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항로의 부활? 수에즈 운하와 글로벌 공급망의 방향은?

2025년, 1월 31일
  • 후티 반군 휴전 선언, 홍해 물류 정상화를 이끌 수 있을까?
  • 수에즈 운하 복귀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글로벌 물류의 미래는?

안녕하세요. 물류가 쉬워지는 공간, 트레드링스 입니다.

홍해는 오랜 세월 동안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를 잇는 핵심 물류 통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이 지역을 통과하는 수에즈 운하(Suez Canal)는 매년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12%를 처리하는 전략적 관문으로, 국제 무역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축이 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1년여 동안, 홍해는 더 이상 ‘안전한 항로’라는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바로 후티 반군(Houthi Rebels)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지속하면서 선박 두 척이 침몰했고, 선원 4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잇따른 위협에 불안을 느낀 다수 해운사는 홍해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우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운항 거리가 길어지면서 물류비가 상승하고, 전 세계 공급망 전반에 걸쳐 혼란이 야기되어 글로벌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쳤죠.

그러던 중 2025년 1월 19일, 후티 반군이 가자지구 휴전을 지원하기 위해 비(非)이스라엘 선박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깜짝 발표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이 열렸습니다. 이 선언이 홍해를 통한 물류 흐름을 다시금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조건부 휴전이라는 점 때문에 해운업계 전체가 섣불리 낙관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후티 반군의 휴전 선언과 이에 대응하는 수에즈 운하 당국의 전략,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해운업계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지 다각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후티 반군의 조건부 휴전 선언: 희망인가, 불안인가?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협정을 지지한다는 명목으로, 비이스라엘 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내용은 후티 반군의 인도적 운영 조정 센터(HOCC)가 발틱국제해운협의회(BIMCO)와 주요 해운사들에게 직접 전달하면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휴전이 실제로 안정될지 여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요, 이는 아래와 같은 ‘조건부 특성’ 때문입니다.

  • 미국·영국 소유 선박도 공격 대상에서 제외
    다만 이 예외 조항은 휴전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유효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휴전이 무효화되면, 미국·영국 선박도 다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이스라엘 관련 선박은 공격 대상 유지
    이스라엘 국적이거나 이스라엘 자본이 들어간 선박에 대해서는 공격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 휴전 파기 조건
    만약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휴전을 위반하거나 예멘 내 분쟁이 다시 고조될 경우, 이 선언은 즉시 무효화되며 공격이 재개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Amberay)는 “최소 5주 이상 후티 반군이 실제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지켜본 뒤, 이번 휴전의 진정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조건부 휴전이기에 아직 해운업계 전체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의미인 것이죠.

수에즈 운하 당국의 설득과 복귀 유인책

홍해가 분쟁 위험지대로 떠오른 동안, 수에즈 운하(SCA)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해운사들이 위험을 피하고자 희망봉 경로로 돌아섬에 따라, 운하를 지나는 선박 수가 하루 평균 70척에서 28척 안팎으로 급감했습니다. 2024년 한 해에만 수에즈 운하 매출이 약 70억 달러 줄어들었다는 추산도 나오고 있죠.

오사마 라비 청장의 긴급 대책

한편 후티 반군이 휴전을 선언하자, 수에즈 운하 당국은 해운사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한 긴급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오사마 라비(Osama Rabie) 청장은 글로벌 해운사 23곳의 대표를 이스마일리아 본부로 초청해, 다음과 같은 유인책을 내세웠습니다.

  • 운하 이용료 동결
    기존 요금을 그대로 유지해, 해운사의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남단 항로 확장
    이중 통행 구간을 기존 72km에서 82km로 늘려, 하루 최대 6~8척의 선박을 추가로 운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서비스 품질 개선
    선박 정비, 연료 공급, 의료 지원, 승무원 교체 등에 대한 편의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라비 청장은 “홍해가 예전처럼 항해 가능한 수준으로 충분히 안정됐다”며, 시간이 흐르면 글로벌 해운사가 차츰 복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예측하기 이른 측면도 있어, 업계의 반응은 신중과 기대가 섞여 있습니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엇갈린 반응: 수에즈 운하 복귀를 둘러싼 긴장과 기대

복귀를 시도하는 해운사: 조심스러운 ‘시험 운항’

일부 해운사는 후티 반군의 휴전 선언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CMA CGM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데, 과거에도 유럽연합(EU)의 Aspides 해군 보안 작전 지원을 받으며 홍해를 통과한 경험이 있는 만큼, 노하우를 살려 일부 선박을 재투입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또 다른 예로, 얼라이언스(Alliance) 소속 선사 중 일부는 휴전 발표 직후부터 희망봉 우회 대신 수에즈 운하를 사용하는 ‘테스트 운항’에 돌입했습니다. 이들은 실제로 휴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수에즈 운하 당국의 서비스 개선이 충분한 효과를 내는지 직접 확인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복귀를 주저하는 해운사: 완전한 안정성 우선

반면 상당수 해운사는 아직 휴전의 지속성과 안전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경로 복귀를 고민 중입니다.

  • AP 몰러-머스크(Maersk)
    북아프리카 및 중동 담당 대표 하니 엘 나디(Hani El Nady)는 “완전한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복귀를 결정하지 않겠다”며 신중론을 강조했습니다.
  • 중핵 해운(NYK Line) (일본)
    2025년 3월 말까지는 희망봉 우회 노선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일본 해운업계는 특히 “선박과 승무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휴전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행되는지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해운사마다 상황을 바라보는 온도가 다른 만큼, 복귀 시점을 두고 좀 더 장기적인 관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스라엘 관련 선박의 높은 위험: 복잡한 지정학적 리스크

후티 반군이 휴전을 선언했음에도, 이스라엘 국적 선박이나 이스라엘 자본이 관여된 선박은 여전히 공격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홍해 노선을 재개하려는 해운사들 중에서도, 이스라엘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얽혀 있는 곳은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영국의 조디악 마리타임(Zodiac Maritime)
    약 51척의 컨테이너 선대를 운영하며, 일부 선박이 이스라엘 자본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싱가포르의 이스턴 퍼시픽 쉬핑(EPS)
    27척의 컨테이너 선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관련 선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휴전을 위반하거나 분쟁이 고조되면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한 터라, 이들 해운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당장 홍해 항로로 복귀하기보다, 국제 정세 변화를 좀 더 면밀히 살필 공산이 큽니다.

보안과 경제적 변수 속에서의 복잡한 선택

홍해 항로로 돌아갈지 말지는 보안 문제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운송 거리, 연료비, 운임 수익 등 경제적 요인 또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 보안 측면
    영국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와 합동해사정보센터(JMIC) 등은 아직 미국·영국 관련 선박에 대한 잠재적 위험도 높다고 지적합니다. 이스라엘과 예멘 관련 분쟁이 다시금 불거지면, 휴전이 한순간에 파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반면, BIMCO 해사·사이버 보안 책임자 야콥 라센(Jakob Larsen)은 “휴전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면 해운사들은 차츰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 경제적 변수
    희망봉 우회 노선은 운항 거리가 길어지지만, 그만큼 운임을 올릴 수 있어 수익이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장기적으로 화주 부담과 공급망 지연으로 이어져 전체 무역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수에즈 운하를 통한 홍해 경로는 운송 시간이 짧고, 연료비 절감과 운송 효율을 높여 선사와 화주 모두에 이점을 제공합니다. 특히 유럽·지중해로 이어지는 구간을 주로 담당하는 컨테이너 선사들은 수에즈 운하 이용이 원활해져야 네트워크 전체가 원활히 돌아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해로의 귀환: 수익성과 안전 사이

현재로서는 후티 반군이 발표한 휴전 선언이 실제로 지켜지고, 이스라엘과의 분쟁 역시 확산되지 않아야 홍해 항로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 당국의 유인책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해운사 입장에서는 안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돌아가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품고 있습니다.

일부 선사는 운임 상승과 장거리 운항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선박과 승무원의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한 대체 항로를 고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결국 휴전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그리고 수에즈 운하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보안 및 군사적 충돌을 어떻게 관리·감독하는지가 결정적인 열쇠가 될 전망입니다.

홍해 복귀? 아직은 쉽지 않은 결정

후티 반군의 휴전 선언은 분명 홍해 항로수에즈 운하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이스라엘 관련 선박이 여전히 위험에 놓여 있고, 휴전 자체가 조건부인 만큼 언제든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습니다.

향후 몇 주간의 전개 양상에 따라, 해운사가 적극적으로 홍해로 복귀할지 아니면 희망봉 우회 같은 대체 노선을 더 오래 유지할지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된 정세가 뒷받침되고, 수에즈 운하 당국의 대책이 실효성을 증명해 보인다면, 홍해가 다시 글로벌 물류의 중심축으로 복귀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세계 해운업계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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