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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3위 선사 CMA CGM이 내놓은 성적표가 심상치 않습니다. 매출은 줄고 이익은 곤두박질쳤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성적표가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다가올 ‘해운 빙하기’의 예고편이라는 점입니다.
물건은 실어 날랐지만 돈은 벌지 못한 기묘한 상황, 그리고 선사들이 조용히 준비하고 있는 생존 전략까지. 이번 CMA CGM 실적 발표에 숨겨진 행간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다가올 2026년의 해상 운임은 또 어떻게 변할까요?
숫자의 미스터리, “배는 꽉 찼는데 지갑은 비었다”
해운 호황의 파티는 끝났습니다. 그것도 아주 차갑게 식었습니다.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 CMA CGM이 받아든 2025년 3분기 성적표는 글로벌 해운 시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 넘게 빠졌고,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EBITDA는 무려 40.5%나 증발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배에 싣는 화물의 양, 즉 물동량은 오히려 작년보다 늘었습니다. 통상적으로 물량이 늘면 돈을 더 벌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이번 실적은 “열심히 실어 날랐지만, 남는 것은 없었다”는 뼈아픈 고백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부진이 아니라, 시장의 판도 자체가 완전히 뒤집혔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원인 분석: 공급의 역습, 2025년이 남긴 청구서
신조선의 저주: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다
이번 실적 쇼크의 진짜 범인은 ‘수요 부족’이 아니라 ‘압도적인 공급 과잉’입니다. 지난 2~3년간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발주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2025년에 집중적으로 인도되면서 시장에 배가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화물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선박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빨랐기에, 운임 방어선은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실제로 CMA CGM의 TEU당 평균 수익은 1,40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이는 2024년 홍해 사태 직후 급등했던 운임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넘어, 선사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홍해 우회로 인한 공급 흡수 효과마저도 쏟아지는 신조선 물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2026년 전망: 화주 우위 시장(Buyer’s Market)의 도래인가?
운임 협상의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다
선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역설적으로 화주들에게는 기회입니다. 2026년 연간 운임 계약(SC) 협상 테이블의 공기는 예년과 확실히 다를 것입니다. 선사들은 거대한 선박을 빈 채로 운항하지 않기 위해, 고정적인 물량을 약속해 주는 화주(Key Account)를 잡으려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2026년은 2020년 이전처럼 철저한 ‘화주 우위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운임이 현재의 약보합세를 유지하거나, 특정 노선에서는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류비 절감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면 지금이 장기 계약의 조건을 유리하게 재조정할 골든타임입니다.

리스크 경고: ‘저운임’의 그림자, 서비스 품질의 붕괴
싼 게 비지떡? ‘슬로우 스티밍’과 ‘서비스 축소’를 경계하라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운임이 싸진다는 것은 곧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뜻과 같습니다. 수익이 급감한 선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은 비용 절감뿐입니다. 우리는 이미 과거 해운 불황기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목격했습니다.
가장 먼저 나타날 현상은 ‘감속 운항(Slow Steaming)’의 강화입니다.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배 속도를 늦추면, 화물의 리드타임은 지금보다 더 길어집니다. 돈이 되지 않는 항구는 기항지에서 빼버리는 ‘스킵(Skipping)’이 빈번해지고, 예고 없는 결항(Blank Sailing)으로 스케줄이 꼬이는 일이 잦아질 것입니다. 운임은 아꼈지만, 납기 지연으로 인한 클레임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2026년은 ‘가격’과 ‘안정성’의 줄타기
CMA CGM의 성적표는 2026년이 ‘저운임-고변동성’의 해가 될 것임을 예고합니다. 무조건 싼 운임만 좇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공격적으로 운임 인하를 요구하되, 선복 보장(Space Guarantee) 조항을 꼼꼼히 챙기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선사들의 서비스 신뢰도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정보력이 곧 경쟁력입니다. 내 화물이 예정된 배에 실렸는지, 중간 기항지에서 롤오버(Roll-over) 되지는 않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합니다. 운임 하락기, 선사들의 서비스 저하가 걱정되시나요? TRADLINX Ocean Visibility를 통해 화물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예측 불가능한 지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공급망의 주도권을 놓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