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돌연 팜유 수출을 금지한 이유, 팜유∙식용유 대란 여파,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은?

2022년, 4월 28일
인도네시아, 돌연 “팜유원유, RBD팜유도 수출금지”… 국제시장 대 충격. 식용유 대란올까?

식용유와 RBD 팜올레인에 한해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했던 인도네시아가 돌연 팜유 원유, RBD 팜유로까지 수출 금지 품목을 확대하면서 국제시장이 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불법 선적을 막기 위해 군 병력까지 동원한 상태인데요,
결국 최악의 식용유 대란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팜유 수출을 금지한 이유와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까지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팜유(palm oil)가 뭐길래?

기름야자의 과육을 가공해 생산한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뿐 아니라 화장품,생활용품 등 전방위적으로 사용되는 원료입니다.

대부분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는 글리세린, 라우린산 등 지방산, MCT 오일 등이 팜유에서 유래된 원료이며, 팜유 유래 지방산에서도 세틸알코올 등 지방알코올류를 추출해 화장품에 사용하고 있죠.

이 팜유는 제조 과정에 따라 팜올레인, DBD 팜유 등 여러 종류로 나뉘게 됩니다.

팜유 제조과정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정부는 0시부터 팜유 원유(CPO)와 RBD 팜유까지 모두 수출을 중단, 국제시장을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이는 수출 금지 대상 품목을 RBD 팜올레인에 한정한다고 했던 결정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입니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하르타르토 장관은 전날 자국 내 대용량 식용유 가격이 리터(L) 당 1만 4000루피아(약 1230원)로 안정될 때까지 3가지 HS코드(품목코드)에 해당하는 RBD 팜올레인 제품만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었죠.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발표 time line

이에 대해 하르타르토 장관은 결정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결정과 국민의 건의 및 견해를 고려한 결과”라고만 짧게 설명했습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또한 성명을 통해 “국민의 기본적 욕구 충족이 최우선 순위”이라며 “팜유 수출 중단이 팜유 농가 생산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식용유의 내수시장 공급이 풍부해질 때까지 공급을 늘리는 게 우선”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조코 위도도 대통령 (출처 : AFP)

이번 인도네시아의 갑작스러운 돌변은 볶거나 튀긴 음식을 선호하는 인도네시아에서 통상 식용유 가격은 민심과 직결되는 품목으로, 물가상승에 흔들리는 민심을 잡기 위해 대통령이 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날 불법 선적을 단속하기 위해 수출항에 해군 함정과 병력까지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도네시아 해군 대변인은 “(수출 금지) 규정을 준수하도록 순찰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전했습니다.

국제시장 팜유 가격 급등

식품업계 ‘대혼란’…“이건 미친 짓”

세계 팜유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대부분 팜유 제품 수출을 중단함에 따라 국제 식용유 팜유·시장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팜유는 전 세계 식물성 기름 출하량의 거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약 60%는 인도네시아가 담당하고 있죠.

인도네시아, 돌연 “팜유원유, RBD팜유도 수출금지”… 국제시장 대 충격. 식용유 대란올까?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 인도분 대두유(콩기름) 가격은 한국시간 28일 오전 한때 전날보다 0.87% 오른 파운드당 85.46달러(약 10만 90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카놀라유도 지난 3월의 최고 기록에 다시 근접했으며, 팜유 역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가격이 전날 9.17% 뛰어오른 데 이어 한국시간 오후 12시 3분 전날보다 0.44% 오른 t당 7018링깃(약 204만 원)을 나타냈습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래소의 7월 인도분 팜유 가격은 이날 9.8% 급등했는데요, 이는 인도네시아의 수출업체들이 갑자기 수출 금지 품목이 된 팜유 원유나 RBD 팜유를 제때에 선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돌연 “팜유원유, RBD팜유도 수출금지”… 국제시장 대 충격. 식용유 대란올까?

이번 수출 금지 조치는 지난 6개월 동안 팜유를 포함해 주요 식용유 가격이 가뭄·작황 부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50% 이상 치솟은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수출 금지 조치는 지난 6개월 동안 팜유를 포함해 주요 식용유 가격이 가뭄·작황 부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50% 이상 치솟은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인도, 중국, 필리핀, 등 인도네시아에 대한 팜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노무라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도, 중국, 필리핀 4개국은 전체 팜유 수입 물량의 46~58%를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인도네시아, 돌연 “팜유원유, RBD팜유도 수출금지”… 국제시장 대 충격. 식용유 대란올까?

갑작스럽게 수출 금지 품목을 확대한 것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입장대로 RBD 팜올레인 수출만 금지했다면 충격은 라면, 과자, 초콜릿 등 식품회사에 한정되겠지만, 팜유 원유와 RBD 팜유까지 수출이 중단되면서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회사 등까지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된 것입니다.

이번 인도네시아의 갑작스러운 태도 돌변에 따라 시장과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도 뉴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무역업체의 딜러는 “이건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팜유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누르려는 과감한 조치”라며 “단기간 내에 의도한 대로 효과가 나타나 업계에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반응과 정부의 대응 방안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팜유 가격은 코로나19이후 국제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계속 상승해왔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팜유 가격은 처음으로 t당 1400달러(약 177)만원 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40.6% 상승한 수치이고,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과 비교하면 95.1% 오른 수준이죠.

수입 팜유 가격 추이

이처럼 팜유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결정은 가격 상승에 더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이에 팜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우리 식품 및 생활용품, 화장품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팜유 가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5일 아모레퍼시픽은 9개 브랜드의 8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인상했으며 지난 3월에는 이니스프리·미샤 등의 중저가 화장품이 20~30% 가격을 인상했죠.

LG생활건강은 치약·세탁세제·섬유유연제 가격을 지난해 말 11% 인상했는데요,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을 만다는 데 사용하는 팜 스테아린 오일의 지난해 매입금액은 1톤당 1291달러로 전년 대비 88.7%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이번 수출 금지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9일 “현재 주요 식품업체별로 약 2~4개월분의 (팜유)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식품 분야의 경우 대부분 말레이시아산을 수입해 쓰고 있다”며 “식품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이번 조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장기화 시 팜유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수급 불안이 우려된다”며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망 불안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계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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