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최근 ‘홍해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만약 후티 반군의 공격이 멈추고 선박들이 홍해로 복귀한다면, 연간 200만 TEU의 물량을 흡수하던 우회 항로가 정상화되며 컨테이너 운임이 ‘급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선사들은 왜 선뜻 “복귀”를 외치지 못하는 걸까요? 운임 폭락 시나리오가 ‘아직은’ 현실이 될 수 없는 진짜 변수는 무엇인지,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200만 TEU의 귀환, 운임 ‘대폭락’이 온다?
컨테이너 운임 분석 플랫폼 제네타(Xeneta)의 수석 분석가 피터 샌드(Peter Sand)는 후티 반군의 공격 종료가 시장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선사들은 홍해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더 긴 항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우회 항로가 현재 흡수하고 있는 물동량은 연간 글로벌 컨테이너 용량의 약 200만 TEU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만약 선사들이 홍해 항로로 대규모 복귀를 감행한다면, 이 막대한 규모의 선박 공급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샌드 분석가는 “이는 시장을 공급 과잉 상태로 만들 것이며, 홍해 항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선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운임이 더욱 급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이미 극동에서 북유럽, 지중해, 미국 동해안으로 향하는 3개 주요 무역로의 평균 현물 운임은 올해(2025년) 초 대비 50% 이상 하락한 상태입니다. 홍해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이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현실의 벽: 선사들이 ‘말’뿐인 약속을 믿지 못하는 이유
하지만 이러한 운임 급락 시나리오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신뢰’와 ‘안전’의 문제입니다.
샌드 분석가는 선사 운영자들과 그들의 보험사들이 홍해 항로로 선박을 즉각 되돌리기 위해서는 후티 반군의 ‘말’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안전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부에서는 후티 반군의 서한 내용(가자 지구 휴전 시 공격 중단)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습니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에드먼드 피튼-브라운 선임 연구원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후티 반군의 목적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세계에 과시하고 미국, 이스라엘 등의 반격에도 견딜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으며, 그들은 이미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분석하며, “그들의 국제 해운 방해는 가자 지구 분쟁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이고 “후티 반군은 2023년 이전에도 선박을 공격했으며, 국제 사회를 압박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언제든 다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시장의 현재 온도: 조심스러운 ‘간보기’와 냉정한 현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일부 선사들은 조심스럽게 ‘간보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CMA CGM은 지난 11월 이례적으로 대형 선박 2척을 홍해 항로로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샌드 분석가에 따르면, 2025년 내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컨테이너 선박의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그는 “위험이 낮아졌다고 인식되면 통행량이 증가하기 시작할 수는 있지만, 2023년 수준으로 즉각적인 회복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희망’과 ‘불신’ 사이, 시장의 줄다리기는 계속된다
요약하자면, 시장은 ‘홍해 리스크 해소’라는 희망과 ‘신뢰할 수 없는 안전 보장’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후티 반군의 공격 중단이 현실화되고 선사들이 홍해로 복귀한다면, 현재 우회 항로에 묶여 있던 막대한 선박 공급량이 시장에 풀리며 컨테이너 운임은 ‘급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선사와 보험사들이 실질적인 안전을 확신하기 전까지, 대규모 항로 복귀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운임 급락을 기대하기보다는, 홍해의 지정학적 위험 변동성을 주시하며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