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점진적으로 재개방하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협의 무료 개방과 해상 봉쇄 해제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유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죠.
하지만 물류 현장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화물 흐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언제든 다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상태라고 경고했는데요.
당장의 긍정적인 합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물류 적체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체적인 팩트를 바탕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500척의 대기 물량, 극심한 병목 현상
가장 먼저 짚어보아야 할 현실적인 과제는 바다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대기 물량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해협이 온전히 열리려면 이란이 수로에 부설된 기뢰를 스스로 제거하고 통행 선박에 어떠한 통행료도 징수하지 않아야 하는데요. 설령 이러한 합의 조건들이 원활하게 충족되어 뱃길이 다시 열린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누적된 물류 병목 현상이 단번에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해운업계 단체들의 추산에 따르면, 무려 3개월 이상 이어진 분쟁으로 인해 현재 걸프만에는 약 500척에 달하는 상선들이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원래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무역의 약 5분의 1을 처리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길목으로, 분쟁 이전에는 매일 약 130척의 상선이 이곳을 분주하게 오갔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업용 선박이 이 좁은 수로를 완전히 통과하는 데는 약 8시간 정도가 소요되죠.
이처럼 하루에 통과할 수 있는 통행 한도와 물리적인 소요 시간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 좁은 공간에 500척이라는 대규모 대기 선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면, 그야말로 극심한 해상 교통지옥이 펼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국제해운회의소(ICS)와 발틱해운거래소(Bimco) 등 주요 글로벌 해운 단체들은 동시다발적이고 조율되지 않은 통항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긴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무질서한 통항은 극도로 혼잡한 상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좁은 수로 내에서 불규칙한 조종과 예측할 수 없는 선박 움직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통항을 관리할 군사적 감독마저 계속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어, 제한된 조건 하에서 점진적으로 이 대기 물량을 모두 해소하는 데만 최소 수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시지 않은 공포, 선주들의 짙은 경계심
물리적인 병목 현상 못지않게 정상화를 가로막는 큰 장벽은 선주와 선원들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은 해상 위협에 대한 공포입니다. 지난 2월 28일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무려 46척의 상선이 무력 공격을 받았고, 이란에 의해 2척의 컨테이너선이 나포되어 인질로 잡히는 끔찍한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상선과 선원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극도로 커지면서 해협의 트래픽 자체가 사실상 붕괴된 상태로 유지되어 온 것이죠.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양국의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지금도 대다수의 해운사들은 선박 투입을 강하게 주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이란 보트가 수로에 기뢰를 매설하고 있다는 혐의로 미국의 군사 공습이 가해졌던 터라, 수로 곳곳에 기뢰가 남아있을지 모른다는 보도는 선주들에게 여전히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해군이 기뢰 제거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중해 인근에서 함정을 대기시키고 있지만, 현장 실무자들의 짙은 경계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과거의 뼈아픈 개방 실패 사례들 역시 선주들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 이전인 지난 4월에도 이란 혁명수비대가 수로를 지나는 상선들을 기습 타격하면서 해협 개방 시도가 처참히 무산된 바 있죠. 불과 지난달에는 미군이 자국 상선 두 척을 중무장한 상태로 겹겹이 호위하며 간신히 수로를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현재 미국이 오만 해안을 우회하는 상선들에게 일부 공중 엄호를 제공하고는 있으나, 최근 이 경로를 이용한 선박들이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아예 GPS 신호마저 끄고 아슬아슬한 항해를 감행해야 했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묵직한 경고, 그리고 홍해의 교훈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복합적인 악재들을 근거로 이번 합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보수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RBC 캐피털 마켓(RBC Capital Markets)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Helima Croft)는 우리가 겪었던 홍해 물류 대란의 뼈아픈 교훈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녀는 작년에 미국이 후티 반군과 공식적인 합의를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홍해의 해상 트래픽이 바벨만데브(Bab el-Mandeb) 해협의 안전 우려 탓에 여전히 분쟁 이전 대비 56%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 역시 트래픽이 일정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조차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수많은 선박이 얽힌 다중 물류 작업이 수주 간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라고 냉철하게 분석했죠.
해양 안보 전문 기업인 EOS 리스크 그룹(EOS Risk Group)의 자문 책임자 마틴 켈리(Martin Kelly) 역시 이번 합의의 견고성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현재 휴전 기간임에도 양측의 보복성 공격이 점점 에스컬레이션(고조)되는 양상을 지적하며, 여전히 불안정한 현지 상황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무엇보다 MST 파이낸셜(MST Financial)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사울 카보닉(Saul Kavonic)의 전망은 공급망 실무자들에게 더 큰 경각심을 줍니다. 그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더라도 마비된 물류망을 복구하고 파괴된 인프라를 수리하며 고갈된 원유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때문에 원유 시장은 무려 2027년까지 매우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통해 이란에 해협의 실질적인 통제권을 고스란히 남겨두었다는 점을 꼬집었는데요. 앞으로 이란의 변심에 의해 언제든 선박 통행이 중단될 위험이 있는 이른바 ‘다모클레스의 검(Sword of Damocles)’이 해협 위에 계속 매달려 있을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를 남겼습니다.

끝나지 않은 물류 위기,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와 플랜 B 유지 전략
결론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둘러싼 미·이란 합의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긍정적인 첫걸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실무자들의 관점에서 꼼꼼히 들여다보면, 500여 척에 달하는 엄청난 적체 물량을 안전하게 해소하고 무력 충돌의 공포로부터 해운 시장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산적해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물류와 공급망을 책임지시는 SCM 담당자분들께서는 당장의 합의 뉴스나 일시적인 유가 하락 소식에 안도하여 기존의 비상 물류 계획을 성급하게 철회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물류 지연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불안정한 환경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운송 경로를 계속해서 다변화하는 한편 예상치 못한 딜레이에 대비해 리드타임(Lead Time) 버퍼를 충분히 확보하는 선제적이고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글로벌 물류 환경 속에서도 트레드링스는 항상 실무자 여러분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가장 정확하고 생생한 공급망 인사이트를 전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