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에도 돈 버는 러시아? 석유 수출의 비밀, 전부 알려드립니다

2025년, 8월 7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전쟁 중인 러시아를 향한 전 세계의 경제적 압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러시아의 가장 큰 돈줄인 석유 수출을 막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제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크게 반등하며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복잡해 보이는 국제 경제의 이면에는 러시아의 치밀한 계산과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비밀을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샅샅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숫자로 명확히 드러난 ‘깜짝’ 반등

우선 얼마나 상황이 바뀌었는지 숫자로 살펴보겠습니다.

7월 중순, 러시아의 해상 원유 수출량은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가지 흐름이 보입니다. 변동성이 큰 주간 단위로 보면, 특정 주에 수출량이 하루 364만 배럴까지 치솟으며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습니다. 한 주 동안 무려 33척의 유조선에 2,547만 배럴의 원유를 실어 내보냈는데, 이는 바로 전주(30척, 2,296만 배럴)보다 훨씬 늘어난 양입니다.

더 안정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4주 평균 수출량 역시 하루 323만 배럴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이는 올 한 해 평균치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이 반등은 특정 항구에서 두드러졌습니다. 발트해에 위치한 프리모르스크와 우스트-루가 항구는 한 주 동안 각각 8척의 유조선을 내보내며 작년 9월 이후 가장 바쁜 한 주를 보냈고, 흑해의 노보로시스크 항구의 물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러시아의 영리한 ‘공급 조절’ 마법

이러한 수출량 증가 러시아의두 가지 전략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국내용을 수출용으로 돌리는’ 마법입니다. 7월 초, 러시아는 자국 내 대형 정유공장들의 정기보수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내부에서 소비되는 석유제품(휘발유 등) 생산이 하루 약 30만 배럴이나 줄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는 이 남는 원유를 창고에 쌓아두지 않고, 곧바로 수출 항구로 보내 해외에 판매했습니다. 국내 수요 감소분을 그대로 수출 증가분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둘째는 ‘조금씩 더 생산하는’ 전략입니다. 러시아는 다른 산유국과의 약속(OPEC+ 협의)에 따라, 6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약 4만 배럴가량 늘렸습니다. 많지 않은 양처럼 보이지만, 앞서 확보된 잉여 물량에 이 추가 생산량까지 더해지면서 전체 수출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했습니다.

수익 극대화: 더 많이, 그리고 더 비싸게 팔았다

러시아는 단순히 판매량만 늘린 것이 아닙니다. 때마침 유가가 상승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으로 주로 판매되는 ‘우랄유’ 가격은 배럴당 약 $2.30 올랐고, 아시아로 가는 ‘ESPO유’ 가격 역시 $2.10 상승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사들인 가격은 배럴당 거의 $70에 육박했습니다.

이렇게 ‘판매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라는 두 가지 호재가 겹치면서 러시아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습니다. 한 주 동안 벌어들인 원유 수출액은 이전 주보다 무려 14%(약 1억 9천만 달러)나 급증한 15억 5천만 달러(약 2조 1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주간 평균 수입 역시 지난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제재 속에서도 자금줄이 튼튼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국제 사회의 압박: 아직 꺼내지 않은 진짜 ‘카드’

그렇다면 국제 사회는 정말 속수무책인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더 강력한 압박 카드들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 미국의 위협 (제재의 종류 변경): 지금까지의 제재는 러시아가 받는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사는 ‘구매자’ 자체를 처벌하는 ‘2차 제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제재가 실행된다면, 러시아의 석유 ‘판매량’ 자체를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입니다. 아직은 시장이 “설마 하겠어?”라며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만약 현실화된다면 파급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 EU의 정교한 그물망: 유럽연합(EU)은 ‘가격 상한제’를 더 똑똑하게 업그레이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상한 가격을 시장 가격보다 항상 15% 낮게 자동으로 설정하고, 3개월마다 이를 재검토하여 러시아가 유가 상승으로 얻는 이익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래서 이 모든 석유는 어디로 가는가?

답은 명확합니다. 아시아입니다.

러시아 해상 원유의 절대다수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시아로 향하는 물량은 하루 285만 배럴로, 최근 한 달 사이 최고 수준입니다. 여기에는 공식 목적지를 밝히지 않거나 ‘수에즈 운하’ 등으로 모호하게 표기한 유조선들의 물량(하루 약 52만 배럴)도 포함되는데, 이들 역시 대부분 아시아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과거 주요 구매자였던 터키로의 물량은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는 시리아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길이 서방에서 아시아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끝나지 않은 체스 게임

현재 상황은 러시아의 기민한 공급 관리 능력과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 의지가 맞서는 거대한 체스 게임과 같습니다. 러시아는 내부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새로운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어떻게든 돈줄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과연 구매자들을 직접 제재하는 초강수를 둘 것인지, EU의 더 정교해진 가격 상한제가 실제로 러시아의 수익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것인지에 따라 판세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습니다. 이 거대한 경제 전쟁의 다음 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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