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에즈 운하 우회 영향으로 운임 급등과 장기 계약 증가
- 2024-26년 540만 TEU 신조선 공급 예정으로 역대 최대 규모
- 현존 선대 26% 규모의 발주잔량에도 폐선은 미미한 수준
-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동아시아 부진으로 수요 회복 불투명
- 해운업계, 공급과잉 시대 대비한 장기 생존 전략 수립 시급
안녕하세요. 물류가 쉬워지는 공간, 트레드링스입니다.
지금 해운시장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4년 시작된 홍해에서의 긴장으로 인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이 90% 급감했고, 이로 인해 운임은 급등했습니다. 2025년 1월, 새해가 시작되면서 해운업계는 더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BIMCO는 지난 1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5년이 해운시장의 구조적 공급과잉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요?
수에즈 운하 우회, 시장을 뒤흔들다
먼저 현재 해운시장의 가장 큰 변수인 수에즈 운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수에즈 운하의 통과량은 2024년 들어 전년 대비 9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대부분의 선박들이 홍해에서의 안전 문제를 피해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우회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항해 거리와 시간이 크게 늘어났고, 이는 실질적인 선박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운임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하이발 운임지수(SCFI)는 전년 대비 148%, 중국발 운임지수(CCFI)는 64%나 급등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선사들의 대응 방식입니다. 선사들은 현재의 높은 운임을 최대한 오래 확보하기 위해 용선 계약 기간을 연초 8개월에서 현재 24개월로 크게 늘렸습니다. 용선료 역시 전년 대비 52% 상승했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운임이 하락세로 돌아선 후에도 용선료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박들의 운항 패턴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평균 운항 속도를 보면 2023년 14.4노트에서 2024년 14.8노트로 증가했으며, 특히 6,000TEU 이상의 대형 선박들은 모두 15노트 이상의 속도로 운항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오히려 타이트해진 것은 바로 이러한 우회 운항의 영향입니다.
역대 최대 공급 증가,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다
이제 해운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인 공급 과잉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2024년 말까지 280만 TEU의 신조선이 시장에 투입되어 선대는 전년 대비 9.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2025-26년 동안 추가로 260만 TEU가 인도될 예정입니다.
이런 공급 증가의 규모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즉 대규모 발주가 시작되기 전과 비교하면 2026년까지 전체 선복량은 46%나 증가하게 됩니다. 반면 같은 기간 화물 수요는 2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시장은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의 발주잔량입니다. 800만 TEU라는 숫자는 현존 선대의 26%에 달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인데요, 게다가 2027-2028년에 인도될 물량이 2025-2026년보다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2029년 인도 물량까지 발주가 이뤄진 상황에서, 이러한 공급 과잉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신조선 인도와 폐선의 불균형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2024년을 예로 들면, 290만 TEU의 신조선이 인도될 예정입니다. 2025년에도 190만 TEU의 신조선이 인도될 예정이며 폐선은 30만 TEU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2026년 역시 140만 TEU의 신조선 인도에 대해 폐선은 40만 TEU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됩니다.

선형별 발주 현황을 살펴보면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납니다. 2021년 이후 발주의 대부분을 12,000-17,000TEU급 대형 선박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6,000TEU 이하 선박은 발주잔량의 5%에 불과하지만, 20년 이상 된 선박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폐선의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선박 가격에도 흥미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신조선 가격은 마침내 상승세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5년된 중고선 가격은 용선료 상승과 함께 강세를 보이며 신조선 가격의 80%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2024년 초 70%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상승입니다. 반면 폐선 가격은 중국의 저가 철강 공급 영향으로 연초 대비 6% 하락했는데, 이는 선사들의 폐선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는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발주된 선박의 78%가 대체연료 사용이 가능한 선박이며, 추가로 10%는 향후 개조가 가능하도록 준비되고 있습니다. 현재 발주된 선박의 78%가 대체연료 사용이 가능한 선박이며, 추가로 10%는 향후 개조가 가능하도록 준비되고 있어, 이는 해운업계가 환경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세계 경제와 수요의 변화, 그 속에 숨겨진 도전과 기회
이제 해운 물동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IMF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세계 경제 전망은 ‘저성장 시대의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3.2%, 2026년은 3.3%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4년의 3.2%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들 속에는 주요국들 간의 뚜렷한 성장 격차가 숨어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주요 경제권별로 성장 경로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EU와 일본은 2024년보다 2025-2026년에 더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미국, 중국, 인도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데,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물동량 시장인 중국의 성장 둔화는 해운업계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소매 판매 데이터를 보면 주요 경제권의 소비 회복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EU의 경우 올해 들어 1% 성장을 기록했고, 특히 9-11월에는 2.4%의 상대적으로 강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9% 하회하고 있어, 완전한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매 판매가 연초 대비 0.7% 하락했으나, 코로나19 이전 대비로는 오히려 12.4%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축적한 저축을 이미 상당 부분 소비에 활용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 EU 소비자들의 경우는 여전히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이러한 저축이 소비로 전환될 경우 예상보다 높은 수입 물동량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상황은 특히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매판매 증가율이 연간 3.5%에 그치고 있어, 정부의 내수 부양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물동량 시장인 중국발 물동량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불확실성 요인들, 그리고 우리의 대응 방향
이러한 상황에서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제조업 동향을 살펴보면, 글로벌 제조업 PMI가 4개월간의 위축 이후 겨우 50선으로 회복했습니다. 이는 제조업 활동이 여전히 매우 약한 확장 국면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유로존의 경우 제조업 PMI가 29개월 연속 50 미만을 기록하며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2024년 10월과 11월에 Caixin PMI와 NBS PMI가 모두 50을 상회했는데, 이는 2024년 4월 이후 처음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OECD의 경기선행지수(CLI)를 보면, G20의 CLI가 2024년 11월 100.4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시사하고 있지만, 프랑스와 터키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수가 100을 상회하고 있어 오히려 하방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리스크 요인들이 있습니다. 2025년 1월 취임 예정인 미국 차기 대통령의 수입 관세 인상 가능성, 이에 따른 무역 파트너들의 보복 관세 위험, 그리고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이 노동시장과 소비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미 동부와 걸프 해안 항만의 노사 협상도 주목해야 할 요소입니다. 특히 2025년 1월 15일로 예정된 ILA-USMX 계약 협상에서 항만 자동화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예상됩니다.
변화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2025년은 해운업계에 있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에즈 운하 우회로 인한 일시적 호황 이면에는 구조적 공급과잉이라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운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먼저 선대 운영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12,000-17,000TEU급 선박의 과잉 공급에 대비한 선형별 포트폴리오 최적화, 노후 선박의 전략적 폐선 검토, 그리고 운항 속도 최적화를 통한 실질 공급 조절이 중요합니다.
둘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장기 용선계약과 현물 시장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 지역별 성장 불균형을 고려한 배선 전략 수립, 그리고 대체연료 추진 선박 도입을 통한 환경 규제 대응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운영 효율성 제고, 친환경 선박 도입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 그리고 고객 니즈 변화에 대응한 서비스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2025년은 해운업계가 단기적 호황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도전에 나설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입니다. 구조적 공급과잉이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만이 생존의 답이 될 것입니다.
한편 이러한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분석과 대응 전략은 트레드링스의 ‘2025 글로벌 해운·공급망 시장 전망’ 리포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리포트는 ‘STORM’이라는 키워드로 2025년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제시하며,
공급과잉(Supply Overcapacity)
무역환경 변화(Trade Environment Changes)
신흥시장 기회(Opportunities in Emerging Markets)
해운산업 구조조정(Restructuring of Shipping Industry)
환경규제를 통한 현대화(Modernization through Environmental Regulations)를 중심으로
심층 분석을 통해 기업의 선제적 대응과 새로운 성장 기회 발굴을 위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