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만 수수료 대폭 인상, 글로벌 무역 지형이 바뀐다

2025년, 3월 27일

물류 업무가 쉬워지는 곳, 트레드링스입니다.

미국이 중국 건조 선박에 대해 최대 150만 달러(약 2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무역 정책 변화가 아닌 글로벌 해운 시장과 무역 패턴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특히 카리브해 지역과 같은 미국 인접 지역에서는 이미 ‘경제적 파국’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수출입 기업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미국의 새로운 항만 수수료 정책의 내용과 잠재적 영향, 그리고 수출입 실무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새로운 항만 수수료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

2025년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는 명목 하에 대대적인 항만 수수료 인상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정책은 1974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하여 “미국 상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하는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행위, 정책 또는 관행”을 겨냥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항만 수수료 정책의 주요 내용

이 정책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 미국 항만에 입항할 때마다 150만 달러의 수수료 부과
  2.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 미국 항만 입항시 100만 달러의 서비스 수수료 부과
  3. 중국 건조 선박을 보유한 선사의 모든 선박: 선대 내 중국 건조 선박 비율에 따라 50만~100만 달러의 차등 수수료 부과
  4. 중국 조선소에 신조선을 발주한 선사의 선박: 추가 수수료 부과 가능

이러한 수수료 구조는 선박의 크기나 운송 물량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소형 선박을 운용하거나 빈번한 항만 입출항이 필요한 항로에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조선업 견제와 미국 조선업 부활 의도

미국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중국이 20년 이상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조선 시장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수수료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를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글로벌 조선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500~1,999 TEU 규모의 운항 중인 컨테이너선의 51%와 2,999 TEU 이하 발주 컨테이너선의 75%가 중국에서 건조되었습니다.


카리브해 지역, 왜 가장 큰 타격을 받는가?

카리브해 해운의 특수성

카리브해 지역은 이번 항만 수수료 정책으로 인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입니다. 그 이유는 카리브해 항로만의 독특한 특성에 있습니다.

  1. 소형 컨테이너선 의존도: 카리브해 섬들은 지역 특성과 항만 시설의 제약으로 인해 주로 소형 컨테이너선(170~1,300 TEU)을 사용합니다.
  2. 중국 건조 선박 의존도 높음: 카리브해 선주협회(CSO) 회원사의 선대 중 45%가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입니다. 소형 컨테이너선은 주로 중국에서 건조되기 때문에 대체 선박을 찾기 어렵습니다.
  3. 잦은 미국 항만 기항: 지리적 특성상 미국과 카리브해 간 단거리 항로가 많아 미국 항만 기항 횟수가 매우 많습니다.
  4. 컨테이너당 비용 증가율 높음: 대형 선박에 비해 소형 선박은 컨테이너당 수수료 부담이 훨씬 큽니다. 예를 들어, 5,000 TEU 선박은 컨테이너당 400달러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1,000 TEU 선박은 2,000달러, 500 TEU 선박은 4,0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천문학적인 비용 증가

카리브해 선주협회(CSO)의 추산에 따르면, 이 정책이 시행될 경우 CSO 회원사들이 주당 지불해야 할 수수료 총액은 최대 6,900만 달러, 연간 3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2024년 CSO 회원사들의 총 매출의 5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Seaboard Marine의 CEO인 에드워드 곤잘레스는 이 정책이 “Seaboard Marine과 같은 미국 소유 선사들을 파산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카리브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카리브해 지역은 식품을 비롯한 필수품의 43%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으로 인해 미국산 제품의 운송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 카리브해 국가들은 미국산 수입을 줄이고 다른 국가, 특히 중국에서 더 많은 제품을 수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리브 공동체(Caricom) 민간부문 기구는 이 정책이 “식품 수입 비용에 devastating한 영향을 미치고 수입 비용을 천문학적 수준으로 올려 경제 활동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글로벌 무역 패턴 변화와 수출입 기업에 미치는 영향

미국 수출의 급격한 감소 전망

미국항만협회(AAPA)와 다양한 산업 연구에 따르면, 이 정책이 전면 시행될 경우 미국의 수출은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Trade Partnership Worldwide의 초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농산물 수출은 약 16%, 석유 및 석탄 수출은 8%, 전체 상품 수출은 약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의 연간 상품 수출액이 약 2.1조 달러임을 고려할 때, 12%의 감소는 약 2,500억 달러의 수출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미국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컨테이너당 비용 증가

세계해운협의회(World Shipping Council)에 따르면, 이 수수료는 컨테이너당 600~8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 수출 화물의 운송 비용을 두 배로 증가시킬 수 있는 수준입니다. 또한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연간 약 300억 달러의 추가 비용 부담이 예상됩니다.

대체 항구 이용 증가와 물류 네트워크 변화

이러한 항만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선사들은 캐나다나 멕시코의 항구를 대체 기항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는 북미 지역의 물류 네트워크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캐나다 국영철도(Canadian National)와 캐나다 태평양 캔자스시티(Canadian Pacific Kansas City) 철도와 같은 대체 운송 수단의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소 항만의 타격

미국항만협회(AAPA)는 이 계획이 중소 규모의 2차 항만들의 교통량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고, 수로 준설 및 항만 인프라에 대한 연방 투자를 낭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을 서비스하는 컨테이너 선박은 한 번의 항해에서 3-4개의 미국 항구에 정박하는데, 이러한 패턴이 크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 수출입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직접적인 영향: 대미 수출 비용 증가

한국 기업 중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기업들은 운송 비용 증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이용하거나, 중국 건조 선박을 보유한 선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많은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류, 철강 등의 산업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간접적인 영향: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재편

이 정책은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선사들은 운항 노선을 조정하고, 선대 구성을 재검토하며, 요금 체계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직접적인 대미 수출이 없는 기업들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노선의 운항 빈도 감소, 전반적인 운임 상승, 선적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국 의존도 재평가 필요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책은 그 필요성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에서의 생산, 중국산 부품 조달, 중국 건조 선박 이용 등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체 시장과 물류 경로 모색

카리브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수출품에 대한 대체 공급원을 찾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 시장 외에 다른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 그리고 미국 수출시 캐나다나 멕시코 경유 등 대체 물류 경로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입 실무자를 위한 대응 전략

1. 운송 계약 및 비용 구조 재검토

수출입 실무자들은 현재의 운송 계약을 재검토하고, 이 정책이 실행될 경우 예상되는 비용 증가를 계산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 이용 중인 선사의 선대 구성 (중국 건조 선박 비율)
  •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 및 요금 조정 메커니즘
  • 운임 외 추가 요금(수수료 전가) 가능성

2. 선적 일정 조정 및 사전 물량 확보 전략

정책 시행 전에 가능한 한 많은 물량을 선적하는 ‘프론트로딩(frontloading)’ 전략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카리브해 지역의 기업들도 이미 이러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요 고려사항:

  • 재고 관리 정책 조정
  • 주요 거래처와의 선적 일정 조율
  • 창고 및 보관 공간 확보

3. 대체 운송 수단 및 경로 검토

컨테이너 해상 운송 외에 다른 운송 수단이나 경로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항공 운송 비용 대비 효율성 분석
  • 캐나다, 멕시코 등 인접국 경유 운송 가능성
  • 복합 운송(해상+철도, 해상+트럭 등) 옵션

4. 공급망 다변화 및 리스크 관리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중국 외 지역에서의 조달 및 생산 비중 확대
  • 지역별 다양한 물류 파트너 확보
  • 시나리오 기반 리스크 관리 계획 수립

5. 정책 변화 모니터링 및 대응 준비

이 정책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관련 업계 협회 및 뉴스 소식 정기 확인
  • 선사 및 물류 서비스 제공업체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 법률 및 통상 전문가의 자문 활용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와 향후 전망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국제 무역의 분절화

미국의 이번 항만 수수료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보다 국가 안보와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하는 국제 무역 환경의 변화를 반영합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무역은 더욱 분절화(fragmentation)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운 산업의 구조적 변화

이번 정책은 해운 산업에도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선사들은 중국 건조 선박 비중을 줄이고, 대체 조선소를 모색하거나, 노선 및 서비스 체계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미국항만협회가 지적했듯이, 미국 조선소는 현재 최대 용량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어 단기간에 중국 건조 선박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의 대응과 국제 갈등 가능성

중국은 이 정책에 대응하여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에 대해 상호적인 관세와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로 대응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 보복적 조치는 국제 무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지역 경제 블록의 강화

이러한 무역 장벽의 증가는 지역 경제 블록 내 무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리브해 지역은 미국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무역이나 중남미, 유럽, 아시아와의 직접 무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 불확실성 속에서 유연한 대응 전략이 핵심

미국의 새로운 항만 수수료 정책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글로벌 무역과 물류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카리브해 지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정책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오히려 중국과의 무역을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입 기업과 실무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운송 계약, 물류 경로, 공급망 구조 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 무역 환경의 변화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파트너, 새로운 물류 솔루션을 탐색하고,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미래의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