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된 원유 가격 상한제, 러시아 운송의 주축이던 그리스 선사들을 밀어내며, 아프라맥스·수에즈맥스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 미칠 수 있어
-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자 대체 물량이 중동발 장거리 항로로 몰리면서, 초대형 유조선(VLCC) 시장은 뜻밖의 호황을 맞이할 전망
- 제3국 경유 정제유 금지 조치, 유럽행 제품 운반선 항로를 재편하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EU의 새로운 러시아 제재가 2025년 7월 18일 발표됐습니다. 이번 18차 제재 패키지에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기존 배럴당 60달러에서 47.60달러로 대폭 인하하고 6개월마다 국제 유가보다 15% 낮은 수준으로 자동 조정하는 ‘동적 가격 상한제’, 인도나 튀르키예 등 제3국에서 러시아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의 EU 수입을 2026년 1월부터 전면 금지하는 조치, 그리고 105척의 그림자 선단 추가 제재와 함께 선박 등록 대행사와 선장 개인까지 제재하는 전례 없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U의 새로운 러시아 제재가 글로벌 유조선 시장과 글로벌 무역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그리스 선사들의 러시아 무역 이탈부터 제품 운반선 시장의 구조적 변화, 그리고 인도·중국과의 지정학적 갈등까지, 이번 제재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가격 상한선 인하가 불러올 유조선 시장의 대변동
이번 제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47.60달러로 낮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6개월마다 국제 유가 평균보다 15% 낮은 수준으로 자동 조정되는 ‘동적’ 방식을 도입했는데요, 이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지속적으로 조이겠다는 EU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격 상한선 인하가 유조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핵심은 그동안 러시아 원유 운송의 큰 축을 담당해온 유럽 선사들, 특히 그리스 선사들의 움직임에 있습니다.
G7의 가격 상한제가 처음 도입된 2022년 12월 이후, 러시아산 우랄유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거래될 때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선사들은 법적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도 러시아 원유를 운송할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 인텔리전스 기업 Vortexa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러한 ‘합법적 운송’의 결과로 2025년 6월에는 그리스 유조선이 러시아 우랄유 전체 물량의 40% 이상을 운송했고, 이는 가격 상한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죠.
하지만 새로운 가격 상한선 47.60달러가 적용되면 상황이 완전히 바뀝니다. 현재 브렌트유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러시아산 원유를 브렌트유보다 약 20달러나 낮은 가격에 거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 이렇게 낮은 가격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그리스 선사들은 러시아 원유가 60달러 이하로 거래될 때는 합법적으로 운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47.60달러로 낮아지면 사실상 러시아가 원유를 ‘덤핑 가격’에 팔아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그리스 선사들은 EU와 영국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러시아 원유 운송을 포기해야 합니다. 90일의 전환 기간이 끝나는 10월 20일 이후에는 이들이 러시아 무역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하는 것이죠.
영국의 선박 중개사 Oil Brokerage는 이런 변화로 인해 그리스 선사들이 운영하는 약 60척의 아프라막스급 유조선과 35척의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이 러시아 무역을 떠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숫자가 단순히 선박 수만 센 것이 아니라, 화물을 싣지 않고 돌아오는 구간(공선 항해)까지 고려한 실제 운송 능력을 계산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Oil Brokerage의 글로벌 리서치 헤드 아눕 싱(Anoop Singh)은 제재 상황에 따라 러시아 무역과 일반 무역을 오가며 움직이는 선박인 ‘스윙 플릿(swing fleet)’선박에 대해 “앞으로 몇 달 동안 이 선박들이 러시아 무역을 떠나 중동-유럽이나 미국-아시아 같은 일반적인 원유 운송 시장으로 대거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이렇게 빠져나간 선박들을 어떻게 대체할까요?
싱은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는 “이미 제재를 무릅쓰고 운항 중인 그림자 선단 선박들은 러시아 극동 지역이나 싱가포르 연안에서 선박 간 환적(STS) 작업 등 다른 제재 무역에 투입되어 있다”며, “그리스 선박만큼 많은 선박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매우 어렵고 10월이 가까워질수록 러시아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초대형 유조선(VLCC) 시장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재로 인해 러시아 원유 운송의 주력이었던 아프라막스·수에즈막스급 유조선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러시아의 수출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최대 구매국인 중국과 인도는 부족한 물량을 중동에서 더 많이 수입해야 합니다. 결국 기존의 비교적 짧은 러시아 항로가 더 먼 중동-아시아 장거리 항로로 대체되면서, 이 노선에 가장 경제적인 VLCC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5년 7월 18일 발표) 핵심정리
제재분야 | 핵심 조치 | 세부 내용·영향 |
---|---|---|
에너지 | 유가 상한 재확인 | 유럽산 원유 상한을 60 → 47.6달러로 낮추고, 앞으로 6개월 평균가의 15% 아래로 자동 조정되는 등급 메커니즘 도입 |
금융 | Nord Stream 거래 전면 금지 | Nord Stream 1·2 관련 EU 사업자 모든 거래 금지 |
러시아산 정제제품 역수입 차단 | 러시아 원유류 제조된 정제제품의 EU 수입 전면 금지 | |
‘새듀오 선대’ 제재 강화 | 105척 추가 지정 → 총 444척 EU 입항·서비스 금지, 가치사슬 전체 지난 동결·여행 금지 | |
SWIFT-류 차단 → 거래 금지 | 기존 특수 금융 서비스 제한 23개 러 은행에 ‘모든 거래 금지’ 확대 | |
제재 은행 확대 | 추가 22개 러 은행 포함, 총 45개 은행과 직·간접 거래 금지 | |
제3국 금융·가상자산 차단 | 전쟁 지원·우회 거래 관련 제3국 금융·가상자산 사업자와의 모든 거래 금지 | 러시아 직접투자펀드 및 지분 보유 법인(4개)과의 거래 전면 금지 |
RDIF 투자망 봉쇄 | 러시아 직접투자펀드 및 지분 보유 법인(4개)과의 거래 전면 금지 | |
무역·수출 | 첨단기술·군수 부품 금수 확대 | 첨단 기술·군용 부품 등 약 21억유로(2024년 기준) 규모 추가 수출 금지 |
우회 차단 | 고위험 기업 26곳 추가 | 러 15·튀르키예(4)·중국/홍콩 7개사 등 군수최종사용자, 몇 단에 등재 |
경유·건설재 등 8개 품목 런 통과 금지 |
경제 핵심품목 CN 등 8개, EU→제3국 수출 시 러시아 영토 경유 금지 | |
첨단품 catch-all 조항 | 3국 경우 우회 수출 차단용 포함 통제 조항 신설 | |
군수능력·공급망 | 군수 공공망 55개체 추가 제재 | 중국 공공사·벨라루스 군수기업 8곳 포함, 러 군수능력 제재 약 강화 |
책임 규명 | 아동 강제이송·선전연루자 제재 | 우크라 아동 ‘재교육’ 관련자 등 총 8명 제재, 문화재 훼손·선전 인사 포함 |
투자중재(ISDS) 보호 | 회원국 피해 방어장치 | 제재 관련 투자중재(ISDS) 분쟁에서 회원국 손실 회복·대응 근거 마련 |
벨라루스 동시 제재 | 무기 조달 금지·금융 전면 금지 등 | 벨라루스 대상 무기 조달 금지, 첨단기술 catch-all, 금융메시징·거전 거래 금지, ISDS 보호 등 |
추가 제재 | 민간산업재·기술 수출 금지 확대 | 민간 기술·산업재 추가 제한, 자산동결 대상 1개·추가 8개 기업 제재 |
정제 제품 수입 금지 - 우회로를 차단하는 정교한 전략
이번 제재에서 주목 받는 또 다른 조치는 바로 제3국에서 러시아산 원유로 정제한 석유 제품의 EU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것 입니다. 이는 그동안 제재의 '빈틈'으로 지적되어 온 우회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도와 튀르키예 같은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해 정제한 후, 이를 디젤이나 제트유 같은 석유 제품으로 만들어 EU에 재수출해왔습니다. 법적으로는 '러시아산'이 아닌 '인도산' 또는 '튀르키예산' 석유 제품이었기 때문에 제재를 피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이러한 우회 무역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Vortexa의 에너지 시장 분석가 안나 즈민코(Anna Zhminko)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유럽이 인도와 튀르키예에서 수입하는 중간 유분(디젤, 제트유 등)은 하루 평균 36만 배럴에 달합니다. 이는 유럽 전체 중간 유분 수입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상당한 규모입니다.
즈민코는 "인도와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 되었으며, 대부분 제재 대상인 원유 등급들을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EU가 직접 수입을 금지한 러시아 원유가 제3국을 거쳐 석유 제품 형태로 다시 유럽으로 들어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EU의 새로운 제재로 이 '뒷문'이 닫히게 되면, 유럽은 연간 수입량의 약 25%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을 다른 곳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대안으로 중동과 미국 걸프만 지역을 꼽고 있는데 , 이는 필연적으로 석유 제품 운반선의 교역 항로가 완전히 재편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운송 거리의 폭발적인 증가’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튀르키예 이즈미트에서 오던 물량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에서 대체할 경우 운송 거리는 두 배로 늘어나며 , 미국 휴스턴에서 올 경우에도 58% 더 길어집니다.
이렇게 운송 거리가 길어지면 같은 양의 제품을 운반하더라도 더 많은 선박이 오랜 시간 항해에 묶이게 되고, 이는 결국 시장 전체의 공급(선박 가용성)을 줄여 운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다만 이 제재가 실제로 의도대로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EU는 수입 제품에 대해 러시아산 원유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원산지 증명서'를 요구할 계획이지만, 정제된 석유 제품의 원료가 된 원유를 역추적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합니다. 이 때문에 분석가들은 제재의 실효성과 집행 방식에 대해 여전히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물류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규제 준수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그림자 선단과의 전면전 - 네트워크 전체를 겨냥하다
EU는 이번에 105척의 선박을 추가해 총 444척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더 주목할 점은 사상 처음으로 유조선 선장 개인과 선박 등록을 대행하는 국제 기관까지 제재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선박이라는 '자산'만 쫓던 것에서 벗어나, 불법 운송을 가능하게 하는 '조력자 네트워크' 자체를 해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봉과 코모로 선적 등록을 대행해온 UAE의 '인터쉬핑 서비스(Intershipping Services LLC)'를 제재한 것입니다. 해운업계 최초로 선박 등록 기관 자체가 제재 대상이 된 이 조치는 매우 강력한 파급효과를 가집니다. 이제부터 이 회사에 등록비를 내는 선주 역시 EU 제재를 위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현재 코모로 국적을 단 118척의 제재 선박들이 대거 다른 국적으로 옮겨가는 '깃발 바꾸기(flag-hopping)'가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EU의 새로운 전략은 지난 5월 발트해에서 일어난 '블린트(Blint)'호 사건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당시 유효한 국적 없이 운항하다 에스토니아 당국에 단속된 이 유조선 한 척을 제재하기 위해, EU는 선박 자체는 물론 홍콩의 선주, 모리셔스의 소유주와 기업 서비스 제공업체, 그리고 선장 개인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모든 연결고리를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는 한 선박의 불법 운항 뒤에 숨은 복잡한 배후 네트워크 전체를 겨냥하겠다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이처럼 EU는 그림자 선단의 배후 네트워크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제재 발표 이후인 월요일에도, 발트해에서는 최소 3척의 유조선이 국적 등록 없이 버젓이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EU의 노력이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임을 보여줍니다.

제3국으로 확대된 제재와 시장의 분열
이번 18차 제재의 가장 큰 파장 중 하나는 제재의 범위가 러시아를 넘어 주요 원유 구매국인 인도와 중국의 기업으로까지 직접 확대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지정학적 긴장과 함께 복잡한 시장 변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사례는 인도 정유사 '나야라 에너지(Nayara Energy)'에 대한 제재입니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가 49.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이 되었는데 , 문제는 나야라 에너지가 러시아산 원유뿐 아니라 하루 10만 배럴의 이라크산 원유도 수입하며 , EU에 하루 약 25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주요 공급자라는 점입니다.
이에 인도 정부는 "일방적 제재를 따르지 않는다"며 즉각 반발했고 , 로스네프트 역시 "인도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반발과 별개로,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선박 중개사 Oil Brokerage의 아눕 싱은 인도 정유사들의 독특한 구매 방식을 이유로 꼽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인도의 민간 정유사들은 원유를 '인도 인도 조건(delivered basis)'으로 구매합니다. 즉, 러시아가 자체 선박으로 인도까지 운송해주므로 EU의 해운 제재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고 설명했죠.
그는 이어 경제적 실리를 따져볼 때 인도가 러시아와의 거래를 포기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는데요, "인도 정유사들은 하루 110만 배럴의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면서 EU와 영국에는 25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한다"며 "4대 1이 넘는 이 비율을 보면, 상업적으로 러시아 원유 거래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을 향한 제재는 더욱 강경했습니다. 이번 제재 명단에 중국 은행 2곳과 기업 5곳이 포함되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 은행이 EU 제재에 오른 것은 처음입니다. 이는 EU가 제재의 범위를 얼마나 확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중국 상무부는 즉각 "중국과 EU 간의 무역, 경제, 금융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자국 기업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결국 EU는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들을 직접 압박함으로써 러시아의 수출 시장을 좁히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도와 중국이 쉽게 물러설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이에 따라 이번 제재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제재 준수 진영'과 '비협조 진영'으로 더욱 명확히 나누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U 제재의 한계, 판도를 바꿀 미국의 변수
앞서 살펴보았듯, 인도의 '인도 인도 조건(delivered basis)' 구매 방식이나 중국의 경제적 실리 추구는 현재의 EU 제재만으로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EU 제재가 가진 이러한 명확한 한계 때문에, 이제 시장의 시선은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변수, 즉 '미국의 본격적인 개입 가능성'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는 완전한 공조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EU와 영국이 원유 가격 상한선을 47.60달러로 낮춘 반면, 미국은 여전히 60달러를 유지하며 입장차를 보이고 있죠. 하지만 만약 미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로 결정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Oilprice.com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 2일까지 러시아가 평화 협정에 이르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모든 국가에 100%의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미국의 2차 제재는 해당 국가의 기업들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사실상 퇴출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는 단순한 위협 이상의 무게를 가집니다.
더 구체적인 움직임은 의회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려 84명의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2025 러시아 제재 법안(Sanctioning Russia Act of 2025)"은 러시아산 석유, 우라늄 등을 구매하는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죠.
500% 관세는 사실상 수출 금지 조치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생산된 100달러짜리 제품이 미국에서는 600달러가 되어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이 현실화된다면, 인도와 중국은 '15~20달러 저렴한 러시아 원유'와 '미국 시장 접근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이에 대해 Oilprice.com의 분석가 사이먼 왓킨스는 이러한 접근이 "푸틴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위한" 조율된 경제적 압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NATO와 미국은 경제 제재와 함께 패트리어트 미사일 지원과 같은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며 러시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
만약 미국의 2차 제재가 발동된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인도의 정유사들이 아무리 '인도 인도 조건'으로 원유를 구매한다 해도,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석유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무역 체제 전체가 '미국과의 거래'와 '러시아와의 거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 철의 장막'이 드리워지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물류 담당자를 위한 실전 전략 - 불확실성 시대의 생존법
이번 EU의 18차 러시아 제재는 글로벌 물류 환경에 '구조적 불확실성'을 고착화시켰습니다. 이제 물류 담당자는 단순한 운송 실행자를 넘어, 복잡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공급망 전략가'로 진화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대응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다층적 제재 환경의 정확한 이해와 대응 체계 구축
현재 러시아 관련 제재는 미국, EU, 영국이 각기 다른 강도와 범위로 시행하고 있어, 그 영향력도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재무부(OFAC) 제재 선박은 사실상 운항이 불가능하지만, EU 단독 제재 선박은 여전히 인도, 중국 등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래하려는 선박이 어느 국가의 제재를 받는지, 자사의 금융, 보험 거래가 어느 법률에 저촉되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재 목록과 선박의 운항 이력, 소유주 변경 패턴까지 추적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제 필수입니다.
둘째,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심층적인 실사 프로세스 확립
단순히 선박명과 IMO 번호를 확인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EU가 선장 개인과 선박 등록 대행사까지 제재한다는 것은, 연관된 네트워크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선박의 실소유주 ▲선박 관리 회사의 제재 여부 ▲선적 등록 기관의 신뢰도(특히 가봉, 코모로 등) ▲P&I 보험 유효성 ▲최근 항만 기항 이력과 AIS 조작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3개월 내 낯선 국가로 국적을 바꾼 '편의치적 변경(flag-hopping)' 선박은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무역 패턴에 따른 비용 구조 재설계
러시아 원유가 아시아로, 중동 원유가 유럽으로 향하는 새로운 무역 패턴은 이제 '뉴노멀'이 되었습니다. 평균 운송 거리가 28%나 증가했다는 것은 단순히 운임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장거리 운송에 따른 운전 자금 증가, 재고 회전율 하락,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ESG 비용까지 고려하여 가격 정책과 재고 전략을 정교하게 재설계해야 합니다.
넷째, 눈에 보이지 않는 ESG 리스크의 선제적 관리
평균 선령 15년 이상의 노후 선박으로 구성된 러시아 그림자 선단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만약 이런 선박이 유류 유출 사고라도 낸다면, 보험 부재로 인해 화주에게까지 책임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제재 회피 선박을 이용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평판 리스크입니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보다 ESG 경영에 기반한 장기적 공급망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결국 현명한 비즈니스 결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만약(What-if)’에 대비하는 시나리오 기반 비상 계획 수립
미국의 2차 제재가 발동된다면? 러시아가 특정 해협을 봉쇄한다면? 이러한 극단적 시나리오들은 더 이상 상상 속의 일이 아닙니다. 대체 공급선, 우회 항로, 비상 재고 등 '플랜 B'를 넘어 '플랜 C, D'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과 위기 상황에서 이를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공급망 전체를 실시간으로 관제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가시성입니다.
예를 들어 TRADLINX Ocean Visibility와 같은 공급망 가시성 솔루션은, 수많은 변수 속에서 화물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추적하고 예상치 못한 지연이나 경로 이탈을 사전에 감지하여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가시성이 확보될 때, 서류상의 비상 계획이 비로소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유일한 확실성인 시대, 가장 정교한 리스크 관리 능력과 윤리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업만이 새로운 글로벌 물류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