 수출 제한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전 세계 산업 공급망 위기는 향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동남아 상황은 아직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동남아 최대 수출 기지인 베트남은 지난 6~7월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도시 간 이동 제한, 공장 근로자 출·퇴근 금지 등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호찌민에선 일부 조치가 규제되긴 했지만 여전히 봉쇄 상태입니다. 특히 노동직업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인텔, 도요타, 이케아, 나이키, 아디다스 등이 베트남발 공급 차질을 겪었습니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봉쇄 조치의 단계적 해제를 시사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가동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현지에 동반 진출한 부품공장 가동률 저하가 이어지면 정상화에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때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가전제품 성수기인 올 4분기 판매에 차질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영국의 한 매체는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정부의 엄격한 봉쇄령으로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류대란

세계적인 물류대란도 지난해부터 지속돼 최근까지 완화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 후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자 물동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는 컨테이너선 운임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국내 수출 기업은 화물을 실어 나를 선박과 컨테이너를 구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운임지표

연내 5000까지 갈 거라는 예상이 있는 해운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4643.7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5월 14일(3343.34) 이후 20주 연속 상승입니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말(1443.54)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것입니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대미 수출기업은 웃돈을 주더라도 선박을 구하려고 하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항공 운송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지만 이쪽 운임도 최근 많이 상승해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화주들이 높은 운임을 주고 선박을 입도선매하는 현상까지 잇따르고 있습니다.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에서 비싼 운임을 지불하는 중국 기업 화물을 가득 실은 뒤 부산항을 아예 건너뛰고 목적지로 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중국 화주들은 국내보다 운임을 2.5배 이상 더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섬유·원단업체 또한 원가 상승과 물류난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한 원단업체는 물류대란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한 철도 운송까지 알아봤지만 최근 이것도 여의치 않자 포기하고 다시 배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자국 내 반도체 공급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미국처럼 한국 정부 역시 산업계 공급망을 재점검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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