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입니다.
올여름 아시아를 덮친 태풍 이후 아시아 항만 적체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적체가 해를 넘겨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덴마크 해운 분석기관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과거 비슷한 혼란이 풀리는 데 걸린 시간을 따져 보면, 지금의 적체도 해소까지 몇 달은 걸릴 것으로 봤습니다.
춘절 전 선적과 내년 운송 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실무자라면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아시아 항만 적체는 정말 그렇게 오래 이어질까요?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정시성 49.9%, 지연에 묶인 선복만 300만TEU
적체가 얼마나 심한지는 선박이 약속한 일정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를 보면 잘 드러납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정시성, 즉 선박이 예정된 일정대로 도착한 비율입니다.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8월 전 세계 컨테이너선 정시성은 49.9%로, 불과 두 달 만에 12.7%포인트 떨어지며 수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예정대로 도착한 경우가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뜻이죠. 태풍 피해가 가장 컸던 상하이·닝보를 기항하는 노선은 8월에 최대 9일까지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선박이 늦어지면 문제는 일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연되는 동안 그 배는 다음 화물을 싣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 전체로 보면 운항할 수 있는 배가 줄어든 것과 같은 효과가 생깁니다. 씨인텔리전스는 이렇게 지연으로 묶인 선복이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의 8.5%, 약 300만TEU에 이른다고 추산했습니다. 세계 5위 선사가 가진 선박 전체보다 큰 규모가 시장에서 사라진 셈입니다.
그렇다고 팬데믹 때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당시에는 혼잡으로 묶인 선복이 선대의 13.8%에 달했고, 정시성은 30%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짧은 기간에 흐름이 빠르게 나빠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태풍에 이른 성수기까지, 인프라는 역부족
그렇다면 적체는 왜 이렇게 커졌을까요. 핵심 원인은 앞서 언급한 여름 태풍입니다. 다만 태풍만으로 지금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전 세계 해운 물류망은 여름부터 이미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에서 북미·중남미·유럽으로 가는 항로의 성수기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물량 부담이 앞당겨졌고, 유럽에서는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강을 오가는 선박의 운송 능력이 줄었습니다. 라인강 수위는 최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죠.
항만 인프라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머스크(Maersk)의 빈센트 클레르크(Vincent Clerc) CEO는 8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병목 현상이 고착화됐다”라며, 교역량은 늘고 교역 불균형도 커지는데 항만과 내륙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날씨가 나아지더라도 항만이 감당할 수 있는 물량 자체에 한계가 있다면 적체가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환적항과 동남아·인도로 번지는 아시아 항만 적체
문제는 이 적체가 처음 발생한 항만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컨테이너선은 여러 항만을 차례로 들르고, 환적 허브에서는 화물을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습니다. 그래서 한 항만에서 늦어진 선박은 다음 항만에도 늦게 도착하게 되죠. 프레이토스(Freightos) 역시 지연이 환적 허브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극동 지역 선적항의 혼잡이 한층 심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선사들이 혼잡이 심한 항만을 건너뛰는 방법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프레이토스는 이렇게 해도 부담이 다른 항만으로 옮겨갈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연이 번지는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HSBC는 지연이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대륙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고 봤습니다.

배는 많아 보여도 쓸 선복은 부족, 운임·용선 지수 최고치
이런 상황에서는 선복 통계를 볼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국경절 연휴 전후 4주간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편성된 선복은 150만TEU로, 전년보다 27%,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 60% 많습니다. 얼핏 보면 선사들이 배를 크게 늘린 것 같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적체로 늦어진 선박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부풀려진 숫자입니다. 새로 투입된 배가 늘었다기보다 늦어진 배들이 한 시기에 겹쳐 보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조선소에 주문된 신조선, 즉 발주잔량도 대규모로 쌓여 있습니다. 평소라면 공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규모지만, 지금은 많은 선박이 화물을 싣는 대신 항만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이 부담이 가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숫자와 달리 실제로 운항에 쓸 수 있는 선복, 즉 유효 선복은 빠듯합니다. HSBC도 국경절 연휴까지는 유효 선복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쓸 수 있는 배가 부족하면 운임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시아 역내 항로에서 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드류리(Drewry)의 인트라아시아 컨테이너 지수(Intra-Asia Container Index)는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개별 항로에서도 최고치 경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하이에서 태국 람차방으로 가는 운임은 22% 올라 40피트 컨테이너 한 개당 1,609달러, 상하이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는 운임은 12% 올라 2,3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화물은 몰리는데 실어 나를 배는 부족했던 탓입니다. 아시아-미국 항로도 사정은 비슷해서, 제네타(Xeneta)에 따르면 이 항로 운임은 여전히 팬데믹 당시 최고 기록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선사가 선주에게 배를 빌리는 용선 시장도 빠듯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해운 중개업체 브레마(Braemar)의 컨테이너선 용선 지수 BOXi는 315.59로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습니다. 브레마는 “공급이 극도로 빠듯하다”라며, 포스트파나막스급과 파나막스급은 빌릴 수 있는 선박이 사실상 없다고 전했습니다. 선사들이 부족한 배를 빌려서 채우려 해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완화 신호에도 회복까지는 최대 10개월 전망
그렇다면 이 빠듯한 상황은 언제쯤 풀릴까요? 완화 신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비전(Vizion) 데이터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선박이 도착해 부두에 접안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9월 중순 4일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다만 당장 몇 주 사이의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프레이토스는 9월 중순, 적체가 국경절 연휴를 지나 10월에도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날씨도 여전히 변수입니다. 아시아 태풍 시즌은 보통 10월이면 잦아들지만, 업계에서는 남중국 항만의 혼잡이 이미 기록적인 수준인 상황에서 태풍이 한 번 더 오면 회복이 1~2주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시야를 더 넓혀 보면 전망은 한층 신중해집니다. 씨인텔리전스는 팬데믹과 홍해 사태 초기에 적체가 풀렸던 속도를 지금 상황에 대입해 봤습니다. 그 결과 적체가 낮았던 2025년 6월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7~10개월, 그보다 가까운 목표인 2025년 말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만도 6~8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9월 말을 기준으로 보면, 어느 쪽이든 회복은 2027년에야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이 일정은 춘절 성수기와 맞물립니다. 2027년 춘절은 2월 6일인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는 해마다 선적 물량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앨런 머피(Alan Murphy) 씨인텔리전스 CEO는 뉴스레터 선데이 스포트라이트(Sunday Spotlight)를 통해 “춘절 전 성수기 물량이 몰릴 때까지 아시아 항만 적체가 일부만 해소될 가능성이 뚜렷해졌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적체가 다 풀리기도 전에 성수기 물량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전망은 내년 운송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네타의 피터 샌드(Peter Sand) 수석 애널리스트는 2027년 입찰에 나서는 화주라면 지금의 차질을 금방 사라질 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짚었습니다.
아시아 항만 적체 장기화, 실무에서 점검할 것
정리하면, 상하이의 접안 대기 시간이 줄고 태풍 시즌이 저물더라도 주요 분석기관들은 아시아 항만 적체가 연내에 풀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두 가지를 먼저 점검해 볼 만합니다. 하나는 춘절 전 선적 일정으로, 적체가 일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전제로 일정에 여유를 두고 다시 계획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하나는 2027년 운임 계약입니다. 지금의 혼잡을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보고 조건을 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일정 관리도 더 까다로워집니다. 지연이 환적 허브로 번지고 선사가 기항지를 건너뛰는 상황에서는 처음 안내받은 스케줄만으로 화물이 언제 도착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화물을 실은 선박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환적은 예정대로 이뤄졌는지, 도착 예정 시간(ETA)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운송 건마다 꾸준히 확인해야 하죠.
TRADLINX Ocean Visibility는 여러 선사의 화물을 대상으로 실시간 선박 위치와 환적 업데이트, AI 기반 ETA 예측을 제공합니다. 적체가 언제 풀릴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내 화물이 지금 어디서 얼마나 늦어지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춘절 전 선적 일정과 내년 계약 조건을 더 현실적으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