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는 항상 문제다: 테무 EU에서 막대한 벌금 위기

2025년, 8월 1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Temu)가 유럽에서 심각한 규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슬로건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급성장해온 테무에 대해, EU 집행위원회가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예비 판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정이 확정될 경우 테무는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라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죠.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던 테무,

과연 그 화려한 성장 뒤에는 어떤 문제들이 숨어있었을까요?

끊이지 않는 테무 논란, 이번엔 EU가 나섰다

지난 7월 28일, EU 집행위원회는 테무가 디지털서비스법을 위반했다는 예비 판정을 발표했습니다.

사실 테무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24년 10월 31일부터 EU는 테무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고, 이번 예비 판정은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려졌죠.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조사가 단독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각국의 디지털서비스 조정관, 세관 당국, 시장 감시 기관들과 협력하여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나

EU 집행위가 지적한 테무의 핵심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불법 제품 유통 방지 실패입니다. EU 집행위가 실시한 미스터리 쇼핑(mystery shopping exercise)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테무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상당수가 EU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유아용 장난감(baby toys)과 소형 전자제품(small electronics) 등 안전이 생명인 제품들에서 규정 미준수 사례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품질 문제를 넘어 소비자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둘째, 부정확한 위험 평가입니다. 테무가 2024년 10월에 제출한 위험 평가 보고서는 심각한 결함이 있었습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테무는 자체 마켓플레이스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신 업계 일반 정보(general industry information)에만 의존했습니다. 이로 인해 불법 제품 유통에 대한 적절한 완화 조치(mitigation measures)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 집행위의 판단입니다.

셋째, 추가 조사 대상 사안들입니다. EU 집행위는 이번 예비 판정 외에도 테무의 중독성 있는 디자인 기능(addictive design features), 추천 시스템의 투명성, 연구자들에 대한 데이터 접근성 등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테무의 복잡한 추천·보상 시스템과 불투명한 할인 구조가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기존 비판과 맥을 같이 합니다.

6%의 무게, 그 의미는?

만약 이번 예비 판정이 최종 확정된다면 테무는 전체 전 세계 연간 매출(total worldwide annual turnover)의 최대 6%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EU가 디지털 플랫폼에 부과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제재입니다.

하지만 벌금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EU 집행위는 위반 사항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measures to address the breach)를 명령할 수 있으며, 테무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강화된 감독 기간(enhanced supervision period)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는 테무의 모든 비즈니스 활동이 EU의 현미경 아래 놓인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테무는 EU 집행위의 조사 파일을 검토하고 서면으로 답변할 권리가 있으며, 유럽 디지털서비스 위원회(European Board for Digital Services)의 자문도 받게 됩니다. 하지만 EU 집행위의 예비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테무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 테무인가?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

테무의 문제는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테무는 자체적으로 물품을 판매하지 않고 마켓플레이스 역할만 합니다. 수많은 중국 소규모 판매업자가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공장에서 유럽으로 직접 물건을 배송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공장 직송” 모델은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품질 관리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다양한 테스트에서 안전 규정을 위반하거나 유해 화학물질을 기준치 이상 사용한 사례가 계속 발견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실제로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일부에서는 플랫폼 자체를 금지하자는 논의까지 제기된 바 있죠. EU 집행위가 지적한 것처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안전하지 않거나, 위조되거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제품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 환경, 그리고 디지털 단일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소비자, 판매자, 그리고 경쟁사에 미칠 영향

이번 EU의 제재 조치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의 각 주체들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겪게 될 전망입니다.

소비자들은 쇼핑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테무에서 구매 가능한 제품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10유로 이하 초저가 상품들이 대거 사라지면서 선택의 폭이 크게 좁아질 전망입니다. 남은 제품들도 판매자들의 규제 준수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어 평균 20-30% 인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제품 안전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불량품 구매로 인한 피해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테무의 영세 판매자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U 규정에 맞는 각종 인증과 테스트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규모 판매자들이 대거 시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판매자의 30-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살아남는 판매자들도 마진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기존의 박리다매 전략을 포기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과적으로 테무 내 판매자 생태계가 소수의 중대형 판매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쟁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될 것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 쉬인 같은 유사 플랫폼들은 EU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수억 유로를 투자해 규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이미 엄격한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춘 아마존, 이베이 등은 테무 이탈 고객들을 흡수하면서 유럽 시장 점유율이 5-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체적으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시장이 저가 경쟁에서 품질·안전성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이번에 EU가 테무에 내린 철퇴는 단순히 중국 플랫폼 하나를 겨냥한 것이 아닌, 전 세계 이커머스 업계에 던지는 분명한 신호탄일 수 있습니다. 바로 무작정 싸게 팔아서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는 끝났고, 소비자의 안전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죠. 물론 소비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당분간 불편할 수 있습니다. 초저가 쇼핑의 달콤함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거나, 새로 산 전자제품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사고가 난다면? 몇 천원, 혹은 몇 만원 아낀 대가치고는 너무 크지 않을까요?

테무가 이 거대한 파도를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유럽 시장에서 발을 빼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기업 하나의 위기가 아니라, 온라인 쇼핑 시대의 거대한 전환점입니다. ‘싸고 빠른’ 쇼핑에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쇼핑으로.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쇼핑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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