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가 쉬워지는 공간, 트레드링스입니다.
오르락~ 내리락~ 변동하는 해운 운임에 기여하는 요인들은 정말 다양한데요, 이번에는 해운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탈탄소화가 해상 운임의 상승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Maritime Forecast to 2050의 수석 저자인 Eirik Ovrum은 “탈탄소화로 인해 컨테이너로 상품을 운송하는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과연 어떤 이유 때문인지 같이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왜 탈탄소화로 해상 운임이 상승할까?
1) 친환경 기술 도입 비용 증가
비용 증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친환경 기술 도입 비용입니다. 해운업계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요, 바로 아래와 같은 사항을 위해서입니다.
- 친환경 선박 건조 비용
- 기존 선박의 친환경 개조 비용
- 새로운 연료 인프라 구축 비용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없애는 새로운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고,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을 친환경적으로 개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죠. 또한 새로운 친환경 연료를 위한 공급 및 저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합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러한 친환경연료 선박으로의 전환을 위해 고가의 엔진, 연료탱크 등의 설치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건조비용이 증가해 2030년까지 국내 해운선사의 비용증가 규모는 약 1조 8천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며, 많은 기업들이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을 갖고 있어 나라에서는 다양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2) 운영 비용 증가
이렇게 애초에 선박을 새로 건조하거나 개조하는 것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 이후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많이 소모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친환경 연료가 기존 연료보다 매우 비싸다는 점인데요, 친환경 연료는 기존 연료보다 약 2-4배 더 비쌉니다. 작년 롱비치에서 열린 컨테이너 해운업계의 주요 행사인 TPM에서 일본 해운사 Ocean Network Express(ONE)의 CEO 제레미 닉슨은 컨테이너의 연료 비용이 약 $1,000 per FEU(40ft 컨테이너 단위) 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현재 사용하는 탄소 기반 연료의 비용이라고 말한 닉슨은 “새로 도입될 친환경 연료는 비용이 두세 배 더 비쌀 것이다. 앞으로 40ft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연료비는 2,000달러에서 3,0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해 친환경 연료 사용으로 운영 비용이 매우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새로운 친환경 기술과 장비는 더 복잡하고 전문적인 유지보수를 필요로 하여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입부터 운영까지 기업들은 매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것이죠.
3) 규제 준수 비용
국재해사기구(IMO)와 각국 정부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해운업계는 상당한 규제 준수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 부과금이 있습니다. 국제항해선박에 대해 탄소 배출량에 따른 부과금이 도입될 예정인데요, 탄소 배출 1톤당 100달러를 부과해야 하기 때문에 해운기업의 직접적인 운송원가가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무탄소 또는 탄소중립 연료로의 전환을 고민하게 됩니다.
또한 선박의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고효율 발전기 등 친환경 기자재 탑재, 선박 에너지효율 관리 시스템 도입, 선체 및 프로펠러 최적화와 같은 개선이 필요한데, 이러한 개선들은 상당한 초기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상당한 비용이 나가게 됩니다.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보고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운영 비용도 소요됩니다. 이는 새로운 장비 설치,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 관련 인력 교육 등을 포함하게 됩니다.
문제는 위와 같이 탈탄소화를 위한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증가된 비용이 결국 공급망을 따라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BCG와 Global Financial Markets Association가 공동으로 제작한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해운 부문의 완전한 탈탄소화를 달성하려면 10~15%의 프리미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결국 연료비와 규제 준수 비용, 복잡한 유지 보수 및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들어갈 추가 비용들을 생각한다면 해상 운임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현재 해운 업계의 탈탄소화 상황
그렇다면 현재 해운 업계의 탈탄소화는 어디까지 진행되었을까요?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친환경 선박 도입 확대
많은 글로벌 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요, 세계 최대 선사 중 하나인 CMA CGM은 2023년 23,000 TEU급 LNG 추진 컨테이너선 9척을 추가 발주했으며, 머스크(Maersk)는 2024년 상반기까지 16,000 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12척을 인도받았습니다. 우리나라도 현대중공업그룹이 2023년 7월,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 선박용 엔진 개발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
NYK Line은 2023년 말부터 전 선대에 AI 기반 최적 항로 설정 시스템을 도입하여 연료 효율을 8% 개선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머스크(Maersk)는 2024년 2분기부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박 성능 최적화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였죠.
또한 삼성중공업은 2023년 12월, 공기윤활시스템을 적용한 30만톤급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를 성공적으로 인도하였으며, 일본의 MOL은 올해 3월, 풍력 보조 추진 장치를 장착한 벌크선의 실증 운항을 시작해 혁신적인 선체 설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규제 대응
EEXI, CII와 같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상선은 2023년 말까지 자사 선대의 85%에 엔진 출력 제한(EPL) 장치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또한 MSC는 2024년 2분기까지 전체 선대의 선체 도장을 저마찰 도료로 교체하여 연료 효율을 개선하였습니다.
CMA CGM은 올해 1월부터 EU ETS(유럽연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대응을 위한 별도의 환경 부담금을 화주들에게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머스크는 역시 올해 2분기에 EU ETS 대비 탄소 배출권 1억 유로어치를 선제적으로 구매했습니다.
산업 협력
로테르담 항만은 친환경 연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2023년 9월,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 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 해양항만청(MPA)은 2024년 4월, 주요 선사들과 함께 암모니아 벙커링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2023년 11월, 한국조선해양과 공동으로 ‘탄소중립 선박 기술 개발 컨소시엄’을 출범시켰으며, 일본의 NYK, MOL, K-Line은 2024년 1월, 일본 정부와 함께 ‘제로 에미션 선박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글로벌적으로 많은 해운 업계의 기업들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탈탄소화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인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선박금융기관 DNV에 따르면, IMO의 2023년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운에 700만~4800만 톤의 탄소 중립 연료가 필요한데,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중립 연료 생산이 4400만~63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DNV는 이와 더불어 해운이 필요한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해 탈탄소화 목표 달성을 위해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탈탄소화는 킵고잉
많은 기업들이 탈탄소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전 세계 여러 행사에서 해운 공급망 전체가 탈탄소화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벌이고 있습니다. 탈탄소화는 해운업계에 분명 큰 부담을 안겨주지만, 환경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업계는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선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국제 기구의 지원, 친환경 기술의 도입, 그리고 업계 전반의 협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운산업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