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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극심한 가뭄으로 전 세계 공급망에 차질을 빚었던 파나마 운하가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를 넘어 역대 최고 통항량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2025년 첫 5개월 동안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 컨테이너선은 양방향을 합쳐 1,200척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통항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2024년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한 수치이며,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2년보다도 4.1% 높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기록적인 성과는 7,500~10,000 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를 실을 수 있는 ‘네오 서브-파나맥스’급 선박의 통행량이 급증한 덕분입니다. 이 선박들은 2025년 들어 전체 컨테이너선 통항의 25%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통행량이 30.2%나 급증하며 파나마 운하의 부활을 이끌었습니다.
극심했던 가뭄과 통항량 감소의 역사
파나마 운하의 최근 성과는 불과 1~2년 전의 심각했던 위기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2023년 파나마는 143년 관측 역사상 세 번째로 건조한 해를 맞으며 기록적인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엘니뇨 현상과 기후 변화가 겹치면서 강수량이 급감했고, 운하 운영에 필수적인 가툰 호수(Gatún Lake)의 수위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갑문(Lock)을 열고 닫으며 선박을 이동시키는 운하의 특성상, 충분한 담수 확보는 운영의 핵심입니다. 1950년 이래 가장 건조한 10월을 기록하는 등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수자원 부족으로 파나마 운하청(ACP)은 운하 역사상 처음으로 통항 제한이라는 고강도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평시 하루 36~38척이던 통항 선박 수를 24척까지 줄였고, 선박의 흘수(선박이 물에 잠기는 깊이)를 제한해 화물 적재량까지 줄여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운하 입구에는 최대 154척의 선박이 몰려 길게는 21일까지 대기하는 등 극심한 병목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공급망에 연쇄적인 차질을 초래했고, 운송 지연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위기 극복과 정상화를 향한 노력
위기 속에서 파나마 운하청은 수자원 보존과 운영 효율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제한된 수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갑문 운영을 최적화하고,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에 예약 우선권을 부여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효과를 거두어, 통항 선박 수는 줄었지만 선박의 평균 크기가 커지면서 전체 화물 처리량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조치 덕분에 2024년 4분기에는 4억 달러에서 4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올리는 재정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2025년에 들어서면서 가뭄이 완화되고 가툰 호수와 알라후엘라 호수의 수위가 회복되자 운하 운영은 빠르게 정상화되었습니다. 파나마 운하청은 통항 제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했고, 현재는 거의 정상 수준의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글로벌 해상 운송에 미치는 영향
- 미주-아시아 노선 안정화: 파나마 운하는 아시아와 미주 동안을 잇는 최단 항로입니다. 운하의 정상화는 이 노선의 운송 시간과 비용을 다시 안정시켜 물류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입니다. 이는 특히 미국의 소비재 수입과 아시아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수에즈 운하와의 경쟁 구도 변화: 공교롭게도 파나마 운하가 회복하는 동안, 경쟁 항로인 수에즈 운하는 홍해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통항량이 급감했습니다. 2025년 들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보기 드물어졌고, 5월에는 서브-파나맥스급 선박 통항량이 100척 아래로 떨어지며 2024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안정성을 회복한 파나마 운하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되는 상황입니다.
- 해운 동맹 및 선사 전략에 미치는 영향: 운하 통항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은 다시 파나마 운하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노선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비 효율이 높은 네오-파나맥스급 대형 선박을 이 노선에 집중 투입하며 운송 효율 극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파나마 운하청은 이번 가뭄 위기를 교훈 삼아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해 리오 인디오(Rio Indio) 저수지 건설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검토하며 미래의 기후 위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파나마 운하는 과거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견고한 글로벌 물류의 핵심 동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