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항만 혼잡과 선박 지연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약 170만 TEU의 선복이 사실상 운송에 쓰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8위 선사인 HMM의 전체 선복량이 약 104만 TEU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배는 그대로인데, 왜 이만큼의 선복이 시장에서 사라진 걸까요.
글로벌 선복의 5%가 지연에 묶여 있습니다
해운 분석기관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선박 지연으로 묶이는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은 평균 2.2% 수준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지연은 있었지만 전체 선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수급 균형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비율이 5%까지 올라섰습니다. “지속되는 지연 탓에 전 세계 시장은 사실상 170만 TEU의 선복을 놓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씨인텔리전스는 밝혔습니다.
선박이 실제로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항만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운항 일정이 밀리면서, 다음 화물을 실어 나르는 데 제때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트레드링스의 글로벌 항만 혼잡도 인덱스(Tradlinx Port Congestion Index)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됩니다. 최근 2주(8월 10일~23일) 평균 기준 전 세계 항만의 종합 혼잡도는 46.7점으로 ‘높음(BUSY)’ 단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물동량 상위 20개 주요 항만의 혼잡도는 50.6점으로 전체 지수보다 3.9점 높았는데, 화물이 많이 몰리는 대형 관문일수록 혼잡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발표된 트레드링스 글로벌 항만 혼잡도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레드링스 글로벌 항만 혼잡도 리포트 보기 ↗170만 TEU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실제 선사들의 선복량과 비교해보면 더 와닿습니다.
해운시장 분석기관 알파라이너(Alphaliner) 최신 순위 자료를 보면 세계 7위 에버그린(Evergreen)의 선복량은 약 202만 TEU, 8위 HMM은 약 104만 TEU입니다. 지연으로 묶인 170만 TEU는 이 두 선사 사이, 그러니까 세계 7~8위권 선사 하나가 통째로 멈춰선 것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정상적으로 흡수되던 2.2%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늘어난 몫만 다시 계산해보면 약 100만 TEU입니다. 이 정도만 놓고 봐도 HMM의 전체 선복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죠. 즉 팬데믹 이전 수준의 지연 위에, HMM 한 곳의 선단을 통째로 얹은 만큼이 추가로 시장에서 빠져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번 늦어진 선박, 이제는 평균 5일 이상 밀립니다
지연으로 묶이는 선복이 늘어난 데에는 선박 스케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도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컨테이너선의 스케줄 정시성은 60~65%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 70~80%와 비교하면 확연히 낮아진 수치입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건 지연되는 기간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늦게 도착한 선박의 평균 지연 기간이 3~4일이었다면, 지금은 5~5.5일까지 늘었습니다. 선박 한 척이 5일씩 밀리기 시작하면 그 항차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음 항만 도착도 함께 늦어지고, 이후 예정된 운항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지연이 여러 항로에서 반복되면 선박 수는 그대로여도 실제로 쓸 수 있는 선복은 계속 줄어드는 셈입니다.
항만에는 한 번에 더 많은 화물이 몰리고 있습니다
선박 일정이 밀리는 원인은 하나만이 아닙니다. 알파라이너는 “항만 혼잡은 지금도, 앞으로도 정기선 업계의 커지는 문제로 남을 것”이라며 “태풍과 폭우는 물론 극심한 가뭄까지 동반한 기후변화가 정기선 스케줄을 갈수록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초대형선, 이른바 ‘메가맥스(megamax)’급 선박의 기항이 늘어난 점도 항만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배가 클수록 한 번에 싣고 들어오는 컨테이너도 많아지기 때문에, 항만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화물을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합니다.
실제로 7월 함부르크항의 AIS 데이터를 보면 이 차이가 선명합니다. 에버그린 선박은 부두에 137~187시간, 약 5.7일에서 7.8일 동안 머물렀습니다. HMM의 대형선은 89~103시간, 원(ONE)은 98~111시간이었던 반면, 하파크로이트(Hapag-Lloyd)는 37~55시간, 머스크(Maersk)는 52~63시간으로 상대적으로 짧게 마무리됐습니다. 물론 접안 시간만으로 어느 선사가 더 효율적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선박 크기도, 당시 터미널 상황도 저마다 다르니까요.

다만 대형선과 기항지 구성이 항만 부담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는 알파라이너의 극동-북유럽 항로 분석에서도 나타납니다. MSC의 스완(Swan) 서비스는 평균 1만 5,000TEU급 선박이 유럽 6개 항에 나눠 기항해 항차당 이론 평균이 2,500TEU에 그칩니다. 반면 에버그린의 CEM 서비스는 2만 3,490TEU급 선박이 서유럽 방향으로 단 3개 항만만 들르면서 항차당 7,830TEU까지 올라갑니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는 6,050TEU, 제미니(Gemini)는 약 4,700TEU,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는 5,440TEU 수준입니다. 같은 항로 안에서도 선대 설계에 따라 한 번의 기항으로 항만에 몰리는 물량이 세 배 넘게 벌어지는 셈입니다. 알파라이너는 정확한 기항 물동량이 영업 비밀이라 이 수치가 이론적 추정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소수 항만에 대량의 화물이 몰리는 구조 자체가 혼잡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사실은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화주 입장에서는 처음 받은 ETA만 믿기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화주나 물류 담당자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내 화물의 일정입니다. 선복 자체는 충분하더라도 선박이 항만 혼잡과 지연에 묶여 있다면 실제 운송 일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번 늦어진 선박이 평균 5일 이상 밀리고 있다면, 선적 당시 받았던 ETA가 운송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선박 도착이 며칠 밀리면 예정해둔 내륙 운송이나 창고 입고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할 수 있고,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라면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줍니다. 환적 화물이라면 앞선 지연 때문에 다음 선박 연결 일정이 통째로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여러 선사의 화물을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면 이 확인 작업은 한층 번거로워집니다. 트레드링스 Ocean Visibility를 활용하면 여러 선사의 운송 현황과 ETA 변화를 한곳에서 확인하면서 달라진 일정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항만 혼잡이나 선박 지연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 화물의 일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얼마나 빨리 아느냐에 따라, 그 뒤의 운송이나 입고 계획을 조정할 시간은 분명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