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00 TEU급 MSC 안토니아호가 지난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
-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컨테이너선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 무역을 담당하는 피더선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은 여전히 이 지역을 회피 중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2023년 10월 19일,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첫 공격을 감행한 이후 21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전 세계 주요 선사들은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포기하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백 척의 상업 선박들이 추가로 2주 이상의 항해 시간과 막대한 연료비 부담을 감수하며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해야 했던 이 기간 동안, 글로벌 공급망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습니다. 전 세계 해상 무역의 12%와 컨테이너 운송의 30%가 통과하는 이 핵심 항로의 마비는 운송비 급등과 납기 지연으로 이어졌고, 결국 전 세계 소비자들의 주머사정까지 직격탄을 맞혔죠.
그런데 지난 6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의 6,700 TEU급 안토니아호가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것입니다. 5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근처에서 좌초 사고를 겪었던 이 선박이 수리를 마치고 중국 상하이를 향해 항해하는 모습은 해운업계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홍해 항로의 완전한 정상화를 의미하는 걸까요? 21개월간의 긴 우회 항로가 마침내 끝나고, 글로벌 물류가 다시 예전의 효율성을 되찾게 되는 걸까요?
아니면 이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시험 항해에 불과하며, 진정한 정상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조건들이 필요한 걸까요? 공급망 관리와 물류 비용 최적화에 직면한 모든 이들이 주목해야 할 이 역사적 순간의 진짜 의미를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MSC 안토니아호의 극적인 여정
MSC 안토니아호(IMO: 9398216)의 이번 항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였습니다.
지난 5월 이 선박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서쪽 엘리자 쇼알스 근처에서 좌초되었는데요, 조사 결과 GNSS(전세계위성항법시스템, 위성을 이용한 위치측정 시스템) 스푸핑(spoofing)의 피해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GNSS 스푸핑이란 가짜 위성 신호를 전송하여 선박의 항법 시스템을 속이는 전자전 기법입니다. 단순히 신호를 차단하는 재밍(jamming)과는 달리, 의도적으로 조작된 거짜 위치 정보를 선박의 GNSS 수신기에 주입함으로써 선박이 실제 위치와 다른 곳에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항로 이탈이나 좌초 같은 심각한 사고를 일으킵니다. MSC 안토니아호는 바로 이런 공격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고 이후 수리를 마친 해당 선박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성공적으로 통과하여 현재 베트남의 붕따우 항구(Vung Tau Port)에 정박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TRADLINX Ocean Visibility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해당 선박은 약 18노트의 속도로 항해했던 것으로 나타나, 선박에 심각한 손상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좌초 사고 이후 적절한 수리가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MSC 안토니아호의 이번 통과가 정말 홍해 항로 정상화의 신호탄일까요? 이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현재 홍해 항로의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봐야 합니다. 과연 다른 선박들도 이 항로를 이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업계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홍해 항로의 현재 상황과 변화
제한적이지만 증가하는 통과량
실제로 데이터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월평균 컨테이너선 수가 전년 177회에서 221회로 약 25% 늘어났습니다. 2023년의 월평균 587회와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증가 추세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증가세가 대형 선박들의 복귀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지역 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피더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6월 TRADLINX Ocean Visibility 데이터를 보면,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하는 선박의 84%가 5,000 TEU 미만의 소형 선박이었습니다.
이는 2023년 11월 후티 공격 시작 전 23%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즉, 소형 선박들이 홍해 항로를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는 뜻이죠. 반면 초대형 선박들은 여전히 이 지역을 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의 신중한 전망
그렇다면 업계 전문가들은 MSC 안토니아호의 이번 통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정말 홍해 항로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
“기다려보는” 상황
현재 해운업계는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리스크 인텔리전스의 수석 분석가 더크 지벨스는 이를 “기다려보는” 상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아무도 먼저 움직이고 싶어하지 않지만 아무도 마지막이 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신중한 태도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홍해로 복귀하는 선사는 빠른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안전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대로 너무 늦게 복귀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죠. 그래서 선사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큰 우려는 여전히 안보 위험입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최근 갈등은 홍해의 위험 요소를 다시 한 번 높였습니다.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상업 선박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휴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홍해로의 복귀, 적어도 전면적인 복귀는 완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경제적인 이유입니다. 지벨스는 “아무도 복귀를 절실히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홍해로 복귀하면 항해 시간이 2주 이상 단축되면서 용선료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선사들은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긴 항로 덕분에 높은 용선료를 받고 있죠.
안보 위험 외에도 경제적 계산이 복잡합니다. 제네타의 분석에 따르면, 대규모 홍해 복귀는 글로벌 평균 항해 거리를 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뜨려 TEU-마일 수요를 11%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기록적인 신조선 인도량과 결합되어 시장에 과잉 공급을 초래하고 운임료 급락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컨테이너 시장은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용선 계약도 미리 체결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항로 변경은 전체 시스템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선박들이 홍해로 복귀하면 기존 운송 계획과 계약 체계를 재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의 “기다려보는” 상황은 안전과 경제성을 모두 고려한 신중한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사들은 홍해 지역이 더 안정화되고, 시장 전체가 변화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홍해 복귀, 결국 대형 선사들의 움직임이 핵심이 될 것
그렇다면 언제 본격적인 복귀가 시작될까요? 컨트롤 리스크의 디렉터 코맥 맥개리는 대형 선사 중 하나의 보다 협조적인 움직임이 전면적인 복귀의 방아쇠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선주는 서로 다른 위험 허용도를 가지고 있다. MSC나 머스크 같은 대형 선사가 대거 움직이면 요율에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비즈니스 마인드가 뒤따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MSC 안토니아호의 이번 통과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대형 선사의 움직임이 업계 전체의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MSC만이 홍해 항로를 시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선사들이 조심스럽게 홍해 항해를 테스트해왔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CMA CGM입니다. 이 마르세유 기반 선사는 위기 기간 내내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하는 항해를 계속한 유일한 주요 선사입니다. 지난달에는 15,000 TEU급 선박 CMA CGM 오시리스호(IMO: 9882504)로 수에즈를 통과하는 항해를 시작했는데, 이는 싱가포르에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로 향하는 여정에서 작년 3월 이후 가장 큰 컨테이너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CMA CGM 오시리스호의 항해는 예외적인 사례로 남아있으며, 비슷한 크기의 선박이 반복적으로 항해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는 대형 선사들이 여전히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MSC는 매우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습니다. MSC의 최고 운영 책임자 소렌 토프트는 2025년 3월 수에즈 운하 당국과의 회담에서 “홍해 지역의 발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영구적인 돌파구와 포괄적인 안정성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상황이 여전히 복잡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지역의 지속적인 안정성 회복이 MSC 선박들의 홍해 항해와 수에즈 운하 통과 재개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표했습니다.
특히 토프트는 현재의 우회 항로가 MSC의 선호 옵션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희망봉 항로는 해상 서비스가 부족하여 종종 신중한 사업이 된다고 설명하면서, 지역의 지속적인 안정성 회복에 대한 희망을 표명했습니다. 이것이 MSC 선박들의 홍해 지역 통과와 수에즈 운하 재이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해 항로 정상화, 아직은 신중한 기대감이 필요한 시점
MSC 안토니아호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과는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21개월간 이어진 홍해 우회 항로 시대에 18개월 만의 첫 MSC 선박 통과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이는 홍해 항로 정상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급한 기대는 금물입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이번 항해는 여전히 시험적 성격이 강합니다. 진정한 홍해 항로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포괄적 안정성 확보, 대형 선사들의 협조적 움직임, 그리고 경제적 인센티브 개선이 모두 필요한 상황입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현실이 더 명확해집니다. 현재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의 84%가 5,000 TEU 미만의 소형 선박입니다. 월평균 통과 선박 수가 25%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주로 지역 피더 서비스 확장 때문이고, 2023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물류와 공급망 담당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선 현재의 우회 항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홍해 항로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니까요. 다만 운송비가 높아지고 배송 시간이 길어지는 점을 고려해서 재고 관리나 주문 계획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공급업체를 다양하게 확보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 곳에만 의존하면 위험하니까, 여러 지역에 분산된 공급업체들과 관계를 맺어두는 것이 좋겠죠. 특히 아시아와 유럽 간 물류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 다른 대안도 미리 준비해두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선사들과 계약할 때도 유연성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항로가 바뀔 때 운송비나 배송 시간이 어떻게 조정될지 미리 협의해두면, 나중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황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것도 중요합니다. 홍해 지역 안보 상황이나 주요 선사들의 결정, 운송비 변동 등을 빠르게 알 수 있다면 변화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요. 특히 TRADLINX Ocean Visibility와 같은 수출입 물류 화물의 실시간 이동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선박의 정확한 위치, 예상 도착 시간, 항로 변경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갑작스러운 항로 변화나 지연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홍해가 완전히 정상화되는 경우, 일부만 복귀하는 경우, 지금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 등 각각에 대한 대응 계획을 세워두면 어떤 상황이 와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결국 MSC 안토니아호의 이번 항해는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접근법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