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최근 글로벌 농산물 시장을 바라보는 물류 실무자들의 시선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확량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생산국들의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컨테이너 선사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커피와 코코아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생산국들이 가치 사슬(Value Chain)의 상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공급망 관리자(SCM)들에게 새로운 전략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원재료’를 옮기는 것을 넘어 ‘가공품’의 특성에 맞는 정교한 물류 설계가 필요해진 시점입니다. 본 아티클에서는 커피와 코코아 시장에서 일어나는 혁명적인 변화와 그에 따른 물류적 인사이트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커피 시장의 지각변동: ‘수출 전용’에서 ‘가공 및 내수’의 시대로
그동안 커피 생산국들은 수확한 생두를 해외로 실어 보내는 ‘단순 공급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브라질,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 대국으로의 진화
전 세계 커피 원두 공급의 약 40%를 담당하는 브라질은 그 지위가 흔들림이 없으면서도 내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2024년 브라질의 국내 커피 소비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과거 ‘생산국은 수출만 하고, 소비는 선진국이 한다’는 이분법적 논리를 완전히 뒤엎는 현상입니다.
더 주목할 점은 브라질이 단순히 생두를 파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현지에서 가공한 인스턴트 커피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4년 브라질의 인스턴트 커피 가공 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물류 관점에서 볼 때, 벌크 형태의 생두 운송만큼이나 완제품 규격에 맞춘 가공품 운송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커피 굴기’와 새로운 물류 루트의 탄생
전통적인 차(Tea) 문화권이었던 중국은 이제 거대한 커피 소비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중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변화를 수치로 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 2016년: 약 9잔
- 2023년: 16.7잔 (약 두 배 성장)
- 2024년: 약 30잔 (추정치)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는 대규모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중국의 한 대형 커피 브랜드는 브라질산 커피 구매 계약을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려, 2029년까지 총 24만 톤을 매입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계약은 필연적으로 남미와 아시아를 잇는 빈번하고 안정적인 라이너 서비스(Liner Service)와 정교한 수출입 스케줄 관리를 필요로 합니다.
코코아 공급망의 재편: 기후 위기가 불러온 ‘가공 현지화’
코코아 시장은 커피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라는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생산국들의 ‘현지 가공 정책’과 맞물리며 공급망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습니다.
생산 점유율의 급락과 대안지의 부상
전 세계 코코아 빈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2015년 두 국가의 합산 점유율은 52%에 달했으나, 2024년에는 32%까지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온, 병충해 확산, 그리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의 생산성 저하가 주요 원인입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바이어들은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카메룬과 같은 ‘준생산국(Semi-producing countries)’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물류 담당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정형화된 서아프리카 루트 외에도 새로운 소싱 국가들에 대한 물류 경로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가공 제품 수출의 역전 현상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정부는 현지 가공률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부터 코트디부아르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물량 중, 가공된 형태인 ‘코코아 페이스트’의 수출량이 가공되지 않은 ‘원시 코코아 빈’을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더욱 전략적입니다. 세계 3위 코코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이미 2011년에 원시 코코아 빈에 수출세를 부과하고, 대신 국내 가공 시설에는 강력한 세제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는 원시 빈 수출을 줄이는 대신 코코아 버터와 분말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주요 수출국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습니다.
물류 실무자가 반드시 체크해야 할 ‘가공품 운송’의 기술적 주의사항
수출 품목이 원재료에서 가공품으로 변한다는 것은 물류 현장에서 관리해야 할 ‘변수’가 늘어남을 뜻합니다. 특히 코코아 가공품 중 하나인 ‘코코아 버터’는 운송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 낮은 녹는점 관리: 코코아 버터의 녹는점은 약 37°C로 매우 낮습니다. 일반적인 건화물 컨테이너(Dry Container)로 운송이 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적도 부근을 지나거나 기온이 높은 항로를 통과할 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 패키지 파손 및 품질 변질: 열에 의해 제품이 녹기 시작하면 부피 팽창으로 인해 패키지가 터지는 ‘패키지 파열’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상품 가치 상실로 이어집니다.
- 특수 컨테이너의 필요성: 따라서 운송 경로와 계절에 따라 단열 조치(Insulation)를 취하거나, 정밀한 온도 조절이 가능한 특수 냉동 컨테이너(Reefer)를 활용하는 등 신뢰할 수 있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운송 솔루션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변화하는 글로벌 흐름, 물류가 전략이 되는 시대
커피와 코코아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특정 품목의 유행이 아닙니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가처분 소득 증대, 급격한 도시화, 그리고 소비 문화의 고도화가 만들어낸 거대한 흐름의 일부입니다.
이제 물류 실무자들은 생산국들이 더 이상 ‘원료 공급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가공품 위주의 수출 구조는 더 세심한 온도 관리, 더 복잡한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더 정교한 라이너 서비스 활용 능력을 요구합니다.
오늘 살펴본 데이터와 사례들이 여러분의 공급망 전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