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은 더 커졌는데 항만 혼잡은 왜 계속될까요?

2026년, 9월 1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형태의 수출입은 컨테이너가 만들었습니다. 규격이 같은 강철 상자에 화물을 담아 크레인으로 통째로 옮기게 되면서 해상 운임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아졌고, 그 덕분에 아시아에서 만들어 미국과 유럽에 파는 구조가 자리 잡았죠. 지난 70년 동안 컨테이너는 물류를 막는 쪽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늘 뚫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해운 분석기관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의 약 5%, 170만 TEU가 지연에 묶여 실제 운송에 쓰이지 못하고 있고, 항만 혼잡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배는 계속 늘어나는데 정작 그 배들이 부두 밖에서 순서를 기다립니다.

무역 비용을 낮추며 물류를 뚫어온 그 상자가, 이제는 스스로 만든 물량 앞에서 발이 묶인 셈입니다.

컨테이너가 해상 운임을 97% 낮춘 방법

195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트럭 운송업을 하던 맬컴 맥린(Malcom McLean)은 원가를 따지는 데 유별난 사람이었습니다. 경쟁사의 컨테이너 마일당 원가를 계산해 자기 회사와 비교하는 일을 즐겼고, 20년 넘게 함께 일한 존 매코운(John McCown)은 그가 늘 노란 메모지와 연필을 옆에 두고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동부 해안의 도로 혼잡을 피할 방법을 찾던 그는 1954년 배에 쌓아 고정했다가 크레인으로 들어 트럭에 그대로 내릴 수 있는 규격 컨테이너의 특허를 냈습니다. 이듬해에는 트럭 회사 지분 75%를 600만 달러에 팔아 낡은 유조선을 가진 회사를 인수했죠. 그리고 1956년 4월 26일, 개조한 유조선 아이디얼 엑스(Ideal X)에 컨테이너 58개를 싣고 뉴저지 포트 뉴어크를 떠나 텍사스로 향했습니다.

그가 이때 계산한 원가는 일반 화물선이 톤당 5.83달러, 아이디얼 엑스가 톤당 15.8센트였습니다. 97% 절감입니다.

어떻게 이만큼 벌어졌을까요. 그전까지는 자루와 상자를 사람이 하나씩 배에 옮겨 실었습니다. 70년 전 런던 도크랜즈에서는 인부 50여 명이 배 한 척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데 최소 열흘을 매달렸고, 그사이 화물을 훔쳐 가는 일도 흔했다고 하죠. 규격이 같은 상자에 담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면서 그 작업 시간이 크게 줄었으니, 노동조합이 아무리 반발해도 이 격차를 되돌리기는 어려웠습니다.

1968년부터는 상자의 치수까지 표준화됐습니다. 캐나다 콩코디아대학교(Concordia University)의 브라이언 슬랙(Brian Slack) 교수는 이 대목이 자주 간과된다며, 규격이 통일되지 않았다면 컨테이너화가 지금처럼 판을 뒤집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맥린은 2001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해입니다. 그 무렵 운임 부담이 크게 낮아지면서 기업들은 인건비가 훨씬 싼 지역으로 생산을 옮기거나 아예 외부에 맡길 수 있게 됐습니다. 산업디자이너 세바스천 콘랜(Sebastian Conran)은 컨테이너가 없었다면 중국이 지금 같은 제조 강국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컨테이너 이전에는 제품을 배에 싣는 데만 일주일, 내리는 데 또 일주일이 걸렸으니까요.

싸진 운임이 물량을 키우고, 물량이 컨테이너선을 키웠습니다

운임이 이렇게 싸지자 실어 나르는 양은 계속 늘었습니다. 지난해 컨테이너가 세계 시장 사이를 오간 횟수는 2억 8,000만 회를 넘었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컨테이너는 해상 화물의 약 3분의 2, 세계 무역 전체의 약 60%를 실어 나릅니다. 지금 바다에 떠 있는 컨테이너선만 7,000척이 넘죠.

특히 아시아발 물동량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하파그로이드(Hapag-Lloyd)의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CEO는 물동량이 몰리는 이른바 ‘주력 방향’인 아시아발 물동량이 최근 3년 사이 약 25% 늘었고, 그 성장세 때문에 아시아 항만이 상시적으로 더 혼잡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사들은 늘어난 물량을 배를 키워 감당했습니다. 세계해운협의회(WSC)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의 평균 크기는 2000년 이후 두 배 이상 커졌고, 지금 가장 큰 MSC 이리나(MSC Irina)는 20피트 컨테이너 2만 4,346개를 싣습니다. 발주해 둔 신조선은 운항 중인 선대의 40%에 이르는데, 이 역시 기록적인 수준입니다.

커진 컨테이너선을 항만이 받지 못합니다

배가 커진 만큼 한 번에 쏟아지는 물량도 늘었습니다. 문제는 그 배를 받아야 하는 항만은 같은 속도로 커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국제항만협회(IAPH)를 이끄는 파트릭 페르후번(Patrick Verhoeven)은 배 한 척이 몇 시간 만에 컨테이너 3,000개를 내려놓는 상황이 아무리 잘 돌아가는 물류 사슬에도 부담이라며, 도시 안에 자리 잡은 항만일수록 늘릴 공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큰 배를 받으려면 부두만 손봐서 될 일이 아닙니다. 배가 지나갈 수로와 다리, 내려놓은 화물을 실어 나갈 도로와 철도까지 함께 감당이 돼야 하죠. 머스크(Maersk) 계열 APM터미널(APM Terminals)의 키스 스벤센(Keith Svendsen) CEO는 이를 공항에 빗대 “비행기가 커지면 활주로도 길어져야 한다”라며, 지금 압박을 받는 쪽은 항만을 둘러싼 인프라 전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2019년 뉴욕·뉴저지 항만청은 초대형선을 지나가게 하려고 베이온 브리지 상판을 들어 올리는 데 17억 달러를 썼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납세자가 부담했습니다. 다리 하나 높이는 데 든 돈이 그 정도였습니다.

선사들이 항만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CMA CGM은 2024년 브라질의 주요 항만 운영사 경영권 지분을 사들였고, MSC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지난해 CK허치슨(CK Hutchison)의 터미널 43곳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 거래는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갈등으로 아직 멈춰 있습니다.

그렇게 투자해도 새로 들어오는 배를 받기에는 공간이 빠듯합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MSC의 소렌 토프트(Soren Toft) CEO는 “핵심은 결국 항만 혼잡”이라며 “배는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지만, 항만이 혼잡해 배를 처리하지 못하면 배는 그저 기다리게 된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빈 컨테이너가 그 부두를 다시 메웁니다

부두를 좁히는 것이 배만은 아닙니다. 화물을 내려놓고 남은 빈 상자도 자리를 차지하거든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나간 컨테이너는 언젠가 아시아로 돌아와야 다음 화물을 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상자가 대부분 비어서 돌아옵니다. 한 컨테이너 선사 임원은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항로에서 예전에는 10개당 6개 정도가 미국 수출 화물을 싣고 돌아갔지만 지금은 3~4개 수준이라며, 빈 채로 옮기는 컨테이너 비중이 지금처럼 높았던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벤 얀센 CEO가 무역 불균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이야기죠. 빈 상자를 옮기는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요.

그 부담은 두 갈래로 나타납니다. 아시아발 수출 운임이 오르거나, 선사들이 돌아가는 배를 채울 화물을 찾아 나서는 것이죠. 그래서 요즘은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재활용용 폐지, 대형 비닐백에 담은 와인, 본래 벌크선에 실려 나가던 곡물까지 백홀 화물 목록에 올라왔습니다.

돌아온 빈 상자들이 쌓이는 자리도 대개 항만입니다. 빈 컨테이너가 항만을 메우고, 배들은 하역할 선석이 빌 때까지 밖에서 줄을 섭니다. 화물을 옮기는 비용과 시간도 함께 올라가죠.

컨테이너 물동량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부두가 이렇게 밀리는데도 실어 나를 물량은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늘었죠.

올해 초만 해도 업계 전망은 정반대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호황이 선복 과잉으로 끝나면서 운임이 무너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일이야 이 업계에서 익숙합니다. 그런데 전쟁과 관세, 기후 변화가 무역을 흔드는 와중에도 선복 예약은 계속 늘었습니다.

해운 분석기관 제네타(Xeneta)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세계 컨테이너 수요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 중국 수출은 12.4% 늘었습니다. 기업들이 공급망을 여러 지역으로 나누는 한편, 7월 시행을 앞둔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비해 재고를 서둘러 채운 결과입니다. MSC의 소렌 토프트 CEO는 “무역 갈등으로 공급망이 오히려 훨씬 더 글로벌해졌다”라며 “예전에는 한 바구니에 계란을 몰아 담으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고객들이 여러 지역으로 공급망을 나누려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컨테이너에 실리지 않는 화물도 남아 있습니다. 지금 벌크선에 그대로 실려 나가는 곡물을 컨테이너에 담으면 더 효율적으로 옮길 수 있고, 자동차는 이미 넘어오는 중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올해 자동차 200만 대가량이 전용 운반선 대신 컨테이너선에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자동차운반선 선복이 꽉 차서 갈 곳이 없어진 물량이지만, 선사들은 이참에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죠.

컨테이너가 만든 무역의 속도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컨테이너가 만들어 온 이 속도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결국 항만에 달려 있습니다. 배는 계속 커지고 물량도 계속 늘지만, 그것을 받아낼 부두는 그만큼 빨리 늘어나지 않습니다. 땅이 남은 항만은 유럽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이고, 컨테이너를 위로 쌓아 공간을 버는 새로운 설비가 등장한 것도 결국 늘릴 땅이 없어서입니다.

세계해운협의회의 조 크라멕(Joe Kramek) 대표는 선박이 항만과 수에즈 운하 같은 요충지가 허용하는 최대 크기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업계가 물리적인 한계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컨테이너 해운이 이 한계에 닿는다면 대륙을 잇는 공급망과 국경을 넘는 상품의 흐름이 함께 흔들리면서, 50년간 이어진 값싼 무역의 시대도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DP월드(DP World)에서 영국 항만을 총괄하는 크리스 애덤스(Kris Adams)는 이 볼품없는 강철 상자가 “세계화의 속도를 확실히 바꿔 놓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 속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애덤스는 “처리 능력은 언제나 문제”라며 항만을 새로 짓는 일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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