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전 세계가 초록색 가루, ‘말차(Matcha)’ 열풍에 휩싸였습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웰니스(Wellness)’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고, 커피의 카페인을 대체할 수 있는 부드러운 각성제로 말차가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아침 루틴으로 말차를 마시는 카일리 제너와 같은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의 파급력이 더해지며, 말차는 이제 마니아들의 기호식품을 넘어 거대한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들의 보고서를 보면, 말차 시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연평균 약 10%씩 성장해 2030년에는 조 단위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동네 개인 카페부터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말차 메뉴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계산대 앞에 서면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아메리카노는 4,000원대인데, 말차 라떼는 6,000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입니다. 심지어 오트 밀크로 변경하거나 샷을 추가하면 밥 한 끼 가격과 맞먹습니다.
“이거 순 유행 탓 아냐?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까 비싸게 받는 거지.”
많은 소비자가 이렇게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말차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억울한 이야기입니다. 그 높은 가격표의 대부분은 ‘거품’이 아니라, 일본의 산지에서 한국의 카페 테이블까지 그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된 처절한 공정 비용과 물류비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잠깐! 말차(Matcha)와 녹차(Green Tea), 뭐가 다를까?
가장 큰 차이는 잎을 먹느냐, 물만 우려내느냐에 있습니다. 일반 녹차(Sencha)는 잎을 물에 우려내고 건더기는 버리지만, 말차는 잎 전체를 미세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마십니다. 잎을 통째로 섭취하기 때문에 재배와 가공 과정에서 일반 녹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합니다.
| 구분 | 말차 (Matcha) | 일반 녹차 (Green Tea / Sencha) |
| 재배 방식 | 차광 재배(수확 전 3~4주간 햇빛을 완전히 차단) | 노지 재배(햇빛을 받고 자람) |
| 가공 방식 | 잎맥과 줄기 제거 후맷돌로 미세하게 분쇄 | 잎을 찌고 비벼서 건조잎 형태 유지 |
| 섭취 방법 | 잎 전체를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먹음 | 잎을 물에 우려내고 건더기는 버림 |
| 특징 | 떫은맛이 적고, 많은 감칠맛 | 쌉싸름하고 산뜻한 맛 |
1시간에 40g 생산: ‘느림’의 미학이 청구한 비용
말차 가격의 1차 방어선은 극악에 가까운 낮은 생산성에서 비롯됩니다.
말차는 수확하기 약 3~4주 전부터 차밭 전체에 검은 차광막을 씌워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차광 재배’ 과정을 거칩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강제로 막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차나무는 생존을 위해 잎 속에 엽록소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대신 감칠맛을 내는 테아닌 성분을 축적합니다. 이 과정은 차나무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작업이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며, 일반 노지 재배 녹차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갑니다.
더 큰 병목 현상은 가공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잎맥과 줄기를 모두 제거한 순수한 잎을 맷돌에 갈아야 하는데, 이때 속도가 생명입니다.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맷돌을 빨리 돌리면 마찰열이 발생해 찻잎이 익어버리고, 말차 특유의 신선한 향이 망가집니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돌려야 합니다. 전통적인 화강암 맷돌 한 대가 1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만들어내는 말차의 양은 고작 30~40g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카페에서 마시는 라떼 겨우 두세 잔 분량을 만드는 데 1시간의 기계 가동 시간이 필요한 셈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이 비효율적일 만큼 정성스러운 ‘시간값’입니다.
햇빛·열·산소와의 전쟁: 커피보다 3배 비싼 물류
하지만 공장 문을 나선 이후, 가격을 결정적으로 끌어올리는 진짜 범인은 물류 과정에 숨어 있습니다.
커피 원두는 볶은 상태로 상온에서 배송해도 일정 기간 품질이 유지됩니다. 반면 말차는 가루가 되는 순간부터 시한부 운명을 맞이합니다. 표면적이 넓어져 산소, 빛, 열, 습기에 극도로 취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상온에 잠시만 노출되어도 그 영롱한 초록색은 칙칙한 갈색(황변 현상)으로 변하고, 신선한 풀 내음은 불쾌한 건초 냄새로 변질됩니다.
그래서 말차 수입은 콜드체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첫째, 해상 운송 시 일반 컨테이너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여름철 바다 위, 일반 드라이 컨테이너의 내부 온도는 60도에서 70도까지 치솟습니다. 말차를 여기에 실으면 도착했을 땐 상품 가치가 ‘0’이 됩니다. 결국 일반 컨테이너보다 운임이 훨씬 비싼 냉장(Reefer) 컨테이너를 사용해 일정한 저온을 유지해야만 합니다.
둘째, 프리미엄 등급은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다도용으로 쓰이는 최상급(Ceremonial Grade) 말차는 해상 운송의 긴 리드타임조차 견디기 어려워 항공 운송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공 운임은 해상 운임 대비 수십 배가 비싸지만, 품질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결국 6,500원이라는 가격 속에는 전 구간 냉장 배송 시스템과 산소 접촉을 막기 위한 특수 포장 비용까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입니다.
“일본에 물건이 없대요”: 기후 위기와 공급망 확보 전쟁
여기에 최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결정적인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2024년과 2025년, 말차의 본고장인 일본 교토와 시즈오카 지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은 차나무의 생육에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잎이 타들어 가거나, 수분이 부족해 잎이 억세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최상급 찻잎의 수확량이 급감했습니다.
공급은 줄어들었는데 전 세계적인 수요는 폭발하다 보니, 현지에서는 웃지 못할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도매상들이 기존 거래처의 물량을 맞추지 못해 주문을 거절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 빠른 기업들은 단순히 손 놓고 기다리지 않습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소싱처를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콧대 높은 일본산만 고집하지 않고, 최근 품질이 급격히 향상된 중국 저장성이나 베트남 등으로 재배지를 넓혀 블렌딩용 말차를 확보하는 식입니다. 또한,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들은 1~2년 치 물량을 미리 계약(선물 계약)하여 가격 변동성을 방어하고, 재고 부족으로 인한 판매 기회 손실을 막기 위해 비용이 더 들더라도 항공 운송 비중을 과감히 늘리고 있습니다.
비싼 게 아니라, 귀하게 온 것이다.
다시 카페 메뉴판을 봅니다. 말차 라떼의 비싼 가격은 단순히 유행에 편승한 상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까다로운 제조 공정을 거치고, 바다 건너오는 내내 냉장고 속에서 보호받으며, 기후 위기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어렵게 확보된 ‘공급망’에 대한 비용입니다. 콘텐츠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오늘 말차 한 잔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