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자급률 높아진 중국발 변화… 파나막스 선박 운임 41% 하락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전 세계 곡물 운송의 ‘대동맥’ 역할을 하던 파나막스 선박이 휘청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 중국의 수입량이 전년 대비 51% 급감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파나막스 선박입니다. 중국으로 들어가는 곡물의 83%를 책임지던 이 선박들의 운임 지수가 41%나 폭락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해운업계는 이번 충격이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의 변화가 단순한 수요 감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내 곡물 생산량 증가, 높은 재고 수준, 정부의 수입 억제 정책, 대두 수요 감소까지… 중국 내부에서 일어난 여러 변화가 글로벌 해운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일까요? 아니면 글로벌 해운업계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까요?
지금부터 그 영향과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파나막스 선박과 중국의 밀접한 연관성
파나막스(Panamax) 선박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건화물선으로, 글로벌 곡물 운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이 선박들은 곡물뿐만 아니라 석탄, 철광석 등 다양한 원자재를 운송하지만, 특히 곡물 수송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그리고, 중국은 옥수수, 밀, 대두(콩) 등 주요 곡물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곡물들은 대부분 미국과 브라질 같은 주요 수출국에서 파나막스 선박을 통해 운송됩니다.
BIMCO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으로 들어오는 곡물 화물의 83%가 파나막스 선박을 통해 운송되는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즉, 중국의 곡물 수입량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파나막스 선박의 운송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것입니다.

파나막스 선박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이유
이번 곡물 수입 감소로 인해 파나막스 선박 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아래 세 가지 요인 때문입니다.
첫째, 중국의 곡물 수입 감소가 곧바로 선박 운항 횟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곡물은 파나막스 선박의 주요 화물 중 하나인데, 중국의 수입량이 급감하면서 곡물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는 선박들이 줄어들었고, 이는 선박 운항률 감소로 직결되었습니다.
둘째, 중국의 주요 곡물 공급국인 미국과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BIMCO의 분석에 따르면, 브라질의 대중국 곡물 수출은 29% 감소했고, 미국의 대중국 곡물 수출은 57% 급감했습니다. 이는 곡물을 실어나르던 파나막스 선박의 운항 감소로 직접 이어졌습니다.
셋째, 브라질과 미국 간 항로 차이로 인해 선박 운송 수요가 더욱 불균형해졌습니다. 브라질-중국 항로는 미국-중국 항로보다 25% 더 긴 거리입니다. 브라질에서 중국으로의 곡물 수출 비중이 늘어나면 선박 운항 시간이 길어져 일부 선박들은 일정 수준의 운항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미국산 곡물의 수출 감소가 훨씬 더 커서 파나막스 선박의 전체 운송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틱 파나막스 운임 지수가 41% 하락하며 2020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게 된 것이죠.

중국의 곡물 수입 감소 원인 – 4가지 주요 요인
그렇다면 글로벌 해운업계를 흔든 중국의 곡물 수입 감소, 과연 그 이면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여기에도 네 가지 주목할 만한 구조적 변화가 있습니다.
첫째, 중국의 국내 곡물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중국은 2018년 이후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꾸준히 곡물 생산량을 늘려왔습니다. 특히 2024년에는 사상 최대 수확량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 증가했습니다. 반면, 곡물 소비 증가율은 1%에 그쳤습니다. BIMCO의 Shipping Analysis Manager인 Filipe Gouveia는 “2024년 중국이 기록적인 수확량을 기록하면서, 밀과 옥수수의 수입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둘째,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수입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국내 농가 보호와 식량 가격 안정을 위해 외국산 곡물 수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부터는 식량안전보장법을 강화하여 곡물 수입 규제를 한층 엄격히 하고 있죠. 이에 따라 주요 수입업체들에게는 외국산 보리와 옥수수 구매 제한을 요청했으며, 일부 업체들은 이미 미국과 호주의 곡물 대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곡물로 수입선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특정 곡물에 대한 관세 인상과 비관세 장벽 도입으로 해외 곡물의 유입을 더욱 제한하고 있습니다.
셋째, 중국의 곡물 재고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2024년 초, 중국은 대량의 곡물을 선제적으로 수입하면서 현재 높은 재고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부 항구의 옥수수 재고량은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죠. 이는 주요 항구뿐만 아니라 내륙 창고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총 곡물 비축량이 3억 톤을 초과하며 세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높은 재고량은 추가 수입의 필요성을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넷째, 대두(콩)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습니다.
BIMCO 분석에 따르면, 이는 저조한 압착 마진과 높은 기존 재고량이 주된 원인입니다. 주로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대두는 최근 중국 내 축산업이 위축되면서 소비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대두 가공업체들은 채산성이 낮아 가공량을 줄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두 수입도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는것입니다.

중국의 곡물 수입, 다시 증가할 가능성은?
그렇다면 중국의 곡물 수입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요?
우선 대두(콩) 수입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현재는 대두 재고가 많아 수입이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재고가 소진될 것입니다. 여기에 국제 시장에서 대두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이 다시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수출국인 브라질과 미국의 대두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어, 중국이 더 저렴한 가격에 대두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BIMCO는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2025년 중반 이후부터 대두 수입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밀과 옥수수의 경우는 수입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중국이 2024년에 기록적인 수확량을 달성하면서 국내 공급이 매우 풍부해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식량 자급자족 정책을 강화하면서 외국산 곡물 수입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어, 밀과 옥수수의 수입량은 2025년에도 계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인 곡물 수입을 놓고 봤을 때, 2025년의 총 수입량은 2024년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두 수입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 하더라도, 밀과 옥수수 수입의 감소폭이 워낙 커서 이를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해운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이러한 중국의 곡물 수입 감소 추세는 글로벌 해운업계에 장기적인 구조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파나막스 선박 시장은 다음과 같은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새로운 시장 개척: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 확대
- 화물 다변화: 곡물 외 다른 건화물 운송 비중 확대
- 선박 운영 효율화: 연료 효율 개선, 운항 경로 최적화 등을 통한 비용 절감
- 장기 계약 확보: 안정적인 수익을 위한 장기 운송 계약 확보
특히 해운업계는 중국의 곡물 수입 정책 변화와 글로벌 곡물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