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기름은 넘쳐난다’…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가 부른 공급 과잉 신호

2025년, 10월 16일



물류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2026년 국제 유가 시장에 ‘공급 과잉’이라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꺼내 든 대중(對中) 관세 카드가 그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2026년물 가격이 ‘콘탱고(Contango)’ 상태로 전환됐습니다. 단순한 가격 변동으로 보이지만 향후 2년간 우리 기업들이 마주할 물류 환경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콘탱고’의 경고: 2026년, 기름은 넘쳐난다?

최근 2026년 2월 이후 인도되는 WTI 선물 가격이 단기물보다 비싸지는 콘탱고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현물 시장의 재고가 쌓여가고, 미래의 공급 과잉을 시장 참여자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지금 당장 원유를 사서 보관했다가 나중에 파는 것이 더 이득인 상황이죠. 즉, 내년부터 창고에 기름이 넘쳐날 것을 알려주는 전조증상입니다.

한때 시장을 지배했던 지정학적 리스크발 고유가의 기대감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2026년 전체 계약분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헤지펀드들이 선호하는 12월물 간 스프레드는 수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습니다. 시장의 투심이 얼마나 비관적으로 돌아섰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싸우는데 기름값이 왜 내려갈까?

이번 유가 약세의 진원지는 단연 미중 무역 갈등의 재점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세계 1, 2위 원유 수입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소비가 위축되며, 이는 곧바로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집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두 축이 흔들리자, 원유를 실어 나를 배도, 그 배를 채울 화물도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치 도미노와 같습니다. 무역 전쟁의 첫 충격파가 실물 경제의 수요를 위축시키고, 이는 곧장 선물 시장의 가격 구조를 뒤흔듭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앞다투어 유가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합니다.

OPEC+의 계산과 셰일 업계의 딜레마

공급 측면의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되찾으려는 OPEC+는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다른 산유국들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수요가 줄어들 것이 뻔한데 공급은 오히려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셈입니다.

특히 미국 셰일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습니다. 배럴당 60달러를 수익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셰일 기업들에게 현재의 가격 하락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유가 변동성으로 인해 내년도 미국 원유 생산량이 202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저유가가 단기적으로는 운송 비용 절감이라는 달콤한 열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시장의 공급 안정성 자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저유가는 축복인가, 또 다른 리스크의 전조인가?

표면적으로 유가 하락은 수출입 기업의 유류비와 물류비 부담을 덜어주는 호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수요 급락’이라는 더 큰 리스크가 숨어있습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현재의 저유가가 비효율적인 생산자들을 퇴출시켜 미래의 공급 부족과 유가 급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최근 유가는 단순히 수급 논리를 넘어 미중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변수가 얽혀 복잡하게 결정됩니다. 유가 하락이 비용 절감의 기회가 될지, 아니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전조가 되어 물동량 급감으로 이어질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안갯속입니다. 예측 불가능성을 상수로 둔 채 어떻게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공급망 전략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유가라는 안개가 걷혔을 때 마주할 풍경이 무엇일지, 지금부터 냉철하게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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