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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일, 미국 연방 해상위원회(Federal Maritime Commission, FMC)가 대한민국의 대표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HMM)을 ‘통제 대상 선사(Controlled Carrier)’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통제 대상 선사’란 무엇이길래 HMM이 이 목록에 추가된 것일까요? 그리고 이번 결정이 HMM과 한국 해운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FMC의 결정 배경부터 ‘통제 대상 선사’ 제도의 의미, 그리고 이번 결정이 HMM과 한국 해운산업에 미칠 영향까지,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HMM,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의 통제 대상 선사로 지정
지난 7월 1일,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ederal Maritime Commission, FMC)는 우리나라의 대표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HMM)을 ‘통제 대상 선사(Controlled Carrier)’ 명단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HMM이 한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해운사로 분류되었음을 의미합니다.

FMC는 1961년 미국 외항해운법(Shipping Act of 1984)에 의거해 설립된 미국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관으로, 미국 항만과 관련된 해운거래 및 관행 전반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공정 경쟁을 야기할 수 있는 관행들, 예컨대 정부의 통제를 받는 선사들의 운임 결정 등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죠.
이번에 HMM이 통제 대상 선사로 지정된 것은, 한국 정부가 HMM의 경영에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다는 FMC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HMM에 대규모 금융지원을 제공해 왔고, 경영진 선임에도 깊숙이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제 대상 선사(Controlled Carrier)란?
그렇다면 통제 대상 선사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통제 대상 선사는 외국 정부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소유되거나 통제되는 해운사를 일컫습니다. 이들은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 논리에 반하는 불공정하게 낮은 운임을 책정할 수 있기에, FMC의 특별한 감독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통제 대상 선사로 지정되면 다음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됩니다
- 운임 신고 및 심사(46 U.S.C. §40702): 통제 대상 선사는 운임을 사전에 FMC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FMC는 운임의 공정성을 엄격히 심사하게 되는데, 특히 그 운임이 해당 선사의 실제 원가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합니다.
- 운임 발효 조건(46 U.S.C. §40703): FMC가 승인한 운임만이 유효합니다.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운임은 FMC에 의해 거부될 수 있습니다.
- 운임 조정 권한(46 U.S.C. §40704): FMC는 통제 대상 선사의 운임에 대해 조정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운임이 공정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발동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입니다.
- 불공정 운임 금지(46 U.S.C. §40705): 통제 대상 선사는 불공정한 운임을 책정할 수 없으며, 이는 FMC의 집중 감시 대상입니다. 만약 불공정 운임 책정이 적발될 경우, 해당 선사는 severe penalty를 감수해야 합니다.
FMC는 통제 대상 선사의 운임이 해당 선사의 원가를 적절히 반영하는지를 특히 주목합니다. 운임이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정부 지원에 기반한 불공정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어떤 선사의 화물 운송 원가가 연료비 $1,000, 인건비 $500, 선박유지비 $300, 기타 비용 $200을 포함해 총 $2,000라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이 선사가 $1,800의 운임만을 받는다면, 매 운송 시 $200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이런 손실을 감수하는 운임 책정은 명백히 불공정한 것으로서 FMC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운송원가를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지나친 이윤 추구로 흐르지 않는, 시장 규범에 부합하는 운임 책정은 FMC도 이를 존중합니다. 핵심은 정부 개입으로 인해 시장 질서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죠.
외국 정부는 왜 해운사를 통제하려 할까?
그렇다면 각국 정부는 왜 자국 해운사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려 할까요?
해운산업은 한 국가의 무역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국가 간 물동량의 대부분은 해상을 통해 운송되기에, 해운산업의 경쟁력은 그 나라 무역경쟁력의 잣대가 되곤 합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로서는 자국 해운사를 적극 육성하고 이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는 것이죠.
또한 해운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정부로서는 이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사시 군수물자의 안정적 수송을 위해서라도 자국적 선사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전략적 접근이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해운사가 불공정하게 낮은 운임을 무기로 경쟁사를 위협한다면, 이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통제 대상 선사 제도의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HMM에 미칠 영향은?
그렇다면 이번 조치가 HMM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우선 HMM은 미국 항로 운영에 있어 FMC의 추가적인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운임 신고 및 심사, 운임 조정 등 FMC의 각종 규제 조치들이 HMM에도 직접 적용되는 것이죠. 이는 적어도 미국 시장에서의 HMM 영업활동에 일정 부분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1957년 체결된 한미우호통상항해조약에 의거해 HMM에는 일부 면제 혜택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동 조약상 한국적 선사들은 일정 부분 미국의 규제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HMM은 특정 상황 보고의무(46 U.S.C. 40502(f))와 자료 제출 의무(46 U.S.C. 46106(b)(7))는 준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외 일부 FMC 규정으로부터는 면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것이 HMM에 대한 FMC의 감시가 전면 배제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 조약의 테두리 안에서도 HMM의 운임과 경쟁행위에 대한 FMC의 관심은 지속될 것입니다. HMM으로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활동에 힘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해운시장에서 정부 지원에 안주하기보다는, 서비스와 물류 솔루션 개발 등 자체적인 경쟁력 제고에 매진해야 할 때입니다. 궁극적으로 해운강국의 위상은 정부 후광이 아닌 해운사 스스로의 역량으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통제 대상 선사로 지정된 해운사는?
FM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통제 대상 선사 리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해운사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COSCO SHIPPING Lines Co., Ltd.: 중국 국유해운사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공격적인 선대 확충과 운임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 Orient Overseas Container Line Limited: 역시 중국계 해운사로 COSCO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회사입니다. 중국 정부의 지분율이 높아 통제 대상 선사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 OOCL (Europe) Limited: OOCL의 유럽 지사로서 독자적인 법인격을 갖고 있어 별도로 통제 대상 선사로 지정된 경우입니다.
- COSCO Shipping Lines (Europe) GmbH: COSCO의 유럽 지사인 만큼 본사와 함께 FMC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의 해운사들은 모두 중국적 선사들로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통제 하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면 HMM의 경우 이번에 새롭게 리스트에 추가되면서, 비중국계 선사로는 유일하게 통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참고로 FMC는 2017년 8월 통제 대상 선사 리스트를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한 바 있는데, 당시 중국계 선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미중 해운 갈등의 단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HMM 사례에 대해서도 후속 논의가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