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머스크는 왜 터미널까지 사들일까?

2026년, 6월 5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요즘 대형 선사들은 배를 더 많이, 더 크게 늘리는 데만 힘을 쏟지 않습니다. 그 배들이 드나드는 항구의 터미널까지 직접 사들이고 있습니다. 배를 띄우는 일부터 화물을 내리는 일까지, 공급망의 여러 단계를 한 회사가 직접 손에 쥐는 흐름입니다. 이른바 ‘수직계열화’인데, 그 기세가 선대를 키우려는 의지 못지않게 강합니다.

규모도 만만치 않습니다. 업계 추정치를 종합하면, 지금 선사와 그 계열사가 가진 터미널 용량은 전 세계의 약 50%에 이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로 불어난 셈이죠. 그래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말 선사들이 터미널 시장의 주인까지 되는 걸까요.

덩치 큰 선사들의 셈법

선사의 덩치가 클수록 보유한 터미널도 많습니다. MSC, 머스크, CMA CGM, 하팍로이드, 코스코가 배에서도, 터미널에서도 가장 큰 손으로 꼽히죠. 자금이 두둑한 데다, 이들이 컨소시엄으로든 단독으로든 더 많은 항로를 좌우하다 보니 ‘어느 터미널을 쓸지’에도 직접 입김을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빅5라고 해서 사정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MSC가 가장 눈에 띕니다. MSC는 배를 어디에 배치할지, 어떤 터미널을 쓸지 대부분 스스로 정하는 독립 선사로 올라섰습니다. 자기 화물을 직접 채워 넣을 수 있으니, 터미널을 사기에 이만큼 자연스러운 선사가 없습니다. 앞으로 MSC가 전 세계 선복량, 즉 배에 실을 수 있는 전체 화물 공간의 최대 30%까지 쥐고 지금의 막강한 자금력을 이어 간다면, 터미널 용량도 그와 비슷한 비중까지 늘리는 걸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HPH 거래가 마무리되면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반대로 다른 초대형 선사들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터미널을 컨소시엄 동맹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자산을 제대로 쓰려면 동맹끼리 어느 정도 손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지금의 동맹이 과연 계속 유지될까’ 하는 물음이 따라붙습니다. 머스크는 APM을 통해 오래전부터 터미널을 운영해 왔고, 주요 거점 항만을 직접 쥐는 것은 정시 운항을 앞세운 제미니 전략의 핵심입니다. 다만 머스크가 통합 물류로 사업을 넓힌 것이 성공적인 판단이었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릅니다. 앞으로 사업 방향이 지금과 전혀 달라질 수도 있는데, 이는 하팍로이드와의 관계는 물론 두 회사가 동맹 안에서, 또는 밖에서 무엇을 할지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하팍로이드는 아직 터미널을 많이 갖고 있지 않은 편이라, 한자틱 글로벌 터미널이 언젠가 사고팔 수 있는 ‘카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션 얼라이언스는 지금까지 나온 동맹 중 가장 크고 안정적이며, 남은 운영 기간도 가장 깁니다. 그만큼 회원사들이 맡기는 물량이 꾸준히 확보돼 있어, CMA CGM과 코스코는 서로 보완해 가며 터미널을 계속 늘려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빅5 바깥에도 터미널을 키우려는 선사는 있습니다. 다만 이들에게 터미널은 사업의 필수 요소라기보다 ‘있으면 좋은’ 정도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업계에는 득일까, 실일까

선사가 터미널을 사 모으는 흐름은 업계 전체로 보면 좋은 면과 나쁜 면이 함께 있습니다.

먼저 좋은 면입니다. 자금력 있는 선사가 항만 시설에 투자하면 그만큼 항만은 효율적으로 돌아갑니다. 실제로 선사들은 자기 배의 항로를 새로 짜고 “우리 화물을 여기로 보내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으로, 가라앉아 있던 항만을 되살리거나 새 항만을 키워 왔습니다. 들어오는 화물이 부족해 고민이던 터미널에는, 선사가 주인이 되어 물량을 책임져 주는 것만큼 빠른 해결책이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덕분에 적자를 면하고 사업을 이어 가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반대편입니다. 규모가 작은 항만은 특정 선사 한 곳에 매출을 통째로 기대게 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항만 시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면, 비싼 땅과 설비가 놀게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선사가 자유롭게 골라 쓸 수 있는 ‘중립’ 터미널이 줄어듭니다. 자기 터미널이 없는 선사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항만 자체가 줄어드는 셈인데, 물동량이 몰리는 핵심 항만일수록 이 부담은 더 커집니다.

그래서 한쪽으로 너무 기울지 않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터미널을 직접 거느린 선사와, 그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항만이 함께 건강하게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모든 선사가 서로 경쟁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고민하며,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빅5는 앞으로도 시장의 주축으로 남을 만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이 그룹 안에서 어떤 재편이 일어날지는 그때그때의 실적과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 함께 터미널을 더 사들일지, 아니면 더 가려서 움직일지는 그 재편의 결과가 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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