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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때 천정부지로 솟구쳤던 컨테이너 운임이 홍해 사태 이후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신호인데요. 지금부터 그 배경과 원인, 그리고 전망까지 꼼꼼하게 짚어보겠습니다.
홍해 사태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컨테이너 운임
글로벌 해운 운임의 기준이 되는 드류리 세계 컨테이너 지수(Drewry World Container Index)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중국 상하이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40피트 컨테이너의 현물 운임은 1,735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글로벌 선사들이 홍해 항로를 우회하기 시작한 2023년 12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미주 노선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상하이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40피트 컨테이너 운임 역시 2,311달러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상하이-로테르담 노선은 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 ‘홍해 사태’와 해운 시장의 혼란
현재의 운임 하락을 이해하려면, 먼저 시장을 뒤흔들었던 ‘홍해 사태’를 되짚어봐야 합니다.
- 사태의 배경: 2023년 말, 예멘의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 전쟁에 항의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들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수에즈 운하로 가는 길목으로,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이곳을 통과하는 핵심적인 물류 동맥입니다.
- 해운 시장에 끼친 영향: 선박 피격 위험이 커지자, MSC와 머스크 등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홍해 항로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경로를 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항해 거리가 약 6,500km 이상 늘어나고, 운항 기간도 1~2주가량 길어졌습니다. 이는 즉시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운용 가능한 선박의 공급(선복량)을 급격히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았고, 운임은 단기간에 폭등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옥스퍼드대의 포트워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 초 하루 47척에 달했던 수에즈 운하 통과 화물선은 최근(9월 21일 기준) 17척으로 급감한 상태로, 우회 항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운임, 왜 다시 떨어지나?
홍해 사태로 인한 항로 우회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임이 급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블룸버그는 그 핵심 원인으로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을 꼽았습니다. 여러 전문가와 시장 분석 보고서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 구조적인 공급 과잉: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상 초유의 물류 대란과 운임 폭등을 경험한 해운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대규모 신규 선박 발주에 나섰습니다. 당시 발주된 선박들이 2024년부터 2025년에 걸쳐 대거 시장에 인도되면서, 선박 공급량이 수요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는 구조적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해운 분석기관 BIMCO는 2025년이 해운 시장의 구조적 공급 과잉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특히 상품 소비가 줄어들면서 해상 물동량 증가세가 꺾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블룸버그 기사에서 세로카 로스앤젤레스 항만청장이 “미국 수입업체들의 하반기 수요 약화”를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불확실성 속의 시장 변동: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올해 컨테이너 시장의 등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미·중 무역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요인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가운데, 근본적인 수요 부진이 운임 하락 압력으로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해상 운임, 과연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앞으로의 해상 운임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단기적으로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지만, 여러 변수가 존재해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 시나리오 1) 하방 압력 지속 전망: 한국무역협회의 ‘2025년 컨테이너 해상운임 변동 특징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선박 인도가 예정되어 있어 구조적인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운임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 시나리오 2) 높은 변동성 유지: 홍해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유럽연합(EU)은 해상 안보 임무를 2026년 2월까지 연장했으며, 이는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해운 분석가 라스 옌센은 홍해 사태가 2025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글로벌 교역 항로에 장기적인 구조적 변화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병목 현상은 언제든 운임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불씨입니다.
- 시나리오 3) 점진적 상승 또는 안정 : 글로벌 경기가 꾸준히 회복되고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된다면, 운임은 현재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거나 안정될 수 있습니다. 선사들 간의 경쟁 심화는 운임 급등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컨테이너 운임 하락은 홍해 사태라는 돌발 변수의 영향력이 잦아들고, 팬데믹 이후 누적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라는 시장의 근본적인 펀더멘털이 다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수출입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비 부담을 덜 수 있는 기회이지만, 해운업계는 본격적인 ‘치킨 게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글로벌 공급망은 이처럼 다양한 변수들이 얽히고설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시장의 주요 지표와 변수들을 꾸준히 추적하며,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마다 트레드링스가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