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만 적체가 만성화된 진짜 이유, 그리고 화주가 알아야 할 것들

2026년, 3월 24일

안녕하세요. 물류의 새로운 기준, 트레드링스 입니다.

“컨테이너가 유럽 항만에서 또 묶였다”는 이야기, 요즘 얼마나 자주 들으시나요? 아시아발 유럽행 화물을 관리하시는 분이라면, 선박 도착 지연이나 항만 적체 소식에 더 이상 놀라지도 않으실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적체가 단순히 지나가는 혼란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입니다. 최근 TPM26 컨퍼런스에서 업계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는데요, 그 핵심 내용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도심 속 항만, 확장할 공간이 없다

유럽 항만 적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완충 능력(buffer capacity)’의 부족입니다. 드류어리 서플라이 체인 어드바이저스의 샨탈 맥로버츠 이사는 유럽 항만 대부분이 오래전부터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더 큰 선박과 늘어나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감당할 만큼 시설을 확장할 물리적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스템이 금세 과부하에 걸려 적체가 빠르게 쌓이는 반면, 이를 해소하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유럽의 항만 적체는 2025년을 거쳐 2026년까지 심화되고 있습니다. 해운 동맹 재편, 서비스 변경, 선박 재배치, 하천 수위 저하, 블랭크 세일링(임시 결항), 노동 쟁의, 악천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적체 수준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도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병목 현상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화주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통제 밖의 변수이지만, 공급망에 미치는 결과는 매우 심각할 수 있습니다.

화주에게 미치는 영향: 변동성이라는 이름의 리스크

이러한 적체가 아시아-유럽 공급망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합니다. 맥로버츠 이사에 따르면, 선박 운항 정시성이 떨어지고 재고 배치가 어긋나며, 궁극적으로는 운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eSea 데이터 기준 2월 아시아발 북유럽행 해상 운송 정시율은 18%에 불과했는데요, 이는 2025년 8월 이후 최저 수치입니다.

자동차 부품업체 코스탈 그룹의 데이비드 스머코우스키 글로벌 책임자는 이 문제를 체감하는 화주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그는 선사가 제시하는 운송 시간 외에 약 10일의 완충 시간을 추가로 확보해 두고 있지만, 롤오버(선적 이월)나 결항이 한 번만 발생해도 남는 여유가 고작 3일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항만 적체까지 겹치면 버퍼는 순식간에 소진되고, 공급망에 실질적인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운송 시간의 변동성입니다. 자동차 공급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해운 선사들의 정시성이 매우 중요한데, 어떤 주에는 50일, 다음 주에는 40일, 또 그다음에는 60일이 걸리는 식의 불규칙한 패턴은 재고 관리 체계에 도저히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죠. 게다가 현재의 자본 비용은 5년 전보다 훨씬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동성이 기업에 미치는 재무적 부담 역시 과거보다 커졌습니다.

초대형 선박, 시스템이 완벽할 때만 효율적이다

유로게이트 그룹의 마이클 블라흐 CEO는 터미널 운영의 관점에서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유럽의 해상 터미널은 24,000TEU급 초대형 선박을 처리할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선박이 예정보다 5일만 늦게 도착해도 사전에 세팅해 둔 야드 배치와 1만 건의 하역 계획이 전부 뒤틀린다는 것입니다. 오지도 않는 선박을 위해 미리 적재해 둔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현장에서 직면하는 현실이죠. 그는 24,000TEU급 선박이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작동할 때만 효율적이며, 한 번 어긋나면 대안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라흐 CEO는 항만 적체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도 지적했습니다. 일부 터미널이 선사에게 자신들의 처리 능력을 과대 포장하여 약속하는 관행입니다. 그는 “어떤 선사가 갑자기 한 주에 세 개의 주요 서비스를 기항하겠다고 할 때, 우리는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에 대해 매우 솔직하게 말한다”며, 터미널이 마비되지 않고 계속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리하게 화물을 받아들이면 터미널이 완전히 마비되고, 정상 운영으로 돌아오는 데 두세 달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적체 해소, 선사와 터미널의 공동 책임

하팍로이드의 안데르스 보에나스 수석 전무 이사는 서비스 수준 저하에 선사들의 책임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적체 해소는 선사와 터미널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터미널이 이론적 최대 처리 용량보다 낮게 기항 일정을 계획하면 원활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선사들에게 명확한 운영 의무를 부과하여 상호 동기화된 운영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1만 TEU 규모의 하역 작업에서는 아주 작은 차질만으로도 전체 시스템의 동기화가 깨질 수 있으므로, 터미널은 어느 선사와 합을 맞출 수 있을지 신중하게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언입니다.

실무자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

정리하면, 유럽 항만 적체는 일시적 이슈가 아니라 인프라의 물리적 한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입니다. 도심에 위치한 항만의 확장 불가, 초대형 선박 운항 시스템의 취약성, 터미널과 선사 간 협력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화주 입장에서 이러한 요인들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운송 시간 변동성과 정시율 하락이라는 형태로 공급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적체를 ‘상수’로 전제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 될 것입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중요해집니다. Tradlinx는 실시간 해상 운송 가시성과 항만 적체 정보를 통해 여러분의 공급망 운영에 명확한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변동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물류 실행력,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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