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위기 : 중동산 원유 99%가 한국에 못 들어온다

2025년, 6월 23일
호르무즈봉쇄

물류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지난 6월 22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나온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동맥을 겨냥한 경제 전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최종 승인만 남은 상황에서, 대체 운송 경로와 비상 계획 수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의 배경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는 중동 지역의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이 물류 인프라를 직접 겨냥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격한 직후, 이란 의회는 즉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란 측은 최종 결정권이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과거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 설치와 유조선 공격이 있었지만, 전면 봉쇄까지는 이르지 않았습니다. 2010년대 서방의 대이란 제재 때도 봉쇄 위협이 제기됐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에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생명선,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길이 약 160km,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50km에 불과한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하루 2천만 배럴의 원유가 운송됩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지납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아시아 경제국들도 마찬가지로 이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시아 지역 제조업체들의 원자재 조달과 생산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취약점이기도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특성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이유는 지리적 특성에 있습니다. 해협의 수심이 비교적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날 수 있는 항로가 제한적이며, 이러한 대형 선박들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통과해야 합니다. 사실상 이란이 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란은 다양한 봉쇄 수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잠수부가 선체에 직접 부착하는 림펫 기뢰, 수면 아래에서 접촉 시 폭발하는 계류 기뢰, 해저에서 목표물 접근 시 부상해 폭발하는 침저기뢰 등 입니다. 또한 얕은 수심과 이란 해안선 근접성으로 인해 통과 선박들은 미사일 공격이나 소형 순찰정, 헬기 공격에도 매우 취약한 상황입니다.

봉쇄 시 예상되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즉각적이고 광범위합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국제유가 급등입니다. JP모건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씨티그룹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안팎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홍해 사태가 남긴 교훈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파급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형인 홍해 사태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빌미로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경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운송 기간은 평균 10~14일 이상 늘어났으며 연료비와 전쟁 위험 할증료 등이 더해져 해상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이처럼 주요 해상 길목 하나가 막히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공급망은 수개월째 인플레이션 압력과 운송 지연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이자 또 다른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마저 봉쇄된다면, 파급력은 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운송비 상승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 마비와 그로 인한 전 세계 제조업의 연쇄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체 운송 경로와 리스크 관리 방안

중동 주요 산유국들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는 홍해와 페르시아만을 잇는 송유관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석유 운송로를 확보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도 오만만으로 직접 연결되는 송유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화주와 포워더의 대응 전략

현재 상황에서 화주들이 취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방안은 제한적이지만, 몇 가지 핵심 전략이 있습니다. 첫째, 전략적 재고 확보를 통한 공급 안정성 확보입니다. 특히 중동산 원유나 석유화학 제품에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단기적 공급 중단에 대비한 재고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둘째, 공급처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입니다. 중동 지역 의존도를 줄이고 미주, 아프리카 등 대체 공급처를 발굴하는 것이 중장기적 안정성 확보의 핵심입니다. 다만 이는 품질 차이와 운송비 증가라는 트레이드오프를 감수해야 합니다.

셋째, 운송 경로의 유연성 확보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를 대비해 육상 운송이나 다른 해상 경로를 통한 대체 운송 방안을 미리 검토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워더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비상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대체 경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실제 봉쇄 가능성과 지속 기간 전망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지속 기간은 짧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인들 입장에서 자살 행위”라며 “이란의 전체 경제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이란 경제는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장기간 봉쇄는 이란 자신에게도 치명적입니다.

또한 스티븐 쇼크 쇼크그룹 대표는 “이란의 최대 석유 수출 고객인 인도와 중국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이란이 자국의 핵심 경제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전면 봉쇄보다는 제한적 위협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단기 봉쇄라도 충격은 현실

하지만 설령 단기간의 봉쇄라 하더라도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것입니다. 이미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급등했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소식이 공식화되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입니다.

물류업계에서는 이미 비상 계획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해운선사들은 대체 항로 검토에 들어갔고, 포워더들은 고객사들과 비상 운송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지역과 거래가 많은 기업들은 계약 조건 재검토와 불가항력 조항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망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화물의 실시간 위치 추적과 도착예정시간(ETA) 예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항로 변경이나 운송 지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대체 운송 경로를 신속하게 모색하는 등 능동적인 리스크 관리가 기업 생존의 핵심 역량이 되었습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글로벌 공급망에서 가시성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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