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줄었는데 탄소 배출은 급증… ‘우회’와 ‘변속’이 만든 결과

2025년, 11월 25일
선박 탄소 배출

물류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2024년 유럽 해운 시장은 이례적인 데이터 흐름을 보였습니다. 유럽연합(EU)의 해상 무역 물동량은 감소했는데, 선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2018년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유럽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T&E)’이 발표한 2024년 EU MRV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해운 배출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습니다. 전통적인 물류 공식인 ‘물동량 감소 = 운항 감소 = 배출량 감소’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2024년 해운 배출량 급증의 구체적인 원인과 시사하는 바를 알아보겠습니다.

1. 왜 배출량은 급증했나: 컨테이너선의 46% 폭등

배출량 증가를 견인한 주체는 단연 컨테이너선이었습니다. 전체 해운 부문 중 컨테이너선의 배출량은 전년 대비 무려 46%나 급증했습니다. 물동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러한 급증세가 나타난 배경에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① 항로의 연장: 홍해 사태와 희망봉 우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2023년 말부터 이어진 홍해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선박들이 늘어나면서, 2024년 선박들의 평균 운항 거리는 18% 증가했습니다. 더 먼 거리를 운항해야 했기에 연료 소모와 배출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② 속도의 경제학: 3% 증속의 나비효과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운항 속도’입니다. 통상적으로 운항 거리가 늘어나면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감속 운항(Slow Steaming)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2024년 컨테이너선들은 오히려 평균 운항 속도를 3% 높였습니다.

이는 우회로 인해 늘어난 리드타임(운송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주간 운항 스케줄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상의 결정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선박의 연료 소모량이 속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점입니다. 분석에 따르면 속도가 1% 증가할 때마다 배출량은 약 3%씩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3%의 증속이 실제 배출 총량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기업별 배출 현황: MSC, EU 내 최대 배출원 기록

선사별 데이터에서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가 EU 해역 내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기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MSC의 2024년 배출량은 약 1,560만 톤에 달합니다.

컨테이너선 외 부문에서는 그리말디 그룹(Grimaldi Group)이 380만 톤으로 가장 많은 배출량을 기록했으며, 크루즈 부문에서는 카니발(Carnival) 그룹이 250만 톤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절대적인 배출량 수치는 해당 선사의 선대 규모(Fleet Size)와 운항 횟수에 비례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단순 비교보다는 선사별 운송 효율성 지표와 함께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에너지 전환의 현주소: 화석연료 의존도 80%

유럽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기조에도 불구하고, 해운업계의 에너지 전환 속도는 아직 더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전체 EU 해운 배출량의 약 20%는 여전히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 LNG 운반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증했던 배출량이 2024년에는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 원유 운반선: 반면 원유 운송 관련 배출량은 2019년 수준까지 다시 반등했습니다.

T&E의 아가서 페니(Agathe Peigney) 해운 정책 담당관은 “화석연료를 운송하는 것 자체가 기후에 이중 타격을 주는 셈”이라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더라도 나머지 80%의 배출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박 자체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그린 수소 등 대체 연료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4. EU ETS 2년 차, 규제는 작동하고 있는가?

2024년부터 해운업이 EU 배출권거래제(ETS)에 편입되면서 규제는 본격화되었습니다. 시행 첫해인 2024년, 대상 선박들의 규제 준수율은 약 99%로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EU ETS는 단계적으로 도입되어, 해운사들은 2024년 배출량의 40%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2025년 9월까지 구매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이어 2025년 배출량에 대해서는 70%, 2026년 배출량부터는 100%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

2024년의 기록적인 배출량 증가는 향후 선사들이 부담해야 할 탄소 비용의 총량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규제 당국과 환경 단체들은 다가오는 ETS 검토 과정에서 현재 면제 대상인 소형 선박들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여 ‘오염자 부담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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