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해상운임, 관세 유예로 다시 상승할까?

2025년, 7월 11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입니다.

최근 물류 및 공급망 담당자분들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만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을 건너는 핵심 항로의 해상 운임이 이례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미국 정부가 ‘관세 유예’ 카드를 꺼내 들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하락하는 운임의 방향을 되돌릴 변수가 될 수 있을지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시장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과연 미국 정부의 관세 유예 조치로 해상운임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1. 반토막 난 해상운임, 데이터로 보는 태평양 항로의 현실

사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해상 운임은 빠르게 상승했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는 ‘프론트로딩(Front-loading)’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많은 화주들이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물량을 서둘러 선적하면서 단기적으로 수요가 몰렸고, 이는 해상운임을 지지하거나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7월에 접어들면서 해상운임은 다시금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드류리 세계 컨테이너 운임지수 (WCI)의 6월 5일 아시아-미국 서안 노선 운임은 5,876달러였지만 7월 3일 운임은 3,180달러로 약 한달 사이에 45.9%하락했습니다.
  •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 (SCFI)의 아시아-미국 서안 노선 운임 역시 5월 30일 5,172달러에서 7월 4일 2,089달러로 59.6%하락했고,
  • Freightos 발틱 지수 (FBX)의 아시아-미국 서안 노선 운임도 6월 6일 5,488달러에서 7월 11일 2,374.5달러로 56.7%하락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아시아-미국 동안 운임 역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드류리 세계 컨테이너 운임지수 (WCI)의 경우 6월 5일 6,243달러에서 7월 3일 5,070달러로 18.8%하락했고,
  •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 (SCFI)는 5월 30일 6,243달러에서 7월 4일 4,124달러로 33.9% 하락했습니다.
  • Freightos 발틱 지수 (FBX) 역시 6월 6일 6,409달러에서 7월 11일 4,890달러로 23.7% 하락했습니다.
2024년 6~7월 아시아-미국 노선 해상운임 지수 비교
Index Date 1 Fare 1 Date 2 Fare 2 Change
아시아-미국 서안 노선
Drewry WCI 6/5 $5,876 7/3 $3,180 -45.9%
SCFI 5/30 $5,172 7/4 $2,089 -59.6%
FBX 6/6 $5,488 7/11 $2,374.5 -56.7%
아시아-미국 동안 노선
Drewry WCI 6/5 $6,243 7/3 $5,070 -18.8%
SCFI 5/30 $6,243 7/4 $4,124 -33.9%
FBX 6/6 $6,409 7/11 $4,890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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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요 절벽'과 그것을 증명하는 '데이터 착시'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그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바로 '프론트로딩(Front-loading)'이 남긴 거대한 후폭풍 때문입니다.

쉽게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마트에서 특정 상품의 가격이 곧 크게 오를 거라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몇 달간 쓸 물건까지 미리 사서 창고에 쟁여두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매출이 급증하겠지만, 그 후로는 한동안 손님이 뚝 끊기게 되겠죠.

해운 시장에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지난 몇 달간, 많은 화주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물량을 서둘러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이로 인해 미래에 발생했어야 할 수요가 이미 앞으로 당겨져 소진되었고, 그 결과 7월에 들어서는 신규 화물 수요가 급격히 사라지는 '수요 절벽'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Freightos와 같은 전문 기관들은 단기적인 관세 유예 조치가 나와도 운임이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창고에 재고를 쌓아둔 화주들이 짧은 유예 기간만을 보고 다시 대규모 선적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하실 수 있습니다. 프론트로딩으로 인해 한때 미국 항구에 도착하는 컨테이너 물량 자체는 많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도착하는 물건은 많은데, 왜 수요가 없다고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데이터 착시 현상’ 때문입니다. 지금 항구에 도착하는 많은 물량은 과거 '프론트로딩' 시기에 미리 출발했던 화물들입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결과가 반영된 '후행 지표'인 것이죠.

하지만 '스팟 운임'은 '지금 당장' 배에 실어야 할 화물, 즉 실시간 수요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높은 도착 물동량 수치와는 반대로, 현재 시장의 신규 수요는 텅 비어있기 때문에 운임이 하락하는 것입니다.

3. 운임은 내렸지만… 선사들의 '공급 조절', 스페이스 확보 전쟁의 서막

이처럼 수요 절벽과 운임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해운 선사들은 인위적인 '공급 조절'이라는 생존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

선사들은 당초 계획했던 성수기 운임 인상(GRI)을 포기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예 바다에 띄우는 배의 수를 줄이는 '임시 결항(Blank Sailing)'을 확대하며 어떻게든 운임의 추가 하락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시아-북유럽 항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전 세계적인 공급 축소 전략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화주분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당장은 운임이 저렴해져서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사들이 공급을 줄이면 화물을 실을 선박의 스페이스(Space)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저렴한 운임표 뒤에 숨겨진 '선복 부족'과 '운송 지연'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추락하는 해상운임과 관세 변수, 실무자를 위한 최종 전략

지금까지의 분석을 종합하면, 미국의 단기적인 관세 유예 조치는 시장의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프론트로딩으로 인한 수요 공백과 운임 방어를 위한 선사들의 인위적인 공급 조절이라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실무자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 '낮은 운임'과 '안정적인 운송'을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선사들은 임시 결항(Blank Sailing)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급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낮은 운임에도 불구하고, 화주들이 원하는 시점에 선박 스페이스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운송 지연은 재고 관리 비용 증가, 생산 차질 등 보이지 않는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단순히 표면적인 운임뿐만 아니라 선사들의 공급 계획과 실제 운송의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둘째, 데이터의 '이면'을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항구에 도착하는 물동량(과거 지표)과 실제 신규 수요(현재 지표)를 구분해서 시장을 읽어야 합니다. 높은 도착 물동량 수치는 이미 지나간 프론트로딩의 결과일 뿐, 현재의 왕성한 수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처럼 거시적인 시장 데이터를 해석하는 동시에, TRADLINX Ocean Visibility 와 같은 솔루션을 활용하여 내 화물의 실시간 위치와 운송 현황 데이터를 직접 추적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의 큰 흐름과 내 화물의 구체적인 현황을 함께 분석할 때, 비로소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셋째, 정책이 주도하는 변동성을 새로운 상수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번 수요 절벽은 결국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미국의 무역 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 변수가 계속해서 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특정 리스크에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계획을 넘어, 정책 변화 자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공급망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운임의 등락 너머에 숨어있는 복잡한 변수들을 얼마나 잘 읽어내고 정교한 전략으로 연결하는지가, 앞으로 기업의 물류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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