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입니다.
이달 초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3주 연속 하락하며 올해 성수기의 1차 정점이 지났다고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다만 그때도 4분기 반등 가능성과 함께 기후·지정학 변수를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짚어드렸죠.
그런데 그 우려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여름내 잦아드는 듯하던 운임 흐름이, 지난 한 달 사이 전쟁과 기후변화라는 두 변수 앞에서 세계 곳곳의 요충지마다 돌연 치솟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원자재 전문 가격평가기관 아거스(Argus)의 유럽 화물가격 책임자 존 올렛은 이번 사태를 두고 “코로나 팬데믹도, 러시아 제재도 넘어선 기록상 최대 교란”이라고 못 박았는데요. 대체 전쟁과 가뭄이라는 이질적인 두 사건이, 어떻게 동시에 운임을 밀어올리고 있는 걸까요?
전쟁이 닫은 호르무즈, 유조선 운임을 사상 최고로 끌어올리다
먼저 전쟁입니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중동 분쟁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 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본래 세계 석유·가스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길목인 만큼, 이 통로가 막히자 파장은 고스란히 전 세계로 번졌죠. 대체 에너지 공급처를 찾아 선박들이 항로를 우회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 여파는 운임에 그대로 찍혔습니다. 아거스에 따르면 걸프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운임은 8월 10일 배럴당 15.22달러까지 치솟아, 아거스가 200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연계 유조선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려다 공격받을 수 있다는 위협이 그대로 운임에 반영된 결과죠. 흑해에서 지중해로 들어오는 유조선 운임 역시 이번 주 최소 2005년 이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현장의 위기감은 확연합니다. 벨기에 해운사 CMB테크의 알렉산더 사베리스 CEO는 이번 운임 폭등을 두고 “그야말로 전례 없는 일”이라며,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거나 ‘더 비싼 지역’에서 물건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가뭄이 말린 파나마 운하와 라인강, 물길마다 운임이 치솟다
운임을 밀어올린 힘이 전쟁 하나만은 아닙니다. 유럽과 중남미를 덮친 오랜 가뭄, 곧 기후변화가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뭄이 가장 먼저 조인 곳은 파나마 운하입니다. 강력한 엘니뇨로 수위가 낮아진 데다 중동 분쟁의 파급으로 통항량까지 몰리면서, 파나마 운하 통과 슬롯 가격은 기록적으로 뛰었습니다. 서로 다른 크기의 선박이 지나도록 마련된 양쪽 갑문의 통항료 역시 8월 초 각각 110만 달러와 250만 달러로, 이 또한 아거스 집계 이래 가장 높은 값이었습니다.
가뭄의 손길은 유럽 내륙에도 닿았습니다. 독일 중공업의 젖줄인 라인강은 수위가 위험할 만큼 낮아졌고, 쾰른·뒤스부르크·프랑크푸르트·카를스루에로 거슬러 오르는 바지선 운임은 2012년 이래 최고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바다 위 유조선부터 강 위 바지선까지, 물길이란 물길은 온통 같은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죠.

유조선을 넘어 컨테이너로, 쉽게 끝나지 않을 위기로
이 상승세는 유조선과 바지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컨테이너 시장도 같은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요. 일례로 극동에서 미국 동안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평균 현물 운임은 1년 전보다 234%나 뛰어, 40피트 컨테이너 한 대당 1만 249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글로벌 SCFI 운임 추이
SCFI 종합, USWC, USEC 운임 비교
문제는 이 비용이 결국 어디로 흘러가느냐입니다. 분석업체 제네타(Xeneta)의 수석 분석가 피터 샌드는 중동 전쟁이 불러온 교란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뿌리 깊고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나아가 그는 인상된 운임이 공급망을 타고 전가될 것이라며, “늘어난 운임 비용은 누군가 떠안아야 하며, 특히 저마진 상품에서는 소비자가 그 부담의 일부를 떠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태가 오래갈 것이라 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행사해 온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선박이 통항료를 내도록 하는 방안을 오만과 협상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계 무역의 명줄과도 같은 물길이 얼마나 취약한지가 드러나면서,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죠.
선박중개업체 브레마(Braemar)의 리서치 책임자 헨리 커라는 이러한 흐름을 다극화된 세계의 구조적 변화로 읽었습니다. 그는 “작은 나라들이 점점 더 다극화되는 세계에서 자신들이 글로벌 무역에 행사할 수 있는 불균형적인 정치·경제적 지렛대를 자각하기 시작했다”라며, 그 때문에 요충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유조선의 장기 용선료는 2008년 여름에 세워진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거나, 적어도 그에 매우 근접해 있다는 것이 커라 책임자의 진단입니다.
두 리스크가 동시에, 물류 담당자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정리하면 전쟁과 기후라는 두 축이 동시에 여러 요충지를 조이고, 그 압력이 유조선을 넘어 컨테이너와 공급망 전체로 번지고 있습니다. 서두에 짚어드린 그 기후·지정학 변수가, 단일 항로 한 곳을 넘어 다수의 요충지에서 한꺼번에 현실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물류·SCM 담당자에게는 특정 노선 하나를 넘어, 우회와 대체 조달에 드는 비용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의 글로벌 해상 운임 급등과 공급망 차질은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앞을 내다보기 힘든 거시적 위기 속에서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가시성(Visibility)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