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미국과 이란이 공방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

2026년, 7월 9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휴전 연장에 잠정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이란은 오만 연안을 지나던 선박 다섯 척을 공격했습니다. 심지어 중재국 역할을 맡았던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소속 유조선까지 표적이 되었습니다.

미국이 타격하면 이란이 다시 보복에 나서는 악순환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합의문에 서명까지 마친 두 나라는 왜 공방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요.

합의 이후 다시 시작된 양국의 무력 충돌

지난 6월 17일 잠정 합의 서명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선박을 향해 운항을 재개하고 기름이 다시 흐르게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료 없이’ 전면 개방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선박들은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원유의 흐름도 꽉 막혀 있습니다. 문을 열겠다는 선언은 있었으나, 정작 그 문을 누가 관리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은 탓입니다. 해협의 통제권 자체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최대 쟁점이기 때문이죠.

이런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화요일 또 한 번 사건이 터졌습니다. 영국 해상무역작전본부(UKMTO)에 따르면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 세 척이 잇달아 발사체에 피격됐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하루 기준으로 지난 4월 말 이후 가장 많은 공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산발적인 위협이 아니라 하루 사이에 세 척이 무더기로 당했다는 점에서, 해협의 안전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신호였습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카타르산 천연가스를 싣고 있던 이 선박이 경고를 무시해 공격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지만, 공식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공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경고를 무시했으니 당할 만했다는 메시지만은 분명히 남긴 셈입니다.

주장의 진위와 별개로, 세 척 모두 오만 인근 해역에서 피격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이란이 지정한 항로가 아닌, 오만 연안 항로를 택했던 선박들이라는 뜻이죠. 어느 항로를 골랐느냐가 곧 안전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세 척의 피격이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

미국의 대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미군은 세 척이 피격된 지 몇 시간 만인 수요일 이른 새벽 이란을 상대로 새로운 공습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위태로웠던 양측의 휴전이 사실상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합의문에 서명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현장 영상] 미군 보복 공습에 타격 입은 이란 항구

미국의 전격적인 공습으로 이란 차바하르 항구 해상 관제탑이 파괴되는 모습 (출처: X, @Osinttechnical)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재자들이 외교적 해법을 지속하려 애쓰고 있으나, 번번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난관이란 정반대로 작용하는 두 가지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선박 통항을 서둘러 정상화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국의 통제력이 조금이라도 약화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생각이 없는 이란.

이 두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보복 공방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일정한 패턴으로 되풀이되는 공방

사실 양국의 충돌은 늘 같은 순서로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이란이 자신들이 지정한 항로를 따르지 않는 선박을 공격하면, 미국이 이를 명분으로 이란을 타격하고 테헤란이 다시 보복에 나서는 식입니다.

다행히 이런 소모전이 아직 확전으로 번지지는 않은 채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4월 8일의 위태로운 휴전과 6월 17일의 잠정 합의, 나아가 영구적 평화를 향한 외교적 노력은 이 공방 속에서 계속 갉아먹히고 있죠.

이란이 강경한 태도로 물러서지 않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호르무즈 해협을 닫은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해협은 이란이 쥔 가장 강력한 지렛대가 되었습니다. 무력 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치러야 할 막대한 비용을 끌어올렸고, 그 위력을 제대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최종 타결을 논의해야 할 협상 테이블에서 이란이 이 카드를 선뜻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합의문에 담긴 것, 그리고 빠진 것

그렇다면 지난 6월 17일 서명된 양해각서(MoU)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우선 이란은 60일간의 휴전 연장 기간 동안 선박들의 통항료를 면제하고, 30일 이내에 기뢰를 제거해 통항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서서히 돌려놓기로 했습니다. 대신 미국은 이란 항만에 대한 해상 봉쇄를 풀고, 이란이 원유와 석유 관련 제품을 달러로 거래할 수 있도록 제재 예외 조치까지 얹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이란이 돌연 앞으로는 통항료를 징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위태로웠던 합의는 곧바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나아가 이란은 모든 선박에 자국 해안선과 가까운 항로를 이용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자국 연안으로 배가 지나가야 통항 상황을 완벽히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전쟁 발발 전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오가던 이 수로에 이란이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입니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엘리 게란마예 연구원은 이란의 속내를 이렇게 풀이합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적 제재 완화 조치를 둘러싼 포괄적 합의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대량 교란 무기’인 해협 통제권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 역시 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게란마예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는 해협 재개방이 이번 양해각서의 핵심이며, 이것이 무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 강경파들로부터 이란과의 전쟁을 재개하라는 거센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합의문에서 빠져버린 빈틈이었습니다. 양측이 서명에 앞서 해협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실무적인 절차부터 합의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합의가 비어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협은 더욱 교착되고, 양국이 전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커진다는 경고입니다.

항로는 둘, 통제권은 하나

빠져버린 실무 절차의 공백은 곧바로 항로 문제로 표출되었습니다. 미국은 이란의 요구를 일축하고, 선박들에게 오만 영해가 지나는 오만 연안 항로를 따라 통항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덕분에 미군 항공기는 5월 말부터 이 항로를 지나는 선박들에 공중 엄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정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대체 항로가 생기며 통제력이 약화되자 이란은 이를 두고 상당한 좌절감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마찰은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 지 며칠 만에 터져 나왔습니다. 지난 6월 21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이 스위스를 찾았습니다. 이란 핵 프로그램 합의를 포함해 최종 타결을 논의하는 첫 고위급 협상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해협 내 사건 사고를 막고 기뢰 제거 중 선박 운항을 조율하기 위해 핫라인을 놓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이란은 “허가받지 않은 항로”를 쓰지 말라고 경고하며 한 선박에 발포했고 다시금 보복 공격의 순환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 주요 중재국인 카타르에서 며칠에 걸쳐 협상이 이어졌지만, 논의는 온통 해협 문제에 쏠렸습니다. 그 바람에 60일의 휴전 연장 기간 안에 이뤄내야 할 ‘핵 합의 진전’이라는 더 어려운 과제는 뒤로 밀리고 말았습니다.

중재자들은 나름의 진전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직후 새로운 공격이 터졌고, 불안하던 해운업계는 다시 한번 흔들렸습니다. 선사들은 이전부터 안전에 대한 신뢰를 되찾고 급등한 보험료를 낮추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경고해 왔죠. 실제로 지난 5월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여 있던 벌크선이 미확인 물체 두 개에 피격돼 선미가 부서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

긴장이 높아지고 미국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옵니다.

화요일,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출에 줬던 제재 예외 조치를 거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영국 해상무역작전본부(UKMTO)는 해당 해역의 위협 수준을 최고 단계인 ‘심각(Severe)’으로 올렸습니다. 한 해운사 임원은 이 조치가 위험을 무릅쓰고 해협을 지나려는 선박들의 의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 역시 수요일 입장을 내고, 선주와 운항사들을 향해 해협을 지나며 선원들을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키지 말라고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그럼에도 배는 다닙니다. 물류 정보 분석 기관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양해각서 체결 이후 570척이 넘는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이 가운데 거의 4분의 3이 걸프 해역을 빠져나가는 방향이었으며, 원유 유조선 통항만 150건이 넘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배마다 통항 선택이 갈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격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수요일 오전, 프랑스 컨테이너 선사 CMA CGM 소속 선박과 인도 화물선 등 일부 선박은 이란이 정한 연안 항로를 따라 해협을 지났습니다.

반대로 같은 날 이른 시각 오만 항로로 향하던 여러 선박은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선박 추적 데이터를 보면, 인도 선주가 보유한 유조선 릴라 바디나르(Lila Vadinar)와 아드녹(ADNOC)이 운항하는 LPG 탱커 등이 여기 포함됩니다. 싱가포르 유조선 머큐리 호프(Mercury Hope)를 비롯한 일부 선박은 오만 항로에서 이란 연안 항로로 아예 방향을 튼 것으로 파악됩니다.

배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압박도 있습니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무선으로 선박을 직접 호출해 이란 항로로 침로를 바꾸라고 지시해 왔습니다.

양해각서에서 해협의 향후 지위는 이란, 오만, 그리고 다른 걸프 국가들이 함께 논의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다섯 척의 공격은 바로 그 논의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벌어진 일입니다.

한 유조선 회사 임원의 말 그대로, 지금 호르무즈 해협은 그야말로 “엉망”입니다.

협상은 불투명하고, 선택은 온전히 선박의 몫으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본래 암살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가 이번 주 며칠에 걸쳐 끝난 다음인 7월 12일에 재개될 예정이었습니다.

다만 실제로 열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요일 협상가들이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두 나라는 해협을 어떻게 운용할지 정하지 않은 채 문부터 열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란은 통제권을 지키려 자국 항로를 요구하고, 미국은 통제권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오만 항로를 권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고스란히 낀 것이 화물을 실은 배입니다. 공방이 확전으로 번지지 않으면서도 좀처럼 끝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실무자에게 남겨진 현실은 분명합니다. 해협이 열렸다는 발표와, 우리 화물을 실은 배가 실제로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느냐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570척이 넘게 통과한 같은 해협에서도 어떤 배는 이란 연안을 택하고, 어떤 배는 위협을 피해 뱃머리를 돌립니다. 보안 위협 수준은 “심각” 단계로 올랐고, 선사들은 보험료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당분간 호르무즈를 지나는 화물의 운임과 리드타임은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그날 그 배가 어떤 항로를 골랐는지 현장의 선택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물류 종사자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변수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 두는 것만으로도, 현장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은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