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불똥, 4개월 만에 EU 900억 달러 적자 기록… 유럽 제조업계 생존 위협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입니다.
2025년 현재, 미·중 무역 전쟁의 영향이 유럽 경제 지형까지 크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산 저가 상품들이 유럽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유럽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죠.
지난 15일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첫 4개월 동안 중국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기록한 무역흑자가 9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이 이 거대한 ‘덤핑 해일’에 어떻게 대응할지 세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유럽은 자국 산업 보호와 경제적 협력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트레드링스가 현장의 목소리와 분석을 전해드립니다.
미국 발 관세 폭탄, 중국산 제품 유럽으로 밀려오다
2025년 들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수출업체들은 미국 시장 대신 새로운 판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최근 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90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여전히 지난 1월보다 평균 30%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덜한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알리안츠 트레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막심 다르메는 “중국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과 같은 다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유럽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수출품의 규모는 이미 상당했는데,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해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900억 달러의 무역흑자는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우려가 아님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유럽이 중국의 새로운 수출 타겟이 된 이유
왜 유럽이 중국산 저가 상품의 집중적인 유입 대상이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있습니다.
1. 미국의 강력한 관세 장벽과 중국의 수출 다변화 압력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수입 규제 강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주요 수출 경로가 사실상 차단되자 중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유럽이 중요한 대안 시장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현재 중국 상품의 주요 우회 경로는 라틴 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로 파악되지만, 유럽으로 유입되는 물량 또한 이미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2. 유럽 시장의 상대적 개방성과 낮은 관세율
전통적으로 경제적 개방성을 중시해 온 EU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과 유연한 통상 환경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는 중국 상품이 유럽 시장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EU를 중국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거대 시장”으로까지 규정하며, 이러한 점이 중국 수출업체들에게 유럽을 매력적인 목적지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풀이합니다.
3.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 육성을 목표로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기업들이 낮은 가격으로도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반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중국 위안화 가치가 유로화 대비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된 상황입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단순히 저가품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가치사슬(밸류체인) 고도화’를 통해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꾸준히 확보해오고 있어, 유럽 시장을 다각도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EU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한 건설기계 제조사는 불공정 보조금 등의 지원에 힘입어 EU 시장 점유율을 단 2년 만에 29%에서 41%로 비약적으로 확대했으며, 이는 유럽 현지 업체들보다 가격을 20% 이상 저렴하게 공급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900억 달러 적자의 경고: 유럽 산업, 중국산 저가 공세에 ‘흔들’
중국산 저가 상품이 유럽 시장으로 대거 유입됨에 따라, 유럽 경제 전반에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1. 산업 경쟁력 약화: 제조업부터 첨단 산업까지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유럽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입니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유럽 기업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려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과거 섬유나 철강 등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 국한되었던 중국산의 공세는 이제 기계·설비, 자동차는 물론 첨단 기술 분야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가치 사슬을 상향 이동하며 국내외 시장 선도 기업들을 위협함에 따라,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심화가 곧 유럽의 경쟁력 상실을 의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빠른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전기차(EV) 배터리 및 완성차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유럽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실제로 브뤼셀이 지난해 중국산 EV에 관세를 부과한 이후 EV 수출 증가세는 다소 둔화되었지만,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모델의 공급을 늘리며 유럽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2024년 말,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독일과 중국의 무역 관계 변화는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중국에 대한 독일의 무역수지는 2020년 18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2024년)에는 반대로 중국의 120억 달러 흑자(독일의 적자)로 극적인 전환을 나타냈습니다. 올해 첫 4개월의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중국의 대독일 흑자는 250억 달러를 상회할 수도 있다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2. 무역 불균형 심화: 사상 최대 적자와 경제 성장 저해 우려
중국산 수입 급증은 유럽 전체의 무역수지 악화로 직결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24년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약 3,045억 유로에 달했으며, 이러한 적자 규모는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만성적인 무역 적자는 유럽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3. EU, 보호냐 개방이냐: 기로에 선 통상 정책과 내부 목소리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중국산 제품의 공세는, 오랜 기간 ‘경제적 개방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온 EU에게 자국 산업 보호라는 현실적 필요 사이에서 심각한 정책적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나티시스 SA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에 대해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개방 무역을 지속하는 것은 자국 산업의 파괴를 의미할 뿐”이라고 강력히 경고하며, “EU가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신생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호 장벽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유럽 내부에서도 점차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부응하여 EU는 이미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단속 강도를 높이며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자료들을 종합하면, 중국산 전기차 외에도 타이어부터 다리미판에 이르기까지 약 80개 중국 제품군에 대한 관세 장벽이 이미 설정되었으며, 2025년 4월에는 중국산 공정장비(MAE)에 최대 66.7%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경한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4. 싼 게 능사일까? 저가품 홍수 속 유럽 소비자의 엇갈리는 계산서
중국산 저가품의 대량 유입은 유럽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패스트 패션 의류,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이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어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품질이나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가능성, 환경오염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자국 산업 기반의 약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전반적인 구매력 저하라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온라인 직접 구매를 통해 유입되는 일부 중국산 제품이 EU의 엄격한 안전·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럽 시민들 사이에서도 “단순히 값싼 제품보다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선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점진적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EU의 대응과 내부 조율 과제
EU는 중국산 저가품 공세에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않고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미 타이어부터 다리미판에 이르기까지 약 80개 중국 제품군에 관세 장벽을 설정했으며, 2025년 4월에는 중국산 공정장비에 최대 66.7%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경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무역 전환으로 인한 위험 요인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관련 조사 결과는 5월 중순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EU가 산업 피해가 심각할 경우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개별 회원국들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EU 차원의 강력한 공동 대응을 촉구하며, 150유로 이하 소액 배송 상품에 일괄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2026년까지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개별 국가의 대응은 물류의 특성상 48시간 이내에 다른 국가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쉽게 우회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EU 단일 시장의 특성상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지만, 독일처럼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강경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통일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 선택, 글로벌 물류의 미래는?
미·중 무역 전쟁은 유럽을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했습니다. 중국산 저가품의 유입은 유럽의 산업 기반을 위협하고 있으며, 유럽은 개방 경제의 가치와 자국 산업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알리안츠의 다르메 이코노미스트가 예측한 것처럼, 현재의 갈등은 미·중 양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유럽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 통상 질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유럽은 보호 장벽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국제 협력을 모색할 것인지, 또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이러한 결정은 글로벌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물류 전문가들은 유럽의 정책 방향을 주시하며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