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출제한(FDPR), 삼성·LG 등 기업들 비상

2022년, 3월 3일
러시아수출제한

하늘길 이어 바닷길도 끊겨, 물류망 차질
현대차, 이미 부품 부족으로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
삼성·LG, 모스크바 TV 공장 장기화 땐 가동 멈출 가능성
‘러 수출통제’ 적용기준 모호, 수출 기업들의 문의 빗발쳐


기업들, 부품 공급망·해상 물류망 차질 우려

최근 세계 1·2위 해운회사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는 러시아를 오가는 모든 물류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선박뿐 아니라 철도, 항공까지 대상입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잇따른 대(對)러시아 제재로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이 물류대란 등에 따른 사업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현지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오가는 물류가 중단되면 부품을 조달하거나, 생산품을 실어 나르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원자재와 부품을 충분히 확보해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러시아 생산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돌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에서 가전과 TV를 생산 중입니다.

삼성과 LG는 코로나19로 인한 부품 수급난을 겪으면서 공급망관리(SCM)를 혁신했습니다. 한 공장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다른 공장에서 즉시 백업이 가능하도록 부품과 제조방식을 모듈화했습니다. 다만 러시아 사태가 세계적인 물류 마비로 확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DPR로 수출 제한


기업들은 미국의 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 적용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FDPR이 적용되면 미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설계를 활용한 경우 수출이 금지됩니다.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스마트폰 등 우리 수출 기업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됩니다.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은 미국에 준하는 독자 제재에 나서 이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한국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러시아 수출·금융제재에 따른 분야별 애로사항은 지난달 28일 기준 총 374건이 접수됐다고 합니다. 수출 통제와 관련해 통제 대상 확인, 제도 상세 내용 확인 등을 위한 문의가 147건에 달했습니다. 대금 결제, 물류·공급망, 거래 차질 등 무역과 관련한 애로사항은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를 통해 200건이 접수됐습니다. 자사 제품이 제재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질의가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하루 수백 건에 달하지만 미국 규제(FDPR)의 적용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 기업들은 물론 뚜렷하게 답변을 해주지 못하는 정부도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현지 주력 판매 제품인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FDPR 적용을 받을지가 관건인데요. 삼성전자의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30%로 1위입니다.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자 2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이날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피해 기업을 상대로 긴급 지원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선적 전 수출신용보증 기한을 한도 감액 없이 연장하고, 단기수출보험에 가입한 기업의 경우 수출 거래대금 미회수 시 보험금을 한 달 이내에 지급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반러 움직임에 ‘신중’


이런 가운데 애플,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러시아 내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사업 철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별도의 조치를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대응 기조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의 대척점에 서 있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러시아 시장에 공을 들여온 국내 기업들은 이번 사태 이후 현지 사업이 받을 타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대응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입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및 TV시장에서 점유율 1위 사업자이며,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LG전자와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계속 장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최근 일련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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