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불균형이 빈 컨테이너를 쏟아내고 있다 — 오르는 운임, 늘어나는 탄소

2026년, 3월 18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화물이 실린 컨테이너 10개가 목적지로 향할 때, 그와 별도로 빈 컨테이너 4개 이상이 재배치를 위해 바다 위를 함께 떠돌고 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지금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무역 불균형’입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는 화물로 가득 차지만,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아오는 컨테이너에는 실을 화물이 부족합니다. 결국 빈 컨테이너를 다시 아시아로 보내야 하는데, 이 불균형이 최근 급격히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Sea-Intelligence의 최신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빈 컨테이너 급증이 운임과 탄소 배출, 그리고 현장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7년 만에 50% 급증, 숫자로 보는 빈 컨테이너 현황

해운 분석 기관 Sea-Intelligence가 CTS(Container Trade Statistic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재배치가 필요한 빈 컨테이너 물량이 지난 7년간 50% 증가한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2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 월 300만 TEU이던 빈 컨테이너가 현재 450만 TEU까지 늘어난 것이죠.

절대적인 숫자만으로는 감이 잘 안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Sea-Intelligence도 실제 화물이 실린 컨테이너 물량과 비교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화물 적재 물량 대비 빈 컨테이너 비중을 보면, 팬데믹 이전에는 약 22%였습니다. 그런데 2026년 1월 기준, 이 비중이 28%까지 올라갔습니다.

여기에 ‘이동 거리’까지 반영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컨테이너가 얼마나 멀리까지 빈 채로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TEU-마일 기준으로 보면, 팬데믹 이전 32%였던 빈 컨테이너 비중이 42%까지 올라갔습니다. 선박이 화물을 운반하는 총 거리 중, 4할 이상이 빈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쓰이고 있다는 뜻이죠.

참고로, Sea-Intelligence는 수에즈 운하가 정상 운영되는 시나리오도 별도로 모델링해 보았는데요. 그 결과, 홍해 위기로 인한 왜곡 효과는 실질적으로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빈 컨테이너 급증은 홍해 사태 같은 일시적 위기 때문이 아니라, 무역 불균형 자체가 깊어진 결과라는 뜻입니다.

운임은 오르고, 탄소 배출도 느는 이유

자, 그렇다면 빈 컨테이너가 늘어나면 왜 운임이 오를까요?

구조는 이렇습니다. 선사 입장에서 빈 컨테이너를 되돌려 보내는 것도 비용이 듭니다. 연료비, 선박 공간, 항만 하역비 등이 모두 들어가죠. 그런데 빈 컨테이너 구간에서는 운임 수입이 없으니, 결국 이 비용을 화물이 실린 구간의 운임에 얹어서 회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Sea-Intelligence도 무역 불균형이 심해질수록 화물이 실린 구간(헤드홀)의 화물이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탄소 배출도 같은 맥락입니다. Sea-Intelligence에 따르면, 화물 1TEU-마일당 탄소 발자국이 2019년 대비 8% 증가했습니다. 이 증가분은 순전히 빈 컨테이너 이동이 늘어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배에 화물이 실려 있든 빈 채로 운항하든 연료는 소모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화주 입장에서는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았더라도 운임과 탄소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부담은 화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빈 컨테이너를 실제로 싣고 내리고 보관해야 하는 선사와 항만에도 상당한 운영 부하가 걸리고 있습니다.

항만과 선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이처럼 빈 컨테이너가 늘어나면, 이를 물리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항만과 선사도 당연히 영향을 받습니다.

로테르담항의 컨테이너 담당 디렉터 한나 스텔첼(Hanna Stelzel)은 특히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빈 컨테이너 재배치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빈 컨테이너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신호인데, 여러 터미널 사이에서 빈 컨테이너를 옮기는 작업까지 겹치면서 항만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에 로테르담항은 심해 컨테이너 터미널들을 서로 연결하는 ‘컨테이너 교환 루트(Container Exchange Route)’를 구축했고, 나머지 두 개 심해 터미널도 곧 연결할 예정입니다. 야간 시간대 활용, 바지선 운영 확대, 기존 인프라의 가동률 극대화 등을 통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사태가 빈 컨테이너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무역 불균형으로 빈 컨테이너가 이미 넘쳐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상황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걸프만 지역으로 들어가는 핵심 관문입니다. 그런데 이 일대의 항행과 항만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걸프만 지역에 도착한 빈 컨테이너를 정상적으로 반납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습니다. 빈 컨테이너가 많아진 것도 문제인데, 이제는 그 빈 컨테이너를 돌려보내는 과정까지 막힌 셈이죠.

이에 머스크(Maersk)는 걸프만 지역의 빈 컨테이너 반납 장소를 별도로 지정한 컨테이너 야드로 제한하는 임시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일부 야드에서는 제한적으로 반납을 허용하고 있지만, TEU당 600달러에서 컨테이너당 3,000달러에 이르는 추가 반납 비용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무역 불균형이 빈 컨테이너를 늘리고, 그로 인해 운임과 탄소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호르무즈 사태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 빈 컨테이너의 반납·재배치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예요.

물류 담당자와 SCM 관리자라면, 주요 항로별 무역 불균형 추이를 꾸준히 확인하고 선사별 정책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화하는 물류 환경 속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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