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최근 국제 무역 환경은 관세 장벽과 각종 정책 이슈들이 얽히고설키며, 해운 업계 종사자들에게 ‘정치학’을 필수적인 고려 사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미 서부로 향하는 태평양 항로가 여전히 주요 노선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공급망 대체 항로’에 대한 논의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오늘 트레드링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주요 항로의 위기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거론되는 다양한 대체 항로의 현실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20년의 성장이 멈추다: 홍해 사태와 수에즈 운하의 딜레마
아시아와 미 동부를 잇는 수에즈 운하 루트는 지난 20여 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해운 동맹들은 초대형 선박을 투입하고, 감속 운항(Slow Steaming) 전략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왔죠. 과거 싱가포르가 동서 항로의 확고한 중심축(Fulcrum)이었던 시절에는 중국발 수에즈 서비스가 생소했지만, 결국 현실이 되어 물류의 동맥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부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와 아덴만에서 상선을 표적으로 군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 견고했던 흐름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수에즈 운하 통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자 대부분의 선사는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Cape of Good Hope)으로 우회하는 고육지책을 택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항해 기간은 최대 2주가량 늘어났고, 시장의 유휴 선복(Spare capacity)은 거의 모두 흡수되었습니다. 최근 수에즈 통항 재개에 대한 논의가 일부 있었지만, 이란 정세 불안이 선원과 화물의 안전에 미칠 연쇄 리스크(Knock-on risks) 때문에 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쪽의 얼음길과 파나마의 정치적 격랑
수에즈가 막힌 상황에서 이론적으로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북극해 항로(Northern Sea Route)’입니다. 이 경로는 수에즈 대비 거리가 20~40% 짧아 운송 시간을 수 주일(Weeks) 단축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이점이 있습니다.
다만 여름과 가을에도 쇄빙선 호송이 필요한 계절적 제약은 여전합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보이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정치적 리스크는 파나마 운하에서도 감지됩니다. 트럼프는 2025년 1월 20일 취임사에서 중국의 항만 지배력을 문제 삼으며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Take back)”고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압박은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습니다. 취임사 후 두 달이 채 안 되어 CK허치슨은 자사의 해상 터미널 포트폴리오를 미국 투자자(블랙록,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와 MSC(TIL) 컨소시엄에 약 228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파나마, 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 거래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Unresolved)로 남아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 천문학적 비용의 ‘운하 딜레마’
이처럼 기존 주요 항로들이 지정학적 늪에 빠지자, ‘운하 딜레마(Canal Conundrums)’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체 프로젝트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선, 태국의 끄라 지협을 뚫어 태국만(태평양)과 안다만해(인도양)를 잇는 ‘끄라 운하(Kra Canal)’가 있습니다. 말라카 해협을 우회하여 동아시아와 수에즈 간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이 구상은 수세기 동안 논의만 되어왔습니다. 또한, 1825년부터 고려된 ‘니카라과 운하’ 역시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구상과 맞물려 검토되었으나, 두 프로젝트 모두 천문학적인 비용과 정치·환경적 장벽 탓에 실현 가능성은 요원해 보입니다.
운하뿐만 아니라 육로를 이용한 복합운송(Intermodal) 대안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멕시코 남부 테우안테펙 지협의 회랑, 온두라스의 국가 간 복합철도, 니카라과 운하 철도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수십억 달러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며, 냉정히 볼 때 이미 APM 터미널스가 소유한 파나마 운하 철도(Panama Canal Railroad)의 기능을 복제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축
우리가 점차 격동하는 정치적 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분간 전 세계 물류는 태평양, 수에즈, 파나마라는 세 가지 주요 항로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획기적인 대체 항로들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현실적인 대안보다 도면 위의 구상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류 담당자 여러분께서는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을 이해하시되, 기존 주요 항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트레드링스는 앞으로도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여러분의 화물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도록, 가장 빠르고 정확한 물류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