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벤틀리, 아우디, 람보르기니
4천 대 실은 화물선 화재
18일 (현지시간) CNN 방송은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고급 승용차 4000여 대를 싣고 미국으로 향하던 자동차 화물선이 항해 도중 발생한 화재로 포르투갈 남서쪽 대서양에 표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사고가 난 선박이 ‘펠리시티 에이스‘(Felicity Ace)호로 사고 당시 독일의 엠덴에서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데비스빌로 향하던 중이라고 전했는데요. 이 선박은 파나마 선적이지만 일본 선사인 미쓰이 O.S.K 라인(MOL)이 소유 및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포르투갈 해군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포르투갈령 오조레스 해 남서방 166.6km 해상에서 발생했으며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아 포르투갈 정부가 확인 후 인명구조 및 화재 진화에 나섰습니다. 22명의 승조원들이 배를 버리고 모두 긴급 대피했습니다.
해군 측은 사고로 인한 해양 오염 증거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적 액수의 금전적 피해와 별개로 원상복구할 수 없는 막대한 해양 오염은 불가피합니다.
불길은 여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는데요.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전기차용 배터리 때문입니다. 소방당국은 배에 무게가 더 많이 실리면 자세가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물을 진화에 쓸 수 없다고 밝히고,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특수 장비를 실어 오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지역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계선 위 5m 정도에서 모든 것이 불타고 있었다”라며 “불길이 더 아래로 번지면서 선상 진입이 너무 위험해 외부에서 선체를 식히며 불길을 잡아야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전기차에 장착한 리튬이온 배터리도 불에 타고 있어서 화재를 진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는데요. 현재 지브롤터와 네덜란드에서 예인선 3척이 23일 도착을 목표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처음 불이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인지 선박 자체의 결함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어 사고 선박이 너무 크다 보니 다른 배들의 항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포르투갈령 아조레스 제도로 가져올 수 없어 다른 유럽 국가나 바하마로 옮겨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해 보상액 1조 원 이상, 에버기븐 때보다 높을 듯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한편 아직 정확한 사고의 원인이나 피해 규모를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운반 중인 차량들이 모두 다 고가에 구하기 어려운 고급차이기에 엄청난 액수가 될 것임은 자명합니다. 많은 매체에서는 1조 원이 넘는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는데요. 이는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한 에버기븐호 좌초 사건 때 보상 액수보다 큰 금액입니다.
사고 원인 관련 전기차에 장착한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해 불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 선박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책임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심지어 해당 선박을 운용하는 미쓰이 O.S.K. 사는 최근 들어 배가 두 동강이 나거나 좌초되는 사고들이 유독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현재까지 수많은 사고들로 입증된 바, 자연스럽게 일본 해운사와 조선소(펠리시티 에이스는 신쿠로시마조선에 의해 건조)로 비난이 향하는 것입니다. 한때 세계 1위 조선 강국이었던 일본은 잇따른 ‘일본산’ 선박의 사고에 휘말려 글로벌 선주들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 대표적인 일본산 선박의 ‘두 동강’ 사고
2013년 MOL 컴포트호 사고
컨테이너선 MOL 컴포트가 인도양을 향해하던 중, 선체 분열로 인해 선박의 중단 부분이 끊어져 두 동강 난 채로 침몰, 해당 선박의 선사가 이번 화재 사고 선박의 동일 선사 미쓰이 O.S.K 라인
이때를 계기로 일본 조선업계에 대한 전체 신뢰도가 급격히 무너지고 하락세를 걷기 시작

2020년 7월 모리셔스 해안 사고
일본 3대 해운회사인 쇼센미쓰이의 용선 화물선인 ‘와카시오 호’가 중국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브라질로 가던 중 모리셔스 해안에 좌초하여 1,000톤 이상의 중유 유출

2020년 7월 모리셔스 해안 사고
일본 3대 해운회사인 쇼센미쓰이의 용선 화물선인 ‘와카시오 호’가 중국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브라질로 가던 중 모리셔스 해안에 좌초하여 1,000톤 이상의 중유 유출

한편 국내 1위 화물 관리 솔루션 ‘ShipGo‘에 의하면 이 배의 위치는 아래 이미지와 같습니다. 도착지였던 미국을 향하고 있었으나 다시 포르투갈 방향으로 튼 모습입니다.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이 배는 로드아일랜드 데이비스빌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펠리시티 에이스호는 일본 선사인 미쓰이 O.S.K 라인(MOL)이 운용하고 있지만, MOL 측은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포르쉐 측은 이 배에 자사 차량이 여러 대 실려 있으며, 각 대리점에서 차 소유주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포르쉐 대변인은 “각 딜러사에 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며 “차를 재생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회사 측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수천 대의 고급차를 실은 선박의 화재는 결국 더 큰 문제인 공급 지연으로 이어지는데요. 이미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과 물류대란 때문에 공급망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현재 54주가량의 늘어난 공급 기간 때문에 자동차 대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향하던 폭스바겐 차량들이 불탔으니 이로 인해 재고 수준과 일정을 못 지키게 돼 폭스바겐사가 추가적으로 일본의 미쓰이를 상대로 공급 지연에 관한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인사이더 같은 매체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노동력 부족 이슈와 반도체 칩 부족 같은 공급망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발생한 가장 최악의 타격’이라고 설명하며 모든 중고차, 새 차의 높은 가격과 낮은 재고 수준은 당장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