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2026년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연말 성수기의 분주함이 가득해야 할 미국 공급망 현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제조업, 물류, 운송 분야에서 4,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단순히 경기가 어렵다는 말로 넘기기엔 그 범위가 너무 넓고 구체적입니다. 식품 제조부터 자동차, 전기차 공급망, 트레일러 생산, 항만 및 자동화 풀필먼트 센터까지.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이번 감원 소식은 2026년 글로벌 물류 시장이 겪게 될 구조적 재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배신? 포드 배터리 공장의 대반전
이번 해고 사태에서 가장 충격적인 숫자는 켄터키주에서 나왔습니다. 포드가 글렌데일에 위치한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직원 1,600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전기차 수요의 재조정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포드는 이 공장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에서 데이터 센터용 배터리 및 기타 유틸리티 제조 시설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생산 라인이 가동되는 2027년까지 공백기가 발생하며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진 것입니다.
이는 자동차 부품 수출 기업이나 배터리 관련 공급망에 속한 화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무조건적인 전기차 올인 전략이 수정되고 있으며, 그 여파가 2차, 3차 협력사의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이기 때문입니다.
짐이 줄었다… 텍사스와 북동부 물류 허브의 셧다운
제조업뿐만 아니라 물류의 혈관인 운송과 창고업에서도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특히 텍사스와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물류 거점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텍사스에서는 물류 센터 폐쇄와 전자 제품 제조 공장의 셧다운으로 5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주목할 점은 대만 국적 선사 양밍의 휴스턴 항만 관련 사업부에서 105명을 감원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해상 물동량 감소가 항만 현장 인력 감축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의류 유통업체 S&S Activewear 역시 텍사스 유통 센터 문을 닫으며 146명을 내보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를 살펴보겠습니다. 트레일러 제조업체인 그레이트 데인은 화물 수요 약세와 시장 침체 장기화를 이유로 164명을 감원했습니다. 트레일러 주문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도로를 달릴 화물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선행 지표와도 같습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미시간 슈가가 철도 서비스 중단과 트럭 중량 제한 규제 등을 이유로 창고를 폐쇄했습니다. 인프라 제약이 실제 물류 거점의 존폐를 결정짓는 사례입니다.
식탁 물가와 직결된 캘리포니아 식품 공급망 타격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이곳은 식품 가공 및 산업용 제조 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식품 가공업체인 스위프트 비프는 소 사육 두수 부족과 비용 상승을 이유로 리버사이드 시설을 영구 폐쇄하며 374명의 일자리를 없앴습니다. 반 로 푸드와 프레시렐름 등도 줄줄이 공장 문을 닫았습니다.
테네시주에서는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가 내슈빌의 자동화 풀필먼트 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규모 자동화 설비 투자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인데, 이는 무조건적인 자동화 도입보다 효율적인 운영 최적화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단순 불황인가, 공급망 체질 개선인가?
이번 4,000명 감원 사태를 단순히 경기 침체로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2026년을 대비한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폭증했던 화물 수요 거품이 완전히 꺼지면서, 기업들이 과잉 투자했던 설비와 인력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트레일러 및 화물 장비 제조의 약세가 이를 방증합니다. 또한 포드의 사례처럼 전기차 전환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관련 공급망이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다른 먹거리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분산되었던 물류 센터를 핵심 거점 위주로 통폐합하여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합니다.
2026년은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공급망의 다이어트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유연하고 민첩한 물류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