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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현재 글로벌 해운 시장은 홍해 사태 장기화에 따른 희망봉 우회 항로가 고착화되면서 높은 수준의 운임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운송 기간 증가는 실질적인 선복 공급량 감소로 이어져, 유휴 선박 비율이 0.3%에 머무는 등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당장의 선복 확보와 운임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이면에서는 향후 2~3년 내 공급망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Linerlytica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신규 발주 잔량은 총 선복량의 31.7%에 해당하는 1,040만 TEU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현재의 공급 부족 현상과는 정반대의 시그널로, 잠재적인 공급 과잉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 현황 분석: 현재의 대규모 선박 발주 배경
최근의 기록적인 선박 발주는 MSC, CMA CGM, ONE 등 주요 선사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몇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합니다.
첫째는 단기적인 운항 효율성 저하에 대한 대응입니다. 희망봉 우회로 아시아-유럽 노선의 왕복 운항 기간이 약 20~28일가량 늘어나면서, 기존과 동일한 주간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선박 투입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선복 수요를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둘째는 IMO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중장기적 선대 교체 필요성입니다.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 강화되는 규제에 따라, 연비 효율이 낮은 노후 선박의 운항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선사들은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메탄올, LNG 등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 발주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Maersk가 발주 목적을 ‘선대 현대화’로 밝힌 것은 이러한 전략적 판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 과거 사례로 본 공급 과잉 리스크: 2008년과의 비교 분석
현재 전체 선대 대비 발주량 비율은 2004~2009년 기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당시의 대규모 발주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맞물리며 수요 급감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10년 이상 지속된 심각한 수급 불균형과 저운임 시기를 초래했습니다.
물론 현재 시장은 3대 해운 얼라이언스 체제를 통해 과거보다 공급 조절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선사들은 임시 결항(Blank Sailing)이나 감속 운항을 통해 인위적으로 공급을 조절하며 운임 방어에 나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은 여전히 상존합니다. 신규 선박 인도 스케줄을 보면, 2026년 하반기부터 2028년에 걸쳐 대규모 물량이 집중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예정입니다. 만약 이 시기에 홍해 사태가 해소되어 수에즈 운하 통항이 재개된다면, 희망봉 우회에 투입되었던 추가 선복이 시장으로 복귀하는 효과와 신규 선박 인도가 겹치며 급격한 공급 충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사들의 공급 조절 능력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급 불균형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2026년 이후 해상 운임 시나리오 전망
이러한 공급 측면의 변화를 고려할 때, 2026년 이후 해상 운임은 구조적인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다음 두 가지 변수가 운임 향방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첫째, 홍해 사태의 종결 여부 및 시점입니다. 수에즈 운하 항로 정상화는 단기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급 측 변수입니다. 둘째, 글로벌 실물 경제의 수요 동향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 주요 소비 시장의 경기 둔화 등은 물동량 증가세를 제약하여 늘어나는 공급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를 크게 앞지르는 국면이 도래하면, 선사 간의 화물 유치 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와 같은 극심한 운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크게 저하시킬 것입니다. 화주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운임 하락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과도한 경쟁은 해운 시장의 안정성을 해쳐 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4. 수출입 기업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 전략
예측되는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출입 기업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검토해야 합니다.
첫째, 유연한 운송 계약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높은 운임 시기에 섣불리 장기 운송 계약 비중을 늘리는 것은 향후 시장 하락기에 비용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 물량에 대해서만 안정적인 계약을 유지하고, 상당 부분은 변동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스팟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공급망 가시성 확보는 필수적입니다. 운송 기간과 도착 예정 시간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화물의 현재 위치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은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 됩니다. B/L 번호만으로 실시간 운송 현황을 추적할 수 있는 TRADLINX Ocean Visibility와 같은 디지털 솔루션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고객과의 소통, 재고 관리, 생산 계획 조정을 위한 필수적인 정보 자산이 됩니다.

셋째, 물류 파트너십을 다변화하여 의존도를 낮춰야 합니다. 특정 선사나 포워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해당 파트너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공급망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향후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경우, 일부 물류 기업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신뢰할 수 있는 복수의 파트너사와 관계를 구축하고 거래 이력을 만들어두는 것은, 잠재적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5. 결론: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
현재 시장은 단기적인 선복 부족과 장기적인 공급 과잉이라는 상반된 시그널이 공존하는 복잡한 국면에 있습니다. 기록적인 신조선 발주량은 분명 2026년 이후 시장에 상당한 공급 압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는 일부 기업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으나, 시장 변화를 미리 읽고 준비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운임 하락기에 경쟁력 있는 물류비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시장 신뢰를 얻는 기업이 결국 미래 시장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당장의 문제 해결을 넘어, 2~3년 후의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여 선제적으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할 중요한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