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속 중국의 ‘꼼수’? 언더밸류와 원산지 세탁

2025년, 5월 7일

물류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서,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 관세가 크게 높아졌다는 소식, 많이들 접하셨을 텐데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부터 시작된 무역 전쟁은 현재까지도 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꼼수를 꺼내들기 시작했는데요.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 수출업체들이 어떤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이 어떤 문제점을 야기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상품 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거나 원산지를 다른 나라로 위장하는, 소위 ‘편법’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편법: 상품 가격표 바꿔치기, ‘언더밸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수입 물품의 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언더밸류(Undervalue)’입니다. 관세는 상품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신고 가격을 낮추면 당연히 내야 할 관세도 줄어들게 됩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화학제품이나 포장재 공급업체들은 미국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관세지급 인도조건(DDP, Delivery Duties Paid)’ 거래를 제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DDP는 수출업자가 관세까지 모두 부담하는 조건인데요. 이 과정에서 중국 공급업체들은 의도적으로 상품 가격을 낮게 신고하거나, 관세율이 낮은 다른 품목으로 허위 신고하는 방식으로 관세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것입니다.

플렉스포트(Flexport)의 라이언 피터슨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공장들이 미국 기업을 대신해 관세를 지불하고, 실제 관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미국 내에서 상품을 판매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정직하게 관세를 납부하는 미국 내 다른 기업들에게는 심각한 경쟁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 무술 장비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아론 루빈 씨는 자신의 중국 공급업체들이 추가 관세를 100% 부담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자신은 관세 고지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만약 경쟁업체들이 관세를 내지 않는데 나만 175%의 관세를 내야 한다면, 내 사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한 식품 제조업체 사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인상하자마자 중국 공급업체로부터 “관세 회피를 돕기 위해 송장의 내용을 바꿔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아니면 사기 행각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미국은 외국 기업이 미국 내 사업장 없이도 소액의 보증금만 내면 ‘해외 등록 수입업자(Foreign Importer of Record)’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 점이 당국의 단속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실제로 2008년 미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해외 등록 수입업자에 의한 사기 사건에 대해 거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는데, 이는 “해외 법원에서 체납 관세에 대한 징수 조치를 성공적으로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편법: 원산지 ‘세탁’의 마법

상품 가격을 조작하는 것 외에도, 중국 수출업체들은 ‘원산지 세탁(Origin Washing)’이라는 교묘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3국을 경유하면서 마치 그 나라에서 생산된 것처럼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하거나 허위로 발급받는 수법입니다.

최근 중국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샤오홍슈(小红书, RedNote)나 더우인(抖音, TikTok의 중국 버전) 등에서는 이러한 원산지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베트남이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통해 상품을 재수출하고 서류를 조작하여 원산지를 바꾸는 ‘원스톱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대만 사업가 리멍주 씨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중국 제조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며,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145%에 달하는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운송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고 말했습니다.

화물 운송업체나 관세사들이 이러한 원산지 세탁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세관 신고 서류, 통관, 원산지 증명서 발급 등을 관리해주고 수수료를 챙긴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원산지를 위장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바꿔치기하거나 내용물을 다시 적재하는 방식까지 동원한다고 합니다.

미국 법에 따르면, 수입품이 새로운 원산지 국가를 합법적으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중국 제조업체들은 생산 시설을 동남아시아 등으로 완전히 이전하려 했으나, 공장 건설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생산 능력이 부족하여 이러한 원산지 세탁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러한 편법,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요?

중국 수출업체들의 이러한 관세 회피 시도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1. 미국 관세 정책의 효과 저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편법으로 인해 그 효과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2. 공정 경쟁 침해: 정직하게 관세를 납부하는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됩니다.
  3. 법적 문제: 미국 수입업자가 이러한 불법 행위에 연루될 경우, 연방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관세 포탈은 최대 20년의 징역형, 탈세액의 300%에 달하는 벌금, 10년간의 이익 추징 등 심각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 수출업체를 직접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4. 소비자 기만: 소비자들은 상품의 실제 원산지를 오인하게 될 수 있습니다.

단속의 손길, 어디까지 미칠까?

물론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이러한 불법 행위를 인지하고 있으며, “법률적 권한, 첨단 시스템, 운영 절차를 통해 관세를 집행하고 있으며, 최근 대통령의 조치에 따라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이나 태국 등 경유지로 이용되는 국가들도 허위 원산지 증명서 발급을 막기 위해 원자재 원산지 검사를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글로벌 운송 경로를 모니터링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공연하게 원산지 세탁 서비스를 광고하는 업체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당국의 단속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루이지애나 주의 빌 캐시디 상원의원은 “CBP가 중국으로부터 오는 화물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며, 국제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높은 관세를 피하려는 중국 수출업체들의 ‘꼼수’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높아진 만큼 비슷한 상황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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